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어쩌면 당신의 마음속은 후회와 미안함으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양육이 마냥 무겁고 버거울지도 모른다. 사실 이 말은 강의나 상담이 끝날 때 엄마들의 인사 뒤에 꼬리표처럼 들러붙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많이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는 부모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가 어찌할 바 몰라 헤매는 사이 훌쩍 커버린다. 아이의 성장은 부모에게 뿌듯함을 안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후회도 덤으로 남긴다. 이 책은 아이와의 일상에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화내고 후회하는’, ‘무시하고 후회하는’, ‘상처 주고 후회하는’ 엄마들을 위한 솔루션이다. 후회 없는 양육은 불가능하다.
--- pp.12-13, 「프롤로그 - 아이와 잘 지내고 싶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중에서
아이를 온 존재로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이의 체온과 향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이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기초 단계부터 찬찬히 실천해보면 보이지 않던 아이의 마음이 드러나고 몰랐던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비가 충분히 내려야 아스팔트 아래로부터 시큼한 흙냄새가 올라오듯 아이에게 관심과 주의를 온전히 쏟아부어야 묵은 상처와 진심이 드러난다. 아이의 표정과 자세에서 나타나는 비언어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엄마가 더없이 좋은 엄마다. 아이와 함께 호흡하며 느낄 수 있는 엄마면 충분하다.
--- pp.64-65, 「1장 엄마의 시선에서 이미 소통은 시작된다」 중에서
미국의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인간에게는 거울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신 분석 용어로 ‘자기 반사 대상(Mirroring Self Object)’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비추고 격려한다. 엄마의 시선이 아이를 긍정적으로 비추면 아이는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야’, ‘나는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이들을 자라게 한다. 만약 부정적으로 비추면 아이는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만든다. 부정적인 엄마의 시선은 아이에게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야’,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자신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자기 반사 대상이 없는 사람들은 열등감이 심하고 쉽게 상처받는 것은 물론, 작은 일에도 와르르 무너진다. 긍정적인 자기 반사 대상은 건강한 자기애를 만들며 이는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자기 자신을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으며 웬만한 일에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엄마가 아이 존재 자체를 긍정적으로 비추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깨닫는다. 그러므로 아이의 자존감을 자라게 하는 영양분은 ‘지금 바로 여기’에서의 엄마의 따뜻한 시선이다.
--- p.99, 「2장 몸 맞춤, 자존감이 자라다」 중에서
눈 맞춤에는 마치 자석의 S극과 N극이 끌리듯이 서로의 관계를 더욱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서로 눈이 맞는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눈 맞춤은 상대방의 혈관에서 사랑의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을 솟구치게 한다. 눈 맞춤은 심장 박동의 증가와 아드레날린이 정맥을 통해 분비되는 등 신체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는 흔히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인 반응이다. 이처럼 눈 맞춤의 효과는 우리의 생각 그 이상이다. 우리 아이와 눈을 맞추는 순간, 잠들었던 사랑을 깨우는 동시에 정서적으로도 끈끈하게 연결된다.
아이에게 엄마는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평생 마음에 간직된다. 첫사랑은 그다음 사랑에도, 그다음의 다음 사랑에도 영향을 미친다. 첫사랑과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우리 몸에 각인되어 이후 모든 관계의 색깔을 정한다. 아이에게 어떤 첫사랑의 기억을 남겨줄 것인가는 엄마와의 눈 맞춤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 p.154, 「3장 눈 맞춤, 관계의 양과 질을 정하다」 중에서
아이의 행동 이면에는 그 행동의 원인이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아이 마음속 깊이 박힌 원인이나 이유를 찾는 일이 마음 맞춤이다. 엄마가 아이의 행동에 비난을 먼저 퍼붓는다면 아이는 마음을 닫아버린다. 싱크대의 수도가 고장 나서 물이 새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물이 흘러넘쳐서 거실까지 젖었다. 이 경우 여러분이라면 무엇부터 하겠는가? 열이면 열, 모두가 어디서부터 물이 새는지 원인을 살피고 그 부분을 처리한 다음 거실 바닥의 물을 닦는다. 마찬가지로 엄마 눈에 거슬리는 아이의 행동보다는 그 행동의 원인이나 이유를 살피는 일이 먼저다. 원인이나 이유 안에는 아이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나 상처가 숨어 있다. 아이의 다친 마음을 먼저 다룬 다음,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 p.210, 「4장 마음 맞춤, 엄마와 아이의 감정을 연결하다」 중에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더지 머리처럼 아이들은 실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수시로 엄마 앞에 나타난다. 이때 엄마는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해야만 튀어 오르는 두더지 머리를 정확히 가격할 수 있다. 만약 흥분하거나 조급해지면 눈에 보이는 대로 망치를 휘두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엄마가 감정적으로 편안할 때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러므로 엄마는 아이의 어떠한 감정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감정에 두려움을 느껴서도 안 된다. 아이의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태도, 부모 자신의 감정을 기꺼이 보류하는 태도가 공감에서 요구되는 자세다. 혹여 아이의 감정 앞에서 한없이 무너진다면, 아이의 감정이 엄마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면, 이때는 공감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돌봐야 할 시간이다. 기억의 서랍을 열어 먼지처럼 켜켜이 쌓인 감정을 털어내보자. 엄마 안의 묵은 상처를 충분히 애도해주자. 기억은 어찌할 수 없지만, 기억 사이사이에 낀 감정을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진다.
앞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들어가면 그 속에는 미처 해결하지 못한 엄마의 곪은 상처가 있다. 엄마가 자신의 상처를 알아차려 자기 연민으로 감싸 안는 것만으로도 험난한 육아 고개의 절반은 넘을 수 있다.
--- pp.270-271, 「5장 엄마도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