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노타우로스는 황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하이브리드한 존재다. 따라서 미노타우로스적 의료란 사고와 조종은 황소의 머리, 즉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인간은 인공지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형상을 묘사한다. 첨단 로봇 수술 도구를 조작하는 인간 의사가 결국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현실을 말한다.
스마트 병원은 이러한 미노타우로스적 의료 패러다임의 상징이며, 스마트 도시 역시 인공지능 네트워크 속에서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형태로 변모할 수 있다.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인간은 켄타우로스에서 미노타우로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모든 병원이 스마트 병원이 될 것이며, 의료진은 미노타우로스적 의료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 미래 의료진에게 필수 덕목은 인공지능 리터러시(literacy), 즉 인공지능 문해력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병원 업무 프로세스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의료를 실현하는 것이 의료진의 인공지능 리터러시다.
의료적 지식과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겸비한 의료진은 기존 능력의 10배 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진료 속도를 포함해 효율성·안전성·정확성·지속성 등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놀라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환자의 디지털 트윈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100조 개가 넘는 DNA 분석에서 읽어낸 정보를 기반으로 진단하는 의사는 전통 방식에 의존하는 의사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지금의 의사 면허 취득은 태권도로 따지면 노란 띠 수준에 불과하다. 파란 띠, 빨간 띠를 거쳐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체득하는 검은 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의료진은 도태될 수 있으며, 인공지능으로 무장하지 않은 병원은 스마트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 pp.26-28, 「서문」 중에서
은평성모병원의 보이스 EMR은 현존하는 가장 높은 인식률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모델을 탑재했으며, 음성인식기의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음성 전처리(pretreatment) 엔진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음성인식이 가능하다. 모든 EMR과 호환되며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의 수술 기록이나 시술 기록, 판독 기록 등 다양한 형태로 연결된다. 음성인식률은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할 때조차 95% 이상을 인식하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
특히 방사선학·병리학·정형외과·소화기내과에서 사용하는 의학 용어뿐만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전문 엔진을 탑재하여 병동, 외래 진료실, 수술실, 치료실, 검사실에서 의료진이 목소리로 정확하고 편리하게 전자 기록이 가능하다. 은평성모병원은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한 음성 보안 기술을 통해 의료 음성인식의 보안성과 의료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보이스 EMR 사용으로 은평성모병원의 의료진은 기록 작업 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기록 정확도가 향상되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입력 실수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
은평성모병원은 보이스 EMR과 더불어 목소리만으로 간호기록을 남길 수 있는 세계 최초 음성인식 전자간호기록 시스템인 Voice ENR(Electronic Nurse Record, 이하 보이스 ENR)을 상용화한 기관으로, 의료계의 혁신자로 주목받았다.
보이스 ENR은 간호사가 별도의 기록 작업을 하지 않고도 간호 업무 중에 모든 정보를 음성으로 실시간 입력하고 저장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모바일 간호 기록 플랫폼으로, 간호 업무 시 간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주는 혁신적 발명이다. 이는 환자 곁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하면서 간호사가 전자간호기록에 모든 정보를 음성으로 입력하고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pp.56-58, 「키보드에서 해방된 의사들」 중에서
이른 아침 의사 정민은 커피를 한 손에 들고 병동으로 향했다. 그 옆에서는 회진 로봇 로삐가 바쁘게 따라오고 있었다. 로삐의 가슴에 달린 모니터에는 오늘도 유머를 던질 준비가 된 듯 눈동자 이모티콘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로삐, 오늘 일정 알려줘.”
로삐는 잠시 멈추어 서서 화면에 일정을 표시했다. “32명의 환자를 봐야 하고요, 그 사이에 제가 몇 번 웃겨드릴 수 있을지도 계산해봤어요. 그리고 당신이 커피를 마시는 걸 보니 저도 커피 향을 맡으면서 전기를 마시고 싶네요. 그러면 커피 맛 전기가 되거든요.” (…)
2024년 3월 의료 대란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하여 대학병원 수술실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의 빛을 발산하는 곳들이 있었다. 바로 수술용 로봇과 스마트 의료 기술을 도입한 수술실이었다.
정형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의료 전문가의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숙련된 의료진의 손길과 결합한 로봇 기술은 놀라운 정밀성과 안전성을 자랑하며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 결과를 선사했다.
