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1993년 07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153*224*30mm |
ISBN13 | 9788972977148 |
ISBN10 | 8972977144 |
발행일 | 1993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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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153*224*30mm |
ISBN13 | 9788972977148 |
ISBN10 | 8972977144 |
개정증보판을 내며 책머리에 바로보기…우리들의 동양철학 공자…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노자…인생의 보배를 간직하라 묵자…약자를 지키는 방패 장자…광활한 정신 세계의 끝없는 이야기 맹자…유가의 파수꾼 순자…동양의 프로메테우스 법가…인간을 조직하고 인간을 활용하다 명가…상식을 부순 사람들 농가…농사꾼의 영원한 벗 주역…점쟁이와 철학자 돌아보기…남은 이야기들 더 읽으면 좋은 책 |
어떤
지역의 문화든, 문화란 바로 그 지역의 종교와 사상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본질이 되는 사상의 이해가 필요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동양사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동양사상에서 춘추전국시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우리가 흔히 동양사상이라고 부르는 제자백가들의 사상이 바로 춘추전국시대 세객說客들이 설파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이런 동양사상을
공부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그것을 서양철학과 비교하여 공부하려는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양에는
본래 철학이라는 용어가 없다고 한다. 동양의 사유들은 도道를
깨닫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를 깨치는데 필요한 것은 서양철학이 추구하는 지혜가 아니라 수양을
통한 덕德으로 보았다. 그러기에 동양사상은
철학이 아니라 도학에 더 가까웠다. 또한 동양사상은 대부분이 2500년
전인 춘추전국시대를 다루고 있고,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로 쓰여 있다. 그러다 보니 동양사상은 마치 고리타분한 과거의 철학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어렵다는
선입감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선입감들이 동양사상은 특별히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학문처럼 여기게 만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제자백가들이 살았던 시대는 난세중의 난세였던 지라, 그들이 주장했던 사상의 폭은 넓고도 깊었다. 그들인 벌인 백가쟁명은 치국평천하의 근본 목적인 치도治道와
그 방법인 치술治術을 둘러싸고 벌인 논쟁을 일컫는 말이다. 천하를 재패하기 위해 제자백가들은 각종 사상들을 유세했지만, 진시황의
천하통일로 난세가 끝이 나고, 또 진시황 사후의 혼란을 한무제가 극복하면서 유가만을 유일한 관학으로
인정함에 따라, 다른 사상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들은 중국문화의 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것은 곧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기에 동양의 사상들은 우리의 과거는 물론 현재마저도 일정부분
규정짓고 있다. 바로 문화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
책 [동양철학 에세이]는 이처럼 과거는 물론 현재의 우리
의식 속에서도 자리잡고 있는 동양의 사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동양사상을 올바른 시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수많은 동양사상과 관련된 책들을 마주하면
우리는 우선 그 방대한 양에 질리고, 원전에 나오는 한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감을 주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처럼 우리들이 흔히 갖고 있는 동양철학에 대한 오해를
풀어줌과 동시에,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동양철학 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들은 우선 동양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공자를 비롯하여 노자, 묵자, 장자, 맹자, 순자의
사상을 살펴보고, 시대마다 각기 다른 영향력을 행사했던 법가, 명가, 농가와 주역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들이 동양사상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지만 저자들이 다루고 있는 제자백가들의 사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동양사상의 맥을 접할 수가 있다.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뜻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난세에 ‘어떻게 살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수많은 제자백가들이 구하고자 했던 이상이었다. 비록 그것에 이르는
방법은 달랐지만 말이다.
이
책의 특징은 말 그대로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동양고전들이 등장하지만 그 책들에
대한 소개는 간략하다. 또한 소개하는 사상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당시에 그 사상이 가졌던 의미에 대한
설명은 동양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더불어 오늘날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상의 한계와 모순에
대한 설명은, 철학이 현실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어야 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동양고전 속에 나오는 원문과 그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한 예문을
한글로 쉽게 풀어 쓴 것 또한 우리들이 어렵게만 느끼는 동양고전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양고전에 관한 책은 많이 읽는 편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를 떠나 많은 사유거리를 주는데 있어서는 동양고전을 따라올 책이 없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나온 책이지만 책 제목에 반해서 고른 책이었다. 그런데 동양고전에 대한 입문서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일찍이 신영복교수는 동양고전을 읽으면서 고민해야 할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바 있다. ‘고전공부는 고전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과거를 기억하고, 또 어떤 과거를 망각할 것인가 하는 기억투쟁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사상사의 쟁점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고전들이란 오늘이라는 시대가 선택하고 구성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따라서 고전을 읽으면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오늘이라는 시대가 선택한 관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오늘날의 시각으로 동양고전들에 대한 한계와 모순을 말하는 걸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저자들의 관점이 나와 같은지, 다른지를 떠나 일단은 동양고전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 또 그것을 읽어 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동양철학 에세이 2]권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동양의 철학은 서양 철학에 비해 우리에게 아직 신비롭고 어렵습니다. 플라톤의 <대화>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같은 고전들도 고등학생의 필독도서가 되어 있는 것이 익숙한데, 맹자나 장자는 낯설뿐더러, 왠지 아리송한 선문답(禪問答)을 읽고 고민에 빠지게 될 것 같은 부담이 느껴집니다. 저자도 이러한 점을 염려했었는지. 서문에서 먼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동양철학을 신비적으로 해석하거나 시대를 넘어선 보편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각 사상의 시대적 한계와 의미를 긍정적인 면과 아울러 부정적인 부분까지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쉽고 간결하게 동양적 특징을 지닌 사상들을 하나하나 다루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동양철학에 대한 오해들을 몇 가지 짚어줍니다.
