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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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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84g | 135*210*24mm
ISBN13 9791164162192
ISBN10 116416219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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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형을 죽인 다음 날부터 거울이 두려워졌습니다. 거울뿐 아닙니다. 모습이 비치는 모든 것이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거울뿐 아니라 유리 종류는 모조리 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도시에는 건물마다 쇼윈도가 있고, 그 너머에는 거울이 빛나고 있습니다. 보지 않으려고 의식하면 할수록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유리나 거울 속에는 제가 죽인 남자가 (실은 제 모습이 비친 것뿐이지만) 기분 나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 p.9 「쌍생아」중에서

“3,721일 동안 우리 집 수도는 항상 좔좔 틀어져 있었단 말입니다. 다섯 토막 낸 아내의 사체를 넉 되짜리 됫박에 담아서 차갑게 식히고 있었단 말입니다. 이게 말이죠, 여러분…….” 여기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바로 비결이란 말입니다. 비결. 사체가 썩지 않는…… 시랍이 되는 거지요.”
‘시랍……!’ 어떤 의학서에서 본 ‘시랍’이라는 항목이 그 의사가 그려놓은 생생한 그림과 함께 내 눈앞에 떠올랐다. 도대체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왠지 모를 불안과 공포가 내 심장을 풍선처럼 부풀려놓았다.
“……아내의 포동포동하고 새하얀 몸통과 손발은 귀여운 밀랍 세공품이 되고 말았지요.”
--- pp.66~067 「백일몽」중에서

의자 속 사랑! 그게 얼마나 짜릿하고 매력적인지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오직 감각과 청각, 그리고 얼마 안 되는 후각만의 사랑이고, 어둠 속 세계의 사랑입니다. 결코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악마가 사는 세상의 애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 세상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은 구석구석에서는 얼마나 기이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 pp.99~100 「인간 의자」중에서

“에……, 그럼 지금부터 보실 것은 기이하고도 기적적인 마술, 미인의 지옥문입니다. 여기 있는 소녀를 저 상자 속에 넣고, 열네 개의 일본도를 하나씩 하나씩 사방팔방에서 찔러 넣겠습니다. 에……, 그리고 또……, 이것만 가지고는 재미가 덜하실 테니까, 이렇게 칼에 찔린 소녀의 목을 싹둑 잘라서 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습니다. 고대하십시오!”
(…) 드디어 공 타기 미인 오하나가 가볍게 인사하면서 나긋나긋한 육체를 그 관처럼 생긴 상자 속으로 숨겼다. 난쟁이는 상자의 뚜껑을 덮고 커다란 자물쇠를 채웠다.
--- p.150 「춤추는 난쟁이」중에서

오세이는 설마 그 정도로 고통이 심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겠지만,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도 남편의 고통스런 죽음을 가련히 여긴다거나 자신의 잔학함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악녀의 운명적인 불륜의 심정을 악녀 스스로도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쥐 죽은 듯 조용해진 벽장 앞에 서서 희생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대신, 그리운 연인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평생 놀고먹어도 될 정도로 막대한 남편의 유산, 거리낄 것 없는 연인과의 즐거운 생활, 그런 상상만으로도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애도를 잊기에 충분했다.
--- pp.199~200 「오세이의 등장」중에서

그녀는 사납게 달려들어 보자기로 싼 보따리를 잡아 뜯듯이 남편의 기모노를 벗겨버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몸뚱이가 굴러 나왔다. 이렇게 되도록 어떻게 목숨이 붙어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시 의학계가 떠들썩해지고 신문에서는 전대미문의 기담으로 대서특필했던 대로, 남편의 몸은 마치 수족을 뭉개버린 인형처럼 더 이상 심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참하고 꺼림칙한 상처투성이였다. 두 팔과 다리는 뿌리부터 잘려 나가 살짝 튀어나온 살덩이만 남은 것도 모자라, 몸통만 남은 괴물 같은 전신도 얼굴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무수한 상처들로 번뜩이고 있었다.
--- p.295 「애벌레」중에서

저는 두려운 예감에 몸을 떨면서 확인을 위해 창밖으로 목을 내밀었지만, 그쪽을 바로 볼 용기가 없어서 우선은 아득한 계곡 바닥을 내려다봤습니다. 달빛은 건너편 건물의 위를 살짝 비추고 있을 뿐,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완전한 어둠뿐이어서 바닥 모를 깊이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말을 듣지 않는 목을 무리하게 억지로 끌듯이 오른쪽으로 돌렸습니다. 건물 벽은 그늘이 져 있었지만 건너편의 달빛이 반사되어 물건의 형체가 아주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지요. 서서히 머리를 돌려보니 마침내 예상하고 있던 것이 나타났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의 발이었지요. 축 늘어진 손목과 있는 대로 쭉 뻗은 상반신, 깊게 졸린 목, 그리고 두 개로 접힌 듯이 완전히 늘어져 버린 머리가 차례로 보였습니다. 호걸 사무원 역시 달빛의 요술에 걸려 그곳 전선 가로대에 목을 매었던 것입니다.
--- p.366 「메라 박사의 이상한 범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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