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첫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설렘, 기분 좋은 긴장감, 부끄럽게 주고받는 마음 등 첫사랑이 주는 이미지는 주로 밝고 긍정적입니다. 주인공인 ‘나’에게도 첫사랑은 풋풋했던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었지요. 그러나 ‘나’에게 첫사랑은 순수한 추억의 의미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나’에게 첫사랑은 전쟁을 겪은 시기,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을 살아 내게 한 원동력이었습니다.
--- p.28 「박완서/ 그 남자네 집 중」 중에서
꿈과 공부, 친구와 사랑 등 많은 일로 고민하게 되는 십 대. 현수가 서현이에게 보낸 편지 구절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네요. 현수는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흔들린다는 서현이에게, 그것은 당연한 거라고 얘기합니다.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그렇게 계속 흔들리면서 성장하는 게 맞는 거라고.
--- p.53 「탁경은/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나누는 말들 중」 중에서
할머니의 말처럼 어떤 기억은 쥐고 있을수록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소중한 존재와의 행복한 기억일수록 더 그렇고요. 그래서 마음에 붙지 않게 털어 버려야 하죠. 아마 한지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영주를 절대 잊지 못할 거라는 걸. 하지만 자신이 돌아가야 하는 곳은 레아가 있는 나이로비라는 것을. 그리고 이미 경험도 있죠. 코뿔소들을 보내며, 나를 위해서 곁에 두려는 생각은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요.
--- p.61-62 「최은영/ 한지와 영주 중」 중에서
당시에도 자유연애를 부르짖는 여성들이 있었지만, 옥희 어머니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아저씨와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포기하고, 옥희와 단둘이 사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타인의 시선이고, 이 압박이 어머니의 선택을 강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소설은 실패로 끝나는 단순한 썸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압력이 개인의 자유로운 결혼을 방해하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 p.70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중」 중에서
그 밤, 그들이 보고 마음에 담은 것은 지구에 근접한 혜성 하나인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그들은 혜성만을 보았을까요? 혜성은 짧은 순간 스치듯 지나가 지금 당장은 이곳에 없지만, 아니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멸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다시 나타납니다. 그런 점에서 혜성은, 이제는 이곳에 없는 애인「愛人」을 잊지 않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언젠가는 혜성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일종의 희망과 위안을 줍니다. 어쩌면 그들은 혜성을 보았던 그 순간, 각자가 사랑했던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자신들의 사랑이 인연이 다 되어 곁에 없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요.
--- p.75 「이순원/ 은비령 중」 중에서
주인공의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고, 자기 아내를 안타까워하던 정신과 의사는 정작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직원이 출산과 함께 그만두자, 다음에는 미혼 여성을 채용해야겠다는 속마음을 내비칩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에 아직 존재하는 인식의 한계를 보여 줍니다.
이 장면에서도 연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성들만의 목소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으로서의 김지영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절반을 구성하는 김지영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남성들도 동참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작가가 이 장면을 마련해 둔 것은 아닐까요? 독자들에게 보다 넓은 범위로 사고를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 p.180-181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중」 중에서
가부장의 논리 속에서 여성의 삶은 아버지의 집 안에 머물러 있다가, 남편의 집으로 옮겨 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성이 수행해야 할 것은 어머니, 아내의 의무이지요. 자기를 펼치기 위해 집을 나서는 김미경과 같은 여성에게는 천박한 여자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자유로운 인간 영혼을 짓밟는 이러한 말은 거대한 독재 권력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 안에서 오빠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자신들의 사랑하는 딸과 누이에게 들려주는 말입니다. 그 말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날개가 꺾입니다.
--- p.228-229 「서이제/ 그룹사운드 전집에서 삭제된 곡 중」 중에서
공동체는 서로가 지닌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일로부터 이루어집니다. 종이 다른 생명 또한 그들의 삶의 방식이 있고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생명의 존엄성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 사실을 때로는 너무나 쉽게 잊어 버리곤 합니다. 사람들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고,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요. 자신의 삶을 부정당한 힘없는 동물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항거하기도 합니다. 실험실에 갇힌 돌고래가 수조 위로 떠오르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동안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요.
--- p.253-254 「안도현/ 남방큰돌고래 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