오해 1. 동양철학은 골동품 같은 것이다.
오해 2. 그리고 점술이자 운명학이다.
오해 3. 그래서 특별한 수행을 쌓은 사람들만이 깨달을 수 있는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신비한 것이다.
이것들이 오해라는 말은 '동양철학은 현재에도 유효한, 발전이 진행 중인 학문이고, 점술과는 관계가 없으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일상적인 것'이라는 뜻이겠지요. 책은 10가지의 동양 사상을 다룹니다. 가장 잘 알려진 공자, 맹자부터 노장자 사상의 노자와 장자, 약자를 존중하고자 했던 묵자와 순자, 진나라를 세운 법가, 춘추전국시대의 소피스트 명가, 농민을 중시한 농가, 그리고 우리에게 사주팔자의 운명을 알려주는 주역까지.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면서 느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서는 제가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허벅지를 내리치며 '옳다구나'라고 외치고 싶었던 부분을 소개합니다.
공자는 "효(孝)의 실천은 충(忠)과 서(恕)에 있다."라고 합니다. 충(忠)이란 마음속에 중심을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반대는 환(患)입니다. 글자의 모양을 보아도 환에는 마음에 두 개가 들어 있습니다. 흔들림이 없이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키는 것. 그것이 충입니다. 서(恕)는 마음이 같아지는 것입니다. 남의 처지에서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지요. 공자는 자식이 내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대하고, 부모가 내게 이렇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자식을 대하라고 합니다. 충서를 실천하면 효가 저절로 이루어질 듯합니다.
묵자는 세상의 갈등을 '겸애(兼愛)'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겸애는 차별없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강한 이가 약한 이를 괴롭히는 것, 나와 나의 가족에 대한 이익 때문에 남을 공격하는 것이 모두 이 차별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본 것입니다. 아래는 묵자의 겸애사상을 잘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만일 당신이 무슨 일 때문에 어딘가로 떠난다고 하자. (중략) 당신은 처자식을 어떤 사람에게 맡기겠는가? 자기 가족이나 다름없이 당신 가족을 돌봐 줄 사람에게 맡기겠는가, 아니면 당신 가족보다 자기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에게 맡기겠는가<묵자><겸애 하>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한 유학자입니다. 같은 유학의 계보이기에 그의 이론은 맹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간을 보는 기준이 선과 악으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체감 상으로는 많은 차이가 느껴집니다. 순자는 악한 본성을 누르고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성(性), 정(情), 려(慮), 위(僞)의 4가지 마음 작용을 현명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리적 본성이고, ‘정’은 나 이외의 대상과 만나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려’는 대상에 대한 감정이 생긴 뒤 어찌할지 판단을 내리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위’는 판단을 내린 뒤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말합니다. 각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실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순자는 이기적인 본성이 군자와 소인이 같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노력을 통해 군자는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다른 것이지요. 즉 군자와 소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본성이 다르다고 본 공자나 맹자와는 달리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생각한 점이 순자의 특징이었습니다. 성악설이 '나쁜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분들이 노장 사상이나 주역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읽고 싶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두 사상은 현대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나,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생각입니다. 책에서는 다른 시각을 갖도록 독자들을 설득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시고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는 마지막 챕터에서 중국의 작가 궈모뤄(郭沫若)가 쓴 콩트 <마르크스의 공자 방문기(우리나라에서는 '마르크스, 공자에게 질려 도망치다'로 출간되어 있습니다.)>를 언급하며 동양철학이 현대사회에서도 잘 통할 듯하면서도, 어딘가가 어색한 부분이 있음을 보여줍니다.아마도 우리에게 맞게 잘 해석하고 활용해야한다는 의미겠지요. 그런 만큼 공부도 많이 필요합니다. 남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읽고 공부해야 자신의 이론이 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원전을 읽기 전에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논쟁이 이루어지는 주제인데요, 저는 성선설을 지지합니다. 한 사람이 태어난 후, 주변 환경이 그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것이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역은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도 점을 치듯이 예전에도 64괘를 이용해 길흉을 점쳐보았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사극 드라마 같은 것에서 주사위 같은 것을 굴리며 점치던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고 진짜 있었냐고 생각했는데 주역이 이 생각에 확신을 주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양철학 에세이’는 살면서 한 번쯤은 읽어봐도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철학에 관심이 없다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아는 것을 보는 반가움과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