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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 아케가미 린네는 틀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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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38g | 128*188*17mm
ISBN13 9791193149256
ISBN10 1193149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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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찾았습니다.”
아케가미 린네가 그 이름에 걸맞게 당당한 목소리로 선언했을 때 나는 한숨을 꾹 참아야 했다.
--- 첫 문장

진실이 있는 곳에는 논리가 있다. 범인을 알아냈다고 선언했으니 아케가미 린네의 머릿속에는 설명할 수 있는 추리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우리가 찾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p.11

나, 이로하 토야에게는 한 가지 신념이 있다.
무죄 추정, 즉 의심만으로는 벌할 수 없다는 것.
이는 법치국가에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대원칙이다. TV에서 ‘용의자’로 보도되는 인물에게는 단지 혐의가 있을 뿐이지 그는 범인으로 확정된 게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다. 이 삐뚤어진 세상에서는 속담과 다르게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용의자’는 어떻게 ‘범인’으로 바뀔까. 그것은 바로 재판과 논의, 증거를 통해서다. 이것들을 거치지 않은 고발은 그저 음해 또는 심각한 명예훼손에 불과하다.
--- p.12

나는 새 퍼즐 조각을 손에 들고 제자리에 달칵 끼워 맞췄다. 지난 며칠간 맞춰 온 직소 퍼즐이 마침내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외국, 즉 독일인가 어딘가에 있는 성의 풍경이다. 그러나 진정한 완성까지 아직 한 개가 부족하다. 그 마지막 퍼즐 조각은 린네가 쥐고 있다.
--- p.67

“내 목표는 변호사야. 어떤 의뢰인이건 성실히 상대하고, 안이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해 최선의 결론을 찾는 것. 그게 바로 내가 목표로 하는 변호사의 모습이라고.”
아케가미 린네. 난 너라는 사람에 대해 지금은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단언할 수 있다. 지금 네가 느끼는 실망감은 전에 나도 느낀 것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스토리만을 원하며 진실을 진지하게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때 느낀 분노, 슬픔, 무기력감. 제대로 된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때 나는 얼마나 바랐던가.
--- p.98

너에게 자명한 것이 우리에게는 불명한 것이라고.
너에게 이치란 것이 우리에게는 수수께끼라고.
- 당신이 범인이에요.
그날 네가 했던 그 한마디는.
틀림없는 추리이자.
틀림없는 수수께끼 풀이였다는 것.
나는 그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아케가미 린네.
너와 말이 통하는 상대가 마침내 나타났어.
--- p.126

마지막 퍼즐 조각을 퍼즐판에 끼워 넣었다. 이제 책상 위에 있는 것은 더 이상 퍼즐이 아니다. 형형색색의 꽃이 만발한, 한 폭의 아름다운 꽃밭 그림이었다.
--- p.158

나는 예상보다 더 큰 충격에 몇 초간 굳어 버렸다. 홀리거나 정신이 팔린 것은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린네도, 아케가미 린네도 여자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인식했다고 할까.
--- p.208

전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 p.271

논할 필요도 없이.
논할 시간도 없이.
모든 수수께끼를 단숨에 풀 수 있다.
모든 진실에 낭비 없이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케가미 린네는 내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걸 안다면…… 고생하지도 않겠죠.”
그렇다. 그러니 지금 여기 내가 있다. 린네가 제시해야 할 답을 대신 답해 주기 위해. 그렇다. 린네는 답안 맞추기용 기계 장치가 아니다. 추리소설 속 명탐정과는 다르다. 난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걸까.
--- p.274

나는 린네의 손을 맞잡았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리고 누구에게도 그걸 전달할 필요가 없다면 추리를 설명할 이유도 없다. 논할 가치조차 없는 자명한 이치다.
“언젠가 그 정론의 괴물에게 같이 한 방 먹여 주기로 해요.” 린네의 결의에 찬 말에 무심코 웃음이 터졌다.
“그 목적이야 어쨌든…… 미안해. 변호사가 주제넘은 짓을 해서.”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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