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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고집
중고도서

목수 고집

: 최기영 대목장의 한옥 건축 이야기

최기영 | 예경 | 2015년 1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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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80*245*30mm
ISBN13 9788970845333
ISBN10 89708453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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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기영
호구지책이 삶의 최우선 척도였던 시절,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목수가 된 이래 하루 네 시간 이상을 자본 적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 어언 55년을 훌쩍 넘었다.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그의 얼굴과 손발, 어깨와 허리에는 험난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았지만 한편으로 세상이 그에게 부여한 경의와 찬사 또한 만만치 않게 쌓이게 되었다.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 74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는 명실공히 전통 한옥 건축의 일인자이자 대한민국의 보물로 일컬어진다. 정부에서는 지난 2004년 옥관문화훈장, 2010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여함으로써 그의 노고와 공로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1945년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태어난 그의 목수 인생은 충청도 사람답게 느리지만 서서히 강렬한 빛을 발한 삶이었다. 그의 손으로 건축한 한옥은 국토 곳곳에 산재해 있다. 천년고찰 영주 부석사의 설법 전과 회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국보 제15호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통일신라시대 월성 남쪽 궁성의 통로였던 지붕을 씌운 목조 다리 월정교, 남도 답사 일번지로 일컬어지는 강진 다산초당의 동암과 서암, 순천 송광사 육감정과 약사전, 영산전, 곡성 태안사의 원각선원과 명선암, 공주 마곡사의 중층 사찰 대웅보전, 예산 수덕사 일주문, 오대산 월정사의 적광전과 방산굴 그리고 1,400년 전 백제의 건축 양식인 하앙식 기법으로 당시의 백제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부여 백제문화단지 등이 그가 복원하거나 새로 건축한 작품들이다. 아직도 전국을 누비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공사 현장을 지 휘하는 그는 경기도 남양주에 전수교육관을 건립하여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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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장님께서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지어진 최고의 목조 건축물은 무엇입니까?”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할 때나 기업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나오면 모두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질문이었다는 듯 귀를 기울이며 내 대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내 대답을 들은 사람들은 이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내 대답은 언제나 “없습니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딜 가든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는 게 정답이다. 하나의 건축물은 그 시대의 정신과 문화, 생활수준과 양식, 그리고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걸 후대 사람들이 자기들 생각과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좋은 건축물은 있을 수 있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건축물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 pp.90-93

좋은 목수든 좋은 집이든 원리는 똑같다. 분수를 알고 지키는 것이다. 분수를 안다는 건 자기가 발 디디고 서 있는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걸 깜빡깜빡 잊어버린다. 분수에 맞지 않게 잘못 지어진 집은 허물어지게 되어 있다. 기단과 주초석, 기둥과 보, 서까래와 지붕 등 집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와 구조들이 분수에 맞게 제 위치를 잘 지키고 있는 집이 좋은 집이다. 나는 내 분수를 알았기에 남들이 쉴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남들이 잘 때 더 열심히 연구하고, 남들이 놀 때 더 열심히 기량을 연마했다. 본래 나는 가난하고 무지하고 힘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 목수란 편안하고 안락하고 안정적인 삶을 기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이것이 내가 지켜온 나의 분수였다. --- p.94

장장 17년 동안 이어진 대공사를 끝마치고 나서 거울을 보니 까맣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목수로서 걸어온 55년 동안의 모든 기량과 마음을 다 쏟아 부은 대역사였다. 나는 백제문화단지를 들를 때마다 능사를 찾아 5층 목탑을 한참 동안 바라보곤 한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지었지만 도무지 내가 한 일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하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거대한 목탑이 이토록 조그만 평면 위에 어떻게 서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질 때도 있다. 내가 지은 건축물 앞에서 내가 신기해 자문을 하면서도 나는 이에 대해 확실한 답을 할 수가 없다. 공부가 더욱 깊어지면 죽기 전에 그 비밀을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133

“지금까지 건축하신 한옥 중에 최고의 작품은 어떤 겁니까?”
내게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화 말미에 꼭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제가 죽기 직전에 짓는 작품일 겁니다. 장인의 실력은 해가 묵고 갈수록 좋
아지거든요. 그러니 작년에 지은 집보다 올해 지은 집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죠.”

내 대답 또한 한결같다. 판단력이 아직 흐려지지 않았을 때, 그나마 대패질할 정도의 기력이 남아 있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짓게 되는 건축물이 내 대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최고의 작품이니 대표작이니 하는 것들보다 더 절실한, 마지막 남은 간절한 소망 하나가 있다. 그것은 경상북도 경주시 구황동에 덩그러니 터만 남아 있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재현해 건축하는 일이다. 황룡사 9층 목탑을 재현해낸다면 이는 우리 전통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부여 백제문화단지 안에 건립한 능사 5층 목탑은 아파트 13층 높이의 38미터짜리 탑이지만 황룡사 9층 목탑은 아파트 21층 높이인 72.9미터짜리 탑이다. 능사 5층 목탑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탑인 것이다.
--- pp.33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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