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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18g | 150*220*16mm
ISBN13 978899094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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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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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령으로 존재하는 것

유령이란 무엇일까? 우리말에서 유령은 ‘죽은 자의 혼령이 생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영의 존재이거나, 죽은 자가 산 자의 세계로 회귀하여 산 자의 의식 세계를 반복적으로 의심하게 하는, 그러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일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의심케 하는 이 엉뚱한 사태에 대한 관심은 제법 역사적인 선례를 지속시켜 왔다. 집요하게 그것에 매달리는 모습은 흡사 중세 신(神)의 언어, 그 압제 아래 불어 닥친 교부들의 악령에까지 닿아 있다. 그 정오의 악령은 일상적이던 수도사의 공간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독방에 대한 불편함을 상기시키고 나태를 낳아, 선악(善惡) 자체에 대한 모호하고 멈출 수 없는 애증과 적개심, 선을 권고하는 사람들에 대한 악의적인 저항과 소심함과 같은 것들로 존재하면서 지극히 안정적이고 정제되었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신(神)의 질서에 대한 의구심은 근대의 이성 중심의 음성언어와 거대 담론 그리고 욕망으로 전회되는 동력이 된다. 무대의 중심에 둔 진리값의 상징성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세상을 움직이는 내적 질서의 견고함은 유일한 동일성에 대한 부합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두었다. 이 시기의 유령은 현실을 변형시키는 주체의 욕망에 의해 상상적인 이야기로 등장하는 현실의 변형으로서 존재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상징의 강압적이고 구조화된 힘의 논리 속에서 욕망은 무의지적인 유령을 수단으로 발현되고, 그러한 환상은 욕망의 재현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 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를 휩쓴 포스트모더니즘은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편화되고 매끈한 구조의 틀 안에서 설명하려던 기존의 논의를 상징적인 폭력으로 보았다. 이러한 흐름은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로서의 가치를 양산해내면서, 유일무이한 동일성의 논리를 다원화된 비동일화의 논리로 혼융시켜 놓았는데, 그 본질의 중심에 자본의 씨앗을 심었다. 그리하여 ‘존재하는’ 것이란 오직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이거나 교환가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어야만 했기에, 비로소 ‘유령’은 결코 유령이 존재할 수 없는 도시에서 영원한 타자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러한 유령이 문학 속에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까. 발터 벤야민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에서 에세이 「산딸기 오믈레트」으로 음식과 요리에 관련하여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 지구상의 모든 권력과 금은보화를 가지고도 명랑해지기는커녕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침울해져가는 한 왕이 있었다. 그 왕은 자기의 궁중요리사를 불러 50여년 전의 요리를 주문하는데, 그때 그는 한창 나이였고, 나쁜 이웃 왕과의 전쟁에서 패해 도망치던 중 숲속 한 노파의 오두막집을 발견하게 된다. 그 노파는 뛰어나와 그 왕을 반겼고, 잠시 후 한 요리를 내어 왔는데, 그것은 왕이 입에 넣자마자 기적처럼 힘이 되살아나게 하여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산딸기 오믈레트’였다. 왕은 궁중요리사에게 그 맛을 다시 느끼게 해주면 소원을 들어줄 것이고,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제안한다. 궁중요리사가 그 당시 왕이 먹었던 모든 식료(食料)를 마련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 식료는 전쟁의 위험, 쫓기는 자의 주의력, 부엌의 따뜻한 온기, 뛰어 나오면서 반겨주는 온정, 어찌 될지도 모르는 현재의 시간과 어두운 미래였다.

이 이야기에서 벤야민은 ‘아우라’ 개념을 들려주고 있다. ‘아우라’의 경험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응 형식을 무생물이나 자연이 인간과 맺는 관계로 전이시키는 것에 기초한다. 시선을 받은 사람이나 시선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선을 열게 된다. 이러한 형식의 인간과 그 대상물들과의 조응이나 교감의 접근 불가능성 이야기는 무의지적 기억의 자료들을 일회적, 제의적 성격으로 들려주는 환상적 경험인 것이다.

