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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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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캔들

[ EPUB ]
이희정 | 가하 | 2014년 04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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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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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0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0만자, 약 6.7만 단어, A4 약 126쪽?
ISBN13 97911568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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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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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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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마. 괜히 장난이었다느니 실수였다느니, 이딴 소리 하면 너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감각을 일깨운 그 키스가 한낱 장난질이었다는 소리가 우수의 입에서 나올까 봐 재린은 험악한 얼굴로 말문을 막았다.
“나 먼저 간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재린은 일단 삼십육계 줄행랑을 택했다. 우선 안전한 집으로 피신해서 방금 그 키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따위가 아니다. 까짓것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친구로서 정우수는 그리 훌륭한 녀석이 아니었기에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재린은 지금 무섭도록 이성으로 다가오는 우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전략을 세워야 했다. 특A급인 녀석의 외모에 여태 무덤덤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가 이성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져버렸다. 재린의 심장이 돌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우수로 인해 미칠 듯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재린은 서너 발짝을 떼기도 전에 우수에게 잡혀버렸다.
“도망가는 거야, 민재린?”
“어.”
“내가 무서워?”
“응.”
“왜?”
왜냐고 묻는 우수의 목소리에 재린은 돌아서서 그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진지하게 자신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감정에 대해 짧게 정리해 대답했다.
“네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정우수, 너 나한테 키스한 거 진짜 실수한 거야.”
“실수 아니야.”
“정우수, 오늘 말고 내일 얘기하자. 내가 지금 무척 혼란스럽거든? 그러니까 생각을 좀 정리하고 이성적으로 대화하자. 머리가 뒤죽박죽이라 정리가 안 돼.”
“너한테 장난치려고 다가갔는데 네가 너무 놀라는 바람에 화가 나서 날 때리기 시작했어. 난 네 주먹을 피하려고 손목을 움켜잡았고, 넌 소리를 지르려고 했어. 그걸 막기 위해 내가 키스를 했고. 이 정도면 상황 정리는 된 거 아니야?”
자신은 머릿속에서 회오리바람이라도 부는 양 난리법석인데 놀랍도록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우수 때문에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정우수 저놈에게는 일상다반사인가 보다. 그리고 자신처럼 전기도 오지 않았나 보다.
“그게 아니라, 젠장! 전기가 왔다고, 이 자식아! 넌 만날 하는 연애라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4년째 독수공방하면서 음기가 쌓일 대로 쌓인 나는 아니라고. 알아먹어? 뇌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침투했는지 세상에 여자라고는 나 하나 남아도 절대 돌아보지 않을 정우수한테 이런 반응이 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 너처럼 이성적으로 이 상황을 정리할 여력 따위 내겐 없으니까, 나 좀 놔. 나 지금 엄청 당황스럽고 쪽 팔리거든?”
재린은 숨도 쉬지 않고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이는지도 모르는 채 순식간에 말을 마쳤다. 그리고 잡고 있는 우수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집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민재린! 거기 서!”
등 뒤로 들리는 우수의 말을 무시하고 재린은 죽어라 달렸다. 다른 짓궂은 장난은 다 받아줄 수 있었다. 뭐라고 놀려먹어도, 뭐라고 장난을 해도 다 참아줄 수 있는데 우수가 방금 전 키스를 가지고 단 한마디라도 지껄인다면 아마 평생을 문밖 세상하고는 담쌓고 살아야 하리라.
뒤따라오는 우수의 발소리가 들렸지만 재린은 기를 쓰고 달렸다. 더 이상 차가운 바람도 느껴지지 않았고, 옆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정우수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허울뿐인 대문을 통과해 2층으로 달음박질쳐 올라간 재린은 신기와 같은 속도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문을 채 통과하기도 전에 헉헉거리며 달려온 우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하아, 하아! 무슨 계집애가 이렇게 발이 빠르냐? 아까는 거북이가 형님 하게 달리더니 지금은 아주 발이 안 보일 정도네.”
“나중에 얘기하자는데 너 왜 이래?”
“아니, 난 지금 얘기해야겠어. 들어가자.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
“싫어. 나 혼자 들어갈 거고, 넌 너희 집으로 갈 거야.”
“휴우, 한 번에 말 듣는 적이 없지.”
문을 잡고 버티며 싫다고 우기던 재린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들리더니 머리가 거꾸로 떨어졌다.
“어? 야! 놔! 안 놔?”
“시끄러워!”
“놓으라고!”
“던져버린다.”
험악한 얼굴로 협박한 우수는 발버둥 치는 재린을 어깨에 들쳐 멘 채 제집인 양 거리낌 없이 들어가 침대에 얌전히 내려놓았다. 우수가 전등 스위치를 올리자 순식간에 밝아진 실내에서 재린은 얼굴을 가렸다. 보지 않아도 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 빤했다.
“얼굴 들어.”
“…….”
“후우…….”
재린이 대답은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자 우수는 한숨을 내쉬고 침대 위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트리스가 출렁거렸지만 재린은 용케 중심을 잡고 얼굴을 가린 손을 풀지 않았다.
“너, 정말 전기 왔어?”
“…….”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 다행이군.”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나직이 읊조리는 우수의 말에 재린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가린 손을 풀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랑 하는 키스가 죽어도 좋을 만치 황홀하다는 걸 진즉 알았다면 널 여태 이렇게 고이 모셔두지 않았을 거다.”
“뭐, 뭐라는 거야, 지금?”
마른 얼굴을 쓸어내리며 하는 우수의 말에 재린은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우수는 그런 재린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마른 얼굴을 한차례 더 쓸어내리고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너만 좋은 거 아니었다고, 너만 전기 온 거 아니었다고. 나도 좋았고, 전기가 왔다는 말이야.”
“너…….”
“사랑한다, 민재린. 빌어먹게 말도 안 듣고, 여자답지도 않은 민재린이지만 사랑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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