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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26g | 120*185*12mm
ISBN13 9791191169164
ISBN10 1191169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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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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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과는 언젠가는 헤어지겠구나.’
처음 만났을 때 이별이 직감되는 상대가 있습니다. 나이, 지역과 같은 서로의 조건이나 인연, 운 같은 설명하기 힘든 관계적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이 들면 상대를 대하는 속마음이 조금은 재미있어집니다. 정신없이 빠져드는 연애가 아닌, ‘한 번 지켜볼까. 어떻게 사랑이 진행되는지.’라는 기대가 살짝 스며들거든요.
--- p.29

브람스는 우리가 보기에는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을 다스린 사람입니다. 브람스는 매사 절제하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것은 부끄러워서라던가, 소심해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인간성을 갖추었는가를 늘 마음속으로 되뇌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추구했던 ‘성숙해지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 p.36

“눈물 조각들처럼 온몸이 찢겨 가네요.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죠?”
급기야 척추에 이상이 오면서 안면 근육이 손상되자 그녀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습니다. 자클린은 경직된 채 누워 자신이 연주한 엘가의 첼로 곡을 들으며 투병하다가 1987년 42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합니다. 오펜바흐의 미발표곡을 「자클린의 눈물」이라고 붙여 자클린 뒤 프레에게 헌사한 베르너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그녀의 고통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 p.54

베토벤의 얼굴은 병마에 지친 모습입니다. 용감하게 갑판을 휘젓던 늙은 선원이 간신히 폭풍 구름에서 벗어나 지친 몸을 누이고 잠에 빠진 모습 같기도 합니다. 말년, 병들고 기력이 떨어진 베토벤의 고충이 어떤 것인지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자꾸 보니 기가 막힙니다. 사망 직후 얼굴은 웅호한 초인의 풍모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늙고 초라한 인간의 모습뿐입니다.
그녀가 실망하는 모습의 저를 보며 힐난합니다.
“베토벤이 초인이라고? 풋, 우린 그가 인간이기에 위대하다고 하는 거야. 지극한 인간!”
--- p.72

겨울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생명이 숨죽이는 계절입니다. 어두운 굴속에서 체력을 키우고, 상처를 가다듬고, 다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봄을 위해 스스로 어루만지는 계절입니다. 거기에 환희나 설렘이나 기쁨은 있을 수 없습니다. 겨울은 원래 그렇습니다. 겨울은 원래 비통한 것입니다.
--- p.169

고대 시인들은 숲이 우거지고 따뜻한 영혼의 안식처를 로쿠스아모에누스(locus amoenus)라고 불렀습니다. 로쿠스 아모에누스를 찾으러 떠나는 자의 고독. 그것은 홀로 작업하고 홀로 새벽길을 걷는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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