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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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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ment 1

[ EPUB ]
이희정 | 가하 | 2014년 05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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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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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5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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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2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6.2만자, 약 5.4만 단어, A4 약 102쪽?
ISBN13 979115682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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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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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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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렇게 강물의 흐름을 바라보던 향주는 슬쩍 고개를 돌려 석현을 쳐다보았다. 석현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불현듯 석현과 나란히 앉아 있는 지금이 믿기질 않는 향주의 입가가 해낙낙해졌다.
한동안 싱글거리던 향주는 그러고 보니 아직 석현의 입으로 저를 좋아하는 것이 사실인지 확인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분명히 준수가 그렇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석현의 입으로 저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직접 듣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지만, 아무리 어리다지만 향주도 여자였다. 끊임없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여자 말이다.
향주는 슬쩍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조심스럽게 석현을 불렀다.
“오빠.”
“응?”
“어제 그거…… 정말이야?”
“어제라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되묻는 석현 때문에 향주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준수가 얘기하던 자리에 석현이 함께 있었고,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제 입으로 말하기는 어딘가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아랫입술을 깨물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향주의 귓가에 석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즐거운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장난임을 알아챈 향주는 주먹을 들어 가볍게 석현의 어깨를 쳤다.
“아, 뭐야!”
“하하, 미안. 근데 너 정말 귀여워.”
귀엽다는 말을 별 뜸도 들이지 않고 내뱉는 석현 때문에 향주는 빨개진 얼굴을 무릎 위로 파묻었다. 제 몸 크기는 생각도 않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홧홧한 얼굴 때문에 고개도 들지 못하는 향주의 머리 위로 석현의 따뜻한 손이 내려앉았다. 향주는 움찔거리지도 못한 채 화석이 되어버린 듯 그대로 굳었다.
“지난번에는 거짓말을 했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석현의 말에 밑도 끝도 없이 향주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쩌면 다정한 석현의 말투 속에 앞으로 나올 얘기를 짐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같은 마음이고 싶은 감정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불러온 눈물이 당황스러운 향주는 등을 더욱 둥글게 말고 고개를 묻었다.
“그때는 나도 혼란스러웠어. 내 마음을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건지 말이야. 준수가 널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난 자꾸 네가 신경 쓰였어. 네가 고백할 때까지만 해도 준수가 좋아하는 애이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어. 그런데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어. 아니라고, 내가 널 좋아하는 게 아닐 거라고 부정해도 자꾸만 네 얼굴이 따라왔어.”
머리 안의 어떤 기관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얼굴은 자꾸만 흐르는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렸지만 기쁨은 고스란히 가슴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향주의 가슴에 여운이 긴 울림이 있었고, 그 느낌에 저도 모르게 양쪽 입시울이 당겨 올라갔다.
보나마나 얼마나 좋은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얼굴을 감출 생각에 향주는 고개를 파묻고 바보처럼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얼마나 꼴이 우스울지 알지만, 자꾸만 벌어지는 입술을 다물 재주가 없었다. 그런 향주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석현은 여전히 무릎에 얼굴을 묻은 향주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채향주한테서 도망가려고 했는데 결국 못 갔어. 준수 녀석이 너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안 되더라. 이제야 이런 말 하는 게 뻔뻔하다는 거 알지만 물어볼게. 내가 좋다던 네 말, 아직 유효하니?”
“…….”
“혹시, 마음이 바뀐 거니?”
“…….”
“바뀐 거구나…….”
“아니야! 바뀐 거 아니야.”
엉망일 얼굴 때문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저를 오해한 석현의 말에 향주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소리치다시피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야?”
“아니야.”
재차 답을 확인한 석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고, 반대로 향주의 얼굴은 붉어져만 갔다. 향주는 밀려드는 부끄러움과 어색함에 석현의 얼굴을 바로 보지도 못한 채 허공에 대고 눈알만 또록또록 굴려댔다.
“너 울보구나?”
“그런 거 아니야, 뭐.”
제 얼굴에 남아 있는 눈물을 발견한 것이 무안하고, 석현의 말끝에 묻어 있는 웃음기가 얄미운 향주의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그때 어느새 웃음기를 거둬낸 석현의 목소리가 향주를 불렀다.
“향주야.”
“왜 불러?”
“울지 마.”
다른 설명 따위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은, 그저 울지 말라는 담백한 한마디뿐이었다. 그 한마디는 직접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보다, 백 마디의 위로보다 빠르게 향주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박에 헤헤거리고 웃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 향주는 괜히 입술을 삐죽거리며 딴죽을 걸었다.
“오빠가 말을 이상하게 하니까 그렇잖아.”
“내가?”
“그래. 오빠가 그랬어.”
“뭐어? 쿡쿡! 그래, 내 잘못이야. 미안.”
부끄러운 마음에 괜한 억지를 부리는 향주를 아는 것처럼 석현이 선선히 사과했다. 향주는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눈물을 야무지게 닦아내고 석현을 바라보았다. 마침 저를 바라보던 석현의 눈과 딱 마주친 향주는 방금 전과는 다르게 살포시 웃어주었다.
제법 어둑해진 한강변에는 봄바람이 심술이라도 부리듯 펄럭이며 두 사람의 옷깃을 들추고 지나갔지만, 서로의 미소에 집중하고 있는 향주와 석현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잔인하다는 4월이 그해 향주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달이 되어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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