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기쁨의 슬픔

파란시선-0146이동
한명희 | 파란 | 2024년 08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35쪽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845
ISBN10 119189784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빗자루를 들고 분주하다 서랍을 열어 보던 손은 장롱을 넘어뜨리고 이불을 끄집어낸다 해바라기 그림과 물망초 무늬의 벽들은 여전히 수직이고 수평이고 위아래 없이 평편한데 끄집어낸 이불 속을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새소리 행운목이 있는 창문 너머 교회 앞에서 찍힌 사진은 누가 줬더라! 야구 배트랑 글러브랑 앵무새 깃털이 달린 모자랑 꿈을 꾸듯 서랍을 뒤지면 없던 아이 하나 목각 인형처럼 웃고 낯익은 일기장엔 얘들아 밥 먹고 학교 가야지 귀를 잡아 일으키던 알람 시계,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던 강아지 토담을 끼고 숨바꼭질하던 골목들 보이는데 머리카락 휘저어 놓는 바람처럼 쓸데없이 분주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손과 빗자루는 좀 치워 주시지 먼지 풀풀 날리는 장롱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새소리
---「이불 속을 드나드는 새소리」중에서

화면이 켜지자 남자는
가방에서 서류 대신 사과를 꺼내 놓는다
저문 밤 혼자 먹던 밥처럼 홀쭉해진 가방을 드는 순간
이미 여러 번 겪은 꿈처럼 여자는 있다가 없고
푸른 사과가 시퍼렇게 멍이 든 사과가
꺼내 놓은 사과와 화면 속에서 굴러다닌다

광폭한 신의 모습이 저럴까 싶게 눈보라 휘몰아치고
폭죽처럼 우박이 터지던 날 그리스 신전 같은
오페라하우스 앞에서는 운명의 힘 서곡이 울려 퍼지고
남자의 손을 빠져나온 가방과 굴러다니던 사과가
눈보라 휘몰아친 족발집을 나와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있다
차에 치이고 사람들의 발길에 차인 듯이

식탁 위에 있던 술잔이 떨어진다 붉으락푸르락
사과나무 아래서 아주 잠깐 찾던 이름처럼
으깨진 생을 떠먹다가 우편배달부가 나타나서
속이 텅 비다 못해 쭈글쭈글해진 가방을 희망처럼 끌어안고
남자는 엎질러진 술이 되어 여자를 기다리는데

예측은 빗나가기 위해 존재하듯이
샹들리에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는 라운지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바람의 말이 히이잉 울지도 않고 달려온다
사람을 찾던 전단지처럼 서류를 날리며
시끌벅적한 시장 한 귀를 잡고 사과나무가 있는 언덕을 거쳐서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이미 여러 번 겪은 꿈처럼 있다가

아파트 너머 들판에는 시퍼렇던 사과가 빠알갛게 익고
---「아주 잠깐 찾던 이름처럼」중에서

나는 수혈증 환자다

내가 목이 마를 때 그래서 물보다 먼저 혈육이 나를 끌어당기는지도 모른다 청주 근처 북일면 외평리 그녀 집 과수원에는 피보다 진한 우물이 있었다 나는 그 우물 속으로 들어가 내 이름을 달리는 사막이라고 바꾸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도 피를 나눈 가족들의 서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목도리도마뱀이 살고 있는 사막에 대해서는 알고 싶은 게 많았다
목도리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따뜻했으므로 도마뱀이 사는 호주 북부와 뉴기니 남부로 가는 지도를 펼쳐 놓고

이놈의 자식 공부는 안 하고 회초리를 든 엄마가 가방을 뒤지고 책장을 넘길 때면 나는 언제라도 목도리도마뱀처럼 잽싸게 달려가 그녀의 우물 속으로 숨는 법을 배웠다 우물에는 언제나 맑은 피가 솟고 투명하게 살아서

그래서일까 그녀가 떠 준 목도리를 두르고 수혈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나는 지금 한겨울 과로로 쓰러진 택배 기사다

나를 쥐 잡듯 하던 엄마는 판사나 의사가 되길 바랐지만 함박눈 밤새 내려 수혈이 필요한 길은 길임을 하얗게 잊은 듯 길가 나무들 뼈만 남은 서로의 핏줄처럼 서 있고 지금은 흔적도 없는 그녀 집엔 사막을 달리던 이름만이 남아서 과수원 우물 속을 드나든다
---「달리는 사막」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설렘과 떨림 사이”에 “눈물과 한숨 사이”에 “바람과 바람 사이”에 “이승과 저승 사이”에 “그대와 나”의 광휘로운 비탄의 휘장이 걸려 있다. 생의 슬픔과 아픔과 기쁨을 감싸안는 시집을 연다. “꽃잎을 쥐고 흔드는” 바람이 시의 경계를 넘어 넘어 불어 간다.(「간(間)」) 나비 날갯짓 같은 시 편편(片片)이 영롱하게 반짝인다. 시의 빛이 넘실 넘실거린다. 하나의 언어가 단독적인 이미지를 획득하여 새로운 시가 되는 길. 한명희의 언어는 세필이었다가 망치와 정이었다가 봄날 벚꽃잎 스쳐 지나가는 한없이 부드러운 바람의 손길이었다가 직정 흘러넘치는 웅혼한 외침이 된다. 천변만화의 광폭(廣幅)을 펼쳐 낸다. “나는 돌이다 가지치기 당한 가로수이며 비 오는 들길을 걷다 납작 엎드린 민들레꽃이며 바람에 흔들리다 바람에 주저앉은 나비이다”(「이렇게」). 언어의 운동이 가닿은 곳에서 독자는 찬란한 ‘이미지-사건’을 목도한다. “죽은 자의 몸에서 그림자를 떼어 내”면(「타동사의 시간」) “나를 두고 간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아마도 사월」). 아니, 버릴 수 있을까. 이별과 사별이 있었다. 남겨진 사람과 떠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다(「시인의 말」). 망각이 시인을 포식한들 그가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랑할 게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날”이 우리를 기다린다(「짱돌」). 우리는 오늘도 바로 그날을 살고 있다. 이 시집을 압축하는 구절 “기쁨의 슬픔”은 음악이 되어 따스한 불빛처럼 우리를 위무한다(「질문은 의문의 사생아」). “내게 온 모든 음악은 헤어지고 싶은 것들의 미래”가 되겠지만, “새로 태어나기 위해/우리가 뭔가를 찾아 헤맬 때 떨어져 소멸을 기다리는 꽃들의 상처”만 남겠지만(「녹턴」), 한명희의 시는 생의 깊은 어둠을 따스하게 껴안는다. 먹먹해진다.
- 장석원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