2. 유령으로 시를 쓰는 것

조르조 아감벤은 『행간』에서 1853년 4월 17일자의 ≪몽드 리테레르≫지에 실린 「장난감이 주는 교훈」이라는 보들레르의 글을 언급하면서, 보들레르가 어렸을 때 팽쿠크라는 부인의 집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통해 비현실적인 영혼의 강력한 힘에 대해 말한다. 보들레르는 팽쿠크 부인의 꽃처럼 피어오른 장난감들로 꽉 들어차 있던 방을 보고 난 이후, 비로드 옷과 모피를 걸친 부인을 상상하지 않고서는, 그에게 장난감 요정처럼 나타났던 그 부인을 떠올리지 않고서는 가게에 전시된 그 어떤 장난감들도 쳐다보지 못하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보들레르가 의자를 역마차로 탈바꿈시키는 아이들의 영혼의 교감에 주목하는 것은 그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어쩔 줄 모르며 받아들이는 관계, 인간과 사물과의 그 모든 종류의 원초적 유대 관계가 작가가 예술을 창조하는 기반과 닮아있다고 본 데 있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흡사 마법과 같은 일이다. 그래서 시인은 바라보는 자의 부재가 깊으면 깊을수록, 그만큼 더 마력적으로 신비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그 시선의 유령과 접신함으로써, 그들의 말들이 뿜어내는 그들의 가장 유일한 리얼리티를 들려주는 마법사가 되는 것이다.

1930년대 한국 문단은 일본 군국주의 확대의 속박 속에서 새로운 시 정신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만주 사변에서부터 태평양 전쟁에 이르기까지 외부 상황의 악화 일로는 일본의 조선 경제 수탈과 강제 인적 동원을 유발하였고, 한국 문학을 국가와 민족, 계급 담론에서 개인의 내적 서정 탐구로의 이행 및 혼융의 시대로 몰아넣었다. 근대 담론의 실체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당대 시인들의 감각과 정서에서 유령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최근까지도 근대 시문학 연구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백석 시 몇 편을 유령의 흔적, 즉 ‘아우라’의 개념과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백석의 시에서 볼 수 있는 시적 공간은 대체로 고향이라는 토속적인 세계로 채워져 있다. 이것은 고향에 대한 체험이 그만큼 시인의 의식 속에 강렬함을 뜻하므로, 근대화의 과정에 대해 가지는 시인의 반근대적인 정서가 어린 시절의 체험을 기억하면서 과거 지향적 양상으로 혹은 회상 형식 그 자체가 현실 속에서 절실한 삶을 추구하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한 회상의 맥락에서 다음의 시 「목구木具」의 경우에도 시인이 고향의 제사 풍속을 회상 서술하면서 가난 속에서 차리는 풍성한 제수를 유도하는 것으로, 그리하여 그 의식 속에 담긴 인정과 풍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대五代나 나린다는 크나큰 집 다 찌그러진 들지고방 어득시근한 구석에서 쌀독과 말쿠지와 숫돌과 신뚝과 그리고 녯적과 또 열두 데석님과 친하니 살으면서

한 해에 멫 번 매연지난 먼 조상들의 최방등 제사에는 컴컴한 고방 구석을 나와서 대멀머리에 외얏맹건을 지르터 맨 늙은 제관의 손에 정갈히 몸을 씻고 교우 우에 모신 신주 앞에 환한 촛불 밑에 피나무 소담한 제상 위에 떡 보탕 식혜 산적 나물지민 반봉 과일 들을 공손하니 받들고 먼 후손들의 공경스러운 절과 잔을 굽어보고 애끓는 통곡과 축을 귀에하고 그리고 합문 뒤에는 흠향 오는 구신들과 호호히 접하는 것