의료 대란이라는 위기 속에서 스마트 의료는 단순히 기술 개선을 넘어 의료 시스템 자체의 혁신을 이끌어냈다. 로봇·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과 접목한 의료 서비스는 품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권순용 교수는 “오랜 기간 스마트 병원 구축에 힘써왔고 의료 대란이라는 위기 속에서 그 가치를 극명하게 증명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의료 대란을 극복하고 미래 스마트 의료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의료계는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의료 전문가,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정책 입안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미래 의료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해야 합니다.”라고 스마트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pp.88-92, 「의료와 로봇의 만남」 중에서
스마트 의료 시대에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 디지털 의료 지식과 기술이 융합하고 있는 지금, 스마트 의료는 메타헬스라는 새로운 문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명징한 시대적 부름은 이분법적 논리로 갈린 의료계 진영을 통합의료라는 헤픈 표현의 희망 회로를 멈추려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견고성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 ‘메타 헬스(MH, Meta Health)’다. MH는 새로운 헬스케어에 대한 확증 편향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둔, 모든 헬스케어에 대한 실천적 바이브다. (…)
국내에서는 이미 성균관대학교가 2023년 메타바이오헬스학과를 신설하여 메타헬스의 서막을 열었다. 이 학과의 김경규 학과장은 “20세기 바이오헬스가 의학적 진단 및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 및 의료 기기에 한정되었다면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이오헬스는 ICT 디지털 기술과 의료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기존의 바이오헬스를 뛰어넘어 진정으로 인간의 건강 증진과 무병장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메타바이오헬스’로 변화하고 있습니다.”라고 인사말을 시작한다. (…)
대한노년근골격의학회 회장인 권순용 교수는 2024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 시대 통합의료의 미래’ 세미나를 마치며 메타 헬스는 스마트 의료가 지향하는 좌표이자 이끌어가는 견인차로서 향후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순용 교수는 이 세미나가 일반의와 한의가 모여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여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초월적 의료라는 개념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권 교수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여 기존의 통합의료를 초월한 메타헬스라는 원석을 발견한 것이다.
이날 초청 강연을 한 존스홉킨스대학교 윤사중 교수 역시 메타헬스 구현에 디지털 트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유전자분석을 통한 환자 개인별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환자 모델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정보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술을 의한방 통합에 적용하면 상호 분야의 소통과 교감을 원활하게 하는 가교 구실을 해서 한방 의료의 과학화를 촉진하고 일반 의료와의 연결성을 높여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메타헬스의 구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최첨단 스마트 통합의료다.
--- pp.195-198, 「스마트 의료의 종결자, 메타헬스」 중에서
BCI는 뇌와 접속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삽입형, 부분적 삽입형, 비삽입형으로 나눌 수 있다. 삽입형 BCI는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가장 정확한 뇌 신호를 얻을 수 있지만 어렵고 시술이 필요하므로 위험성이 있다. 뇌에 직접 접근해서 시술을 해야 한다. 삽입형 BCI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시각을 돌려주고 전신 마비 환자에게 스스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시술을 받은 사람 중에는 제한적이나마 시각 정보를 얻어 느릿한 속도로 자동차 운전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전신 마비 환자도 삽입형 BCI 시술을 받은 사례가 있다.
삽입형 BCI 기술을 사용하고 최근 대중적 인기를 얻은 대표적 회사가 뉴럴링크다. 이 회사는 뇌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는 침습적 기술을 사용한다. 이는 기존의 비침습(비삽입) BCI 기술에 비해 높은 정밀도와 정보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뉴럴링크 BCI는 1,024개 이상의 전극을 사용하여 뇌의 신경 활동을 기록한다. 이는 기존 BCI 기술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의 뇌 활동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다. 뇌파의 전기적 신호는 너무나도 미약해서 기기가 뇌와 물리적으로 가까워질수록 정밀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1,000개가 넘는 전극을 장기간 안전하게 유지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 더욱이 이 전극들로 뇌 기능을 해독하고 이를 다시 처리할 수 있는 뇌 부위는 수 센티미터 이내의 아주 국소 부위며, 이 분야 연구는 동물 연구 또는 초보적 인체 임상 연구에 국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고려대학교 의대에서 안암병원 신경외과로 자리를 옮긴 장진우 교수와 서울대학교 공대 김성준 교수, 한림대학교 의대 신형철 교수가 공동으로 강아지의 뇌파를 판독하여 강아지의 반응을 인간의 언어로 해독하는 초기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또 다른 연구팀은 통증 모델 실험용 쥐가 발에 통증의 강도를 느낌에 따라 뇌의 신호가 다름을 입증한 연구 등을 진행하여 보고한 바 있다.
--- pp.342-348, 「뇌파와 연결하여 장애를 극복하는 BCI」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