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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곳의 초록

현대시학 시인선-14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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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4g | 125*188*10mm
ISBN13 9791193615164
ISBN10 119361516X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컵 안으로 빛이 가득하다
모서리를 따라 사각의 그림이 걷는 듯하다
바닥으로 흐르던 빛은 며칠 동안 그늘을 만들고
빛이 없는 곳은 소리의 푸른 꽃도 피우지 못했다

너를 바라보고 있는 나는
봄빛을 계절 밖으로 밀어내고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너

문을 닫고 있는 너의
입안으로 나비가 날아온다면
길 위는 꽃 화석으로 가득하겠다

너의 말은 겨울의 등을 지나는 바람 소리

나는 때로 우리 그림자가 자라났으면 좋겠다

둥근 컵 안으로 어둠이 모여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깊다
--- 「투시적 관점」중에서

봄바람이 나뭇잎 속으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오후의 붉은 빛
투명한 그릇 속으로 그림자를 담아내고

물이 차오른다

어떤 것은 더욱 단단한 결속을 하며
손이 닿은 곳마다
붉은 마음으로 묻어나

지난 계절
흰 눈 속에 묻어둔 비밀

먼 곳에서부터

피가 돈다
--- 「동백」중에서

이를테면
슬픔의 두께를 알 수 없듯
바람이 슬픔을 모두 마르게 하는 시간은 알 수 없다

이 세계의 끝에서 죽음의 문이
수평으로 보이기까지
물음으로 감춰져 있던 색
얇은 막으로 비치는 움직임

시들어가는
저 꽃의 처음 발화점
초록에서 초록까지

처음처럼

무한한 생동감은
이날 음악처럼 움직이고 있다
--- 「가장 깊은 곳의 초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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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가장 깊은 곳의 초록』은 세계로 모이는 ‘빛’과 꽃으로 생동하는 ‘색’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물론, ‘향연’이라 해서 여름의 찬란한 빛과 색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송남순의 시는 ‘겨울’에 가까운 ‘소멸’과 ‘공허’의 감정이 내재된 색의 풍경에 관심을 내보인다.
시인이 바라보는 빛과 색의 세계는 지금 이곳과 조금 동떨어진 ‘저곳’의 ‘동경’으로 인식된다. ‘색’의 경우, 다소 ‘현실’적인 가시적 상황을 드러내지만, 이 ‘색’조차 온전히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어서, 송남순 시의 ‘빛’과 ‘색’은 매우 독특한 세계관을 내정하고 있다. 아마도 시에서 발하는 빛과 색의 “투시적 관점”이 이번에 상재하는 송남순 시집을 이해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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