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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김태영 | 담다 | 2024년 07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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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28*188*20mm
ISBN13 9791189784454
ISBN10 118978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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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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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다.”
--- 첫 문장

‘첫 인사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나를 반겨 줄까?’
‘외국인 며느리라고 싫어하면 어떡하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도착했다는 남편의 말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활짝 웃으려고 표정도 다시 지어 보았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 하나 마중 나와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어머니를 불렀고, 한참 뒤 어느 귀퉁이에서 어머니가 천천히 걸어오셨다.

“왔나?”

단 한마디. 어머니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셨고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대단히 반겨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인 며느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 p.23

“양동댁네, 중국 며느리 집 나갔다더라.”
“베트남 며느리 데리고 왔는데 말이 안 통해 애먹고 있단다. 붙어 살겠나.”
“아를 둘이나 놓고 도망갔다네. 독하기도 한기라.”
--- p.64

“당신은 참 별 같은 사람이야.”

남편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 뜬금없이 내뱉은 말이다. 순간 내가 그렇게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인가 싶어 자아도취에 빠지려는 찰나, 남편이 다시 말했다.

“뾰족뾰족해서 다른 사람도 아프게 하고 당신 자신도 아프게 하는 거 같아.”
--- p.73

열 번 넘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며 소장님을 만나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 버렸다. 그것도 직장인들에게 황금 같은 점심시간에 말이다. 외근 후 돌아온 소장님이 입주민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몇 동 몇 호라고 하셨죠?”
“귓구멍이 쳐 막혔나.”
“선생님, 뭐라고요?”
“좀 있다 갈게요.”
--- p.157

내가 원하는 멋짐은 없었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알 수 없는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 없이 닥치는 대로 덤벼들었다. 도전은 늘 쉬웠고 끝까지 버티는 힘은 항상 부족했다. 이상은 높았고 현실의 벽은 더 높았다. ‘이번 생은 글렀어’라는 말을 핑계 삼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지만, 이 말을 인정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아 아등바등하며 나의 청춘을 보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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