구신과 사람과 넋과 목숨과 있는 것과 없는 것과 한줌 흙과 한점 실과 먼 녯조상과 먼 훗자손의 거룩한 아득한 슬픔을 담는 것

내 손자의 손자와 손자와 나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수원백씨水原白氏 정주백촌定州白村의 힘세고 꿋꿋하나 어질고 정 많은 호랑이 같은 곰 같은 소 같은 피의 비 같은 밤 달 같은 슬픔을 담는 것 아 슬픔을 담는 것
-「목구木具」(『문장』, 1940.2)

하지만 정작 백석의 시에서는 고향에 대한 시만큼이나 타지 공간에 대한 시도 많고, 그 속에서 고향의 인정과 옛 조상의 풍습을 떠올린다고 말하기에는 「조당?塘에서」와 같은 시가 해석의 난제로 작용한다. 이 시는 고향이 아닌 ‘지나支那 나라 사람들과 목욕을 한’다는 것, 즉 ‘대대로 조상도 서로 모르고 말도 제가끔 틀리고 먹고 입는 것도 모두 다른’ 이방인인 사람들이 한데 합수하여 동일한 시·공간의 조당?塘에서 이질적이고 비균질한 장면을 전제하고 있다. 화자는 ‘발가들 벗고 한물에 몸을 씻는 것’을 보며 ‘쓸쓸’해 하고 ‘길즛한 다리에 모두 민숭민숭하니 다리털이 없는’’것을 관찰하고 ‘자꼬 슬퍼’진다고 말한다. 화자는 타자들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떤 사람에게서는 ‘도연명陶淵明’을, 또 어떤 사람에게서는 제자백가의 한 사람인 ‘양자楊子’를 떠올리고, ‘마음이 한가하고 게’을러지면서 중국 요리의 하나로 제비집을 끓여 만든 ‘연소탕燕巢湯’을 생각하게 된다. ‘글세 어린 아이들도 아닌데 쪽 발가벗고 있는 것은 어쩐지 조금’ 우습다고 서술되고 있는 부분들은 선행 연구와 아주 다른 맥락으로 읽힌다.

이에 위 시에서 제의적 소재인 ‘목구木具’를 유령의 흔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의 시선은 우연히 ‘목구木具’라는 사물에 머무르고, 이 시선은 시인과 사물 사이의 만물조응(萬物照應, correspondances)하는 상호 대면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곧 시인의 무의지적 기억을 촉발하는 능동적인 사물로 ‘목구木具’의 주체적인 서술의 양상을 띠게 된다. 즉 시인은 사물이 기억하고 있는 흔적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는, 수동적 청자 위치에 놓이게 된다. 과거 체험의 기억들과 ‘내 손자의 손자와 손자와 나와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까마득한 선조들의 삶들은 현재에서 실제로 접근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런데 ‘소담한’ 제상 위에 담겨져 나오는 ‘떡 보탕 식혜 산적 나물지짐 반봉 과일’들과 같이, 벤야민이 말하는 무의지적 기억의 피난처로서의 ‘냄새(향기)’ 음식들로 인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의식은 마비되고 아주 먼 세월의 간극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시인이 조응한 ‘목구木具’ 위에는 그 옛날의 토속적 공간인 ‘들지고방’과 집안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유령 ‘데석님’ 그리고 제의 행위를 통해 ‘구신과 사람과 넋과 목숨과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이 ‘호호히’ 접속하는 영적(靈的) 연상들이 ‘아득한 슬픔’으로 담겨져 나오는 것이다. 시인은 그 유령과의 감각적인 조응을 통해 온전하고 총체적 아우라의 말들에 대해 경청하고 시의 언어로 온전히 옮겨놓은 것이다.

