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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개인주의자

: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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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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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8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44g | 142*210*20mm
ISBN13 9791171830473
ISBN10 1171830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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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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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범죄나 부도덕한 행위처럼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 이상 글쓴이의 친구가 하겠다는 폭로는 예비 신랑이 중대하게 여길 정보를 담고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예비 신랑이 그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 파혼을 고려할 수도 있고, “그래서 뭐?”하고 말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단순히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결국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글쓴이를 대신해 과거를 폭로한다는 친구의 행동은 올바른 것일까요? 다시 공자님을 소환하면 고개를 좌우로 흔드시겠지요. “아버지가 양을 훔쳤다고? 그리고 그걸 아들이 관가에 달려가서 고발했다고? 섭공, 당신네 나라에서는 그게 훌륭한 일인가 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지 않소이다. 부모의 잘못은 자식이 숨겨 주고, 자식의 잘못은 부모가 숨겨 주지요. 그것을 바르다고 합니다!”라고 하신 분이니까요. 그런데 공자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까닭은 “이런 일을 국가가 장려하는 것처럼 보이면 저마다 고자질로 출세해 보자는 욕심이 팽창하고, 가족과 친구 사이의 따스한 정은 그런 욕심에 짓눌려 버린다. 그러면 결국 돈과 권력 앞에서는 우정이고 사랑이고 남아나지 않는 세상이 된다!”라는 걱정에 있었습니다.
--- 「친구의 동성애 과거를 함부로 폭로해도 될까?」 중에서

먼저 이 비행기 좌석 논란을 ‘대수롭지 않은 불편을 감수하며 낯선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라는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느냐?’의 문제로 풀어 따져 보기로 합시다. 어쩌면 ‘그게 따져 보고 말고 할 여지가 있느냐?’라며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선의를 베풀고 말고는 전적으로 나의 자유이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뭐든 내 뜻대로 하는 게 맞다’라는 입장은 자유지상주의의 입장에서 보나, 밀의 무위해성 원칙에서 보나 부합하니까요. 하지만 밀의 선배 격인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잘 알려진 대로 행위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합니다. 그렇다면 한 사회의 구성원 A의 행복이 1만큼 줄어들고, 그에 따라 구성원 B의 행복이 2만큼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면, 그들의 행복 증감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구성원 A는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게 맞습니다(물론 생명이라거나, 직업, 지위 등등 인생에서 대단히 절실하며 회복하기 힘든 대상은 논외입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A가 포기하면 B가 득을 보는 경우도 논외겠지요). B나 국가가 A에게 사회적 행복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자신의 작은 행복을 포기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A에게는 그런 작은 포기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지요.
--- 「아이를 위해 비행기 좌석을 바꾸는 것이 옳을까?」 중에서

‘시험 시간에 지각하면 시험을 볼 수 없다’라는 규칙도 도를 넘은 규칙인 걸까요? 생각해 보면 문제의 학생은 늦어서 헐레벌떡 뛰어왔을 것이고, 초조하고 당황한 나머지 차분하게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태였을 겁니다. 게다가 시험 시간도 20분이나 잡아먹은 판! 이미 상대적 불이익을 보고 있는 셈인데 아예 절대적인 불이익을 보도록 하는 일은 부당하지 않을까요? 또한, 느긋이 보내다 늦게 온 게 아니라 실수였다면 규칙을 고의로 어긴 게 아니니 참작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아무튼 늦잠을 자서 늦게 온 것은 다른 사람의 책임이 아니니, 그 불이익도 오롯이 감수해야 마땅하다. 또한 실수인지 아닌지를 입증하기도 어렵다’라는 논리로 반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반론도 가능합니다. 이 학생의 경우는 나름 시험에 열심히 대비했다고 하겠지요. 완벽주의자였다고 하니 평소 수업에도 성실히 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다른 학생이 시험을 보고 C를 받았다고 할 때 이 학생은 아예 시험을 포기하고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은 학생과 마찬가지로 F를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름 성실했던 사람이 전혀 불성실했던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되는데, 이것이 공정하냐는 것입니다.
--- 「시험에 지각하면 시험을 칠 자격을 잃어도 될까?」 중에서

DxE나 PETA 회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야말로 정의를 위해 벌인, 전형적인 신적 폭력이라고 할 것입니다. 동물의 권리를 무시하고 동물을 학대, 착취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불편과 손해를 주면서, 인간과 동물이 평등하게 상호 존중하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행동이니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 가지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첫째, 피터 싱어 사상이 갖는 한계입니다. ‘쾌고감수능력(sentience,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의 유무만으로, 또는 생명의 존재만으로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할 수 있는가?’ 당연히 그렇다고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는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기독교인과 불교인 등등이 똑같은 사람으로서 동등하다는 데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권리를 동물에게도 똑같이 인정하지 않는 것을 ‘종차별’이라고 불러야 되는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 「의도가 좋으면 폭력도 괜찮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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