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의 고민은 성적, 친구, 이성, 가족, 외모, 진학 등 다양하게 표출되는 것 같지만, 실현되지 못할 ‘욕망’과 현실적 ‘규범’ 사이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이 모든 ‘열일곱’에게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하다는 데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다양성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야 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꿈을 어떻게 꾸어야 하는지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고 배운 적도 없다.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라, 그러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면 돈도 명예도 따로 오는 것이고 그런 삶이 너를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어준다’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요즘 애들’은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열일곱’의 오래된 미래와 우리의 자화상」 중에서

10대의 뇌는 어른의 뇌와 어떻게 다를까? 과학에 근거한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10대의 뇌는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특히 10대의 뇌는 어른과 달리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 전전두피질의 이른바 ‘집행 기능’이 완전히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사춘기에는 불완전한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된다. 즉, 미성숙한 뇌 때문에 10대는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불완전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 53쪽, ---「사춘기, 그 위험 지대의 교사」 중에서

공부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고, 획일적인 ‘학생다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바로 일탈로 간주하는 ‘황폐한 안전주의’가 지배하는 학교 사회에서 외모로 개성을 실현하는 것은 10대들 나름대로 찾아낸 숨통이자 출구이다. 책 속에 다루어진 인터뷰에서 ‘외모 말고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공부밖에 없잖아요. 너무 싫어요.’라고 대답하는 학생의 모습은 10대들의 삶에서 유일한 공식적 공간인 학교를 우리가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는지, 그러고는 10대들에게 외모지상주의라고 훈계나 하며 그들을 소외시키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섹스하는 10대들,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중에서

그런데 왜 이 상황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울지도, 항변하지도 못하는 것일까? 너무나 현실이 황당해서일까? (…) “맞잖아, 머리 좋으면 놀아도 공부 잘하고, 재능 있으면 그림도 금방 잘 그리고, 예쁘면 더 살기 편하고…”라고 말하는 원빈은 어리숙한 것 같지만,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아픈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강사 정태섭은 “웃거나 울거나만 있는 것은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원빈이 묻듯이 과연 “누구한테” 화를 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은 우리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이다.

<b>대한민국의 열일곱은 불안하다</b><br/><br/>2011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중고생 10명 중, 7명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2년 전에 비해 13%가 증가한 수치이며, 그 원인이 부모와의 갈등(16.2%), 외모(9.9%), 교우 관계(7.6%), 가정 형편(4.6%), 교사와의 갈등(2.0%) 등이 지적됐지만 1위는 성적, 진로, 부담 등의 공부(57.6%)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며, 그 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스트레스에 억눌려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같은 청소년 자살률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섰다. 열일곱이 주목받고 있다. 열일곱이라고 하면 파릇파릇한 청춘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열일곱의 삶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의 십대들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가장 고통스런 시간이 된 걸까? <br/><br/>교사 류대성은 근대 이전의 열일곱이 “대가족 제도 안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거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던 것과 달리 오늘날 열일곱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8쪽)했다고 진단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해야 할 나이에 공부를 위해 사랑, 놀이, 우정을 포기한 청소년의 삶은 황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벌어지는 학교 폭력, 왕따, 자살 등을 청소년만의 문제로 몰아세울 게 아니라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먼저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br/><br/>앎과삶 시리즈 『17세』에서는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세대”로서 열일곱을 주목한다. 이 책에서는 청소년에게 어떻게 살라고 강요하는 대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심리적,생물학적 특징을 설명하고, 청소년 인권,학교 폭력,성매매,왕따,탈학교 등 십대를 둘러싼 다양한 현실을 다룬 책을 소개한다.<br/><br/><b>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모르는 열일곱</b><br/><br/>“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br/>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에 당황할 때가 있을 것이다. 외모에 과도하게 신경을 쓴다거나 또래 친구에 집착하거나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자녀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면 청소년의 심리와 행동을 다양한 시각으로 설명한 책들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br/><br/>『17세의 마음문 노크하기』『외로워서 그랬어요』『심리학, 열일곱 살을 부탁해』 등의 책은 상담을 통해 만난 청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그 해법을 정리한 책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도 있다. 『날고 싶지만』『내일도 담임은 울 삘이다』는 청소년이 직접 쓴 수필과 시를 싣고 있으며,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내 안의 열일곱』 등은 저자들이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 책이다. 『주먹을 꼭 써야 할까?』『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은 폭력이나 또래집단 행동의 배경을 설명한 책이다. 『청소년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는 10대의 뇌는 집행 기능을 관장하는 전두엽 전전두피질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어른들이 보기에는 불완전한 행동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담고 있다.그리고 “사춘기의 폭풍 속에서 일해야 하는 교사”들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br/><br/>한편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에서 열린 강연을 정리한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풀무학교 문화시간의 강연을 정리한 ‘풀무청소년특강 시리즈’, 청소년들이 함께 공부한 기록을 담은『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는 청소년이 스스로 삶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함께 읽을 만한 성장 소설 10편을 소개한다.<br/><br/>청소년에 관한 책을 읽은 필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청소년의 다양한 욕망과 고민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대의 삶은 총천연색인데 어른들은 천사나 악마, 두 가지 중 하나로 이름 붙이고 싶어”(66쪽) 하는 게 문제다. 자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고민하는 부모나 매일 학생들과 마주하는 교사라면 이 책들을 읽으면서 청소년의 삶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