들뢰즈는 벤야민의 ‘아우라’와 유사한 개념으로 ‘형상(figure)’을 말한다. 그의 저서 『프루스트와 기호들』에서 그는 동방에서 온 현자가 ‘형상’과 더불어 사유를 한다고 보았고, 프루스트를 예로 들면서 그 ‘형상’ 개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프루스트는 ‘포크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나 마들렌의 맛 같은 것 속에 감싸여 있는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기억들 혹은 내가 머리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내려고 애쓰던 형상(figure)들의 도움으로 씌어진 진리들이 그 형상들에 의해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잔뜩 엉킨 판독할 수 없는 글씨로 조판(組版)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우리 지성에 의해 씌어진 문자가 아니라 사물의 형상이라는 문자로 된 책이 우리의 유일한 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들뢰즈는 형상을 통해 사유하는 자를 곧 기호를 통해 사유하는 자로 보고 있다. ‘그는 사물의 형상으로 씌어진 기호들을 해독하는 자이다. 우연히 맞닥뜨린 기호는 그 안에 숨겨진 바를 우리더러 해석하라고 강요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진리를 인식하고자 하는 우리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호의 강요에 의해 수동적으로 기호 안에 숨겨진 진리를 해독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들뢰즈는 진리를 인식하고자 하는 우리의 사유는 기호가 우리의 심성을 자극하는 순간, 그 자극에 의해서 바로 그 기호에 대해 발생하는 우연적이고 필연적인 방식으로 가능한 것이다.

조판(組版)의 주체로서 ‘형상’ 개념은 벤야민의 ‘말(言)’의 아우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들뢰즈는 ‘그렇게 일깨워진 자연의 시선은 꿈을 꾸고, 그리고 시인으로 하여금 그 꿈을 쫓아오도록 끌어당긴다. 말들도 아우라를 지닐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카를 크라우스가 ‘낱말’의 아우라를 이렇게 인용하고 있다. ‘한 낱말을 가까이 응시하면 할수록, 그 낱말은 그만큼 더 멀리서 뒤돌아본다’라고. 무의지적 기억의 자료들이 그에 상응함으로써 무의지적 기억의 자료들은 ‘먼 곳의 일회적 나타남’을 내포하는 아우라 개념을 뒷받침한다.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흰 바람벽이 있어」(『문장』, 1941.4)

시 「흰 바람벽이 있어」는 흔히 시인이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기거하면서 떠오른 여러 상념들을 진술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흰 바람벽’으로 좁고 쓸쓸한 이미지가 감각적으로 드러나고, 고독 속에 놓인 시인이 그 ‘흰 바람벽’을 통해 ‘어머니’의 영상을 시작으로 애틋한 것들의 영상을 바라보는 내적 구조로 설명된다. 종국에는 차분히 자신의 생을 응시하는 내면적 독백의 시인이 스크린 자막처럼 객관화되어 나타나고, 자연물과 인물들의 나열을 통해 더욱 맑고 투명한 언어로 진실한 감동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의 시선은 애시당초 ‘흰 바람벽’의 ‘글자’를 바라보면서 그 사물의 이야기에 대해 경청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반의 시가 확고한 주체로서 화자를 설정하고, 시 세계 전반을 그 주체적 화자의 주관화로 내적 질서를 진술해나가는 구조로 이해되지만, 백석의 시에서는 화자가 주관적 감정인 ‘외로운 생각’마저도 ‘헤매이’는 비주체적인 위치에 두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는 백석의 사유가 들뢰즈가 말하는 ‘형상과 더불어 사유하는’ 방식에 근접하고 있고, ‘흰 바람벽’의 유령 속에서 그러한 형상이 복잡하게 엉킨 글자들을 자발적으로 조판(組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에 대한 여타의 일반적인 진술과는 달리, 시인은 마치 스크린을 닮은 ‘흰 바람벽’과 우연히 그리고 필연적으로 조응함으로써, 무의지적 기억으로 재현된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현재의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현실 속 자신을, ‘하눌’ 존재로부터 ‘가장 귀해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형상화함으로써 진실한 위안을 받는 것이다.
--- 「먼 곳의 일회적 유령과 시(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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