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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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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월 1

[ EPUB ]
이서윤 | 가하 | 2014년 05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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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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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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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누군지 모르잖아.”
“그건 그대도 마찬가지겠지.”
“쫓기는 몸이야. 내게 여유 따위 없어.”
목소리의 힘은 빠졌어도 여전히 눈빛이 살아 있었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천휘가 싱긋 웃었다.
“좋아. 네 생각은 알았지만, 나는 상관없어. 이리 누군가에게 집중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그대는 쫓기고 있으니 가는 길이 험난한 건 명약관화. 날 잘 이용해봐. 그대라면 충분히 이용당해줄 수 있어.”
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마음을 흔들고, 그의 제안 아닌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다. 율은 이런 일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
“나는 네가 이러는 것이 싫다.”
또 다른 의미로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달빛을 받은 율의 눈망울이 바람 앞 촛불처럼 흔들린 순간, 그녀는 툭 검을 내렸다. 휙, 몸을 돌리려는 것을 거의 동시에 천휘가 그녀의 어깨를 돌려세웠다. 땅 위에 검을 던져놓고,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흡! 율이 숨을 들이켤 틈도 없이, 단번에 제 품안에 쓸어 넣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돌리려 하는 시선을 허락지 않았다. 장난기가 사라진 천휘의 눈빛이 밤하늘처럼 짙어졌다.
“네가 두려운 것은 내가 아닌 네 자신이지?”
율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속을 들여다보듯 서늘한 천휘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두려운 게 아니야. 싫다고 했어.”
“아니.”
천휘가 설핏 웃었다.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율의 생각이 틀리다고 꼬집어 말했다.
“나만 믿고 따라와.”
“주제넘은 소리 하지 마.”
“사내의 마음을 진정 모르는군. 하지 말라면 더욱 하고 싶은 것이 사내지만, 하기 싫은 것은 지금 죽는다 해도 하고 싶진 않아. 가라 하지만 가고 싶지 않단 말이지.”
천휘의 두 눈이 웃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위에 올린 손끝으로 보드라운 볼을 슬쩍 쓸었다. 솜털이 오스스 일어설 만큼 감각적이고 달콤한 전율. 한없이 스스로를 내맡기고 싶은 그런 나약함. 등줄기가 저릿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율의 몸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그, 그만해!”
율이 움찔거릴수록 천휘의 손길은 깊어졌다. 눈썹을, 차라리 감은 두 눈을, 애탄 숨결이 희미하게 쏟아지는 입술을 쓰다듬었다. 조금씩 율이 호흡을 놓치기 시작했다. 숨결이 가빠져갔다.
“아휘!”
“천휘.”
천휘가 그제껏 그녀가 알고 있던 자신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그게 내 완전한 이름이다.”
천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율을 더욱 힘껏 안아주었다. 그럴수록 빠져나가려 하는 그녀를 두 팔로 옭아맸다.
“다가오지 마! 이름 따위 알고 싶지 않아! 난 네게 줄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단 말이다! 네게……. 흡!”
그때였다. 천휘의 입술이 율의 것을 거칠게 막았다.
강렬히 뺏긴 것은 입술이 아닌 마음. 한꺼번에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날것처럼 생생한 이 사내. 심장을 뛰게 한다. 그리고 숨 쉬게 한다. 숨기고 있던 본능을 자꾸만 일깨운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처지도 잊은 채 욕심내고 싶은 것이다.
주륵. 율의 눈물이 흘렀다. 숨도 쉬지 못할 만큼 거세게 몰아치던 천휘의 입맞춤이 조금씩 부드러워질 때, 뜨거운 기운이 맞닿은 입술 새로 달싹거리며 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 마. 나는……, 내 힘으로 내 나라로……, 돌아가야 해.”
물기 묻은 볼을 어루만지고, 시선이 닿은 곳마다 천휘의 입술이 닿았다. 이런 곳에 이런 감각이 숨어 있던가. 밤공기에 식은 살갗 위로 그의 뜨겁고도 부드러운 입술이 닿을 때마다, 율의 몸은 경련이라도 하듯 파닥거렸다. 자꾸만 그를 당겨 안고 싶었다. 입 맞추고 싶었다. 털끝만 하게 시작된 욕심이 이제는 그녀의 전부를 채웠다.
“같이 가. 그럼 되지?”
군더더기 없는 한 마디. 그는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세력가의 딸로 태어나 가난(家難)을 당한 거라 이 사내는 믿고 있다. 그가 앞장서 데려다주마, 그리 말한다.
“하…….”
천휘는 대답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그녀의 얼굴을 다정히 어루만지다 또다시 입맞춤했다. 다정하게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하게도.
깊게 들어온 강인한 혀가 그녀의 모든 것을 제게로 끌어당기듯 빨아들였다. 서툴고 수줍어 주저하는 율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저도 모르게 그의 목을 그러안았다.
넌 날 평범한 여인으로 만들고 있어. 이래도 되는 걸까. 아니다. 이러고 싶다. 아주 잠시만……, 잠시 동안이라도…….
두려움은 잠시. 유혹은 강했다. 자꾸만 스스로를 잊고 있다. 고된 몸 기대고 싶어진다. 이 사내는, 천휘라 스스로 이름을 밝힌 사내는 두려운 자신의 마음을 점점 더 백지로 만든다.
“율아…….”
달빛 아래, 뒤로 밀리다 갈 곳 없는 그녀의 몸이 나무에 닿았다. 피가 뜨거워지고 어쩔 수 없이 거칠어질 것 낰아 천휘는 천천히 입맞춤을 멈춰갔다.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던 손길도 차츰 잦아들었다. 아쉬움에, 안타까움에 깊은 한숨이 넘어올 것 같다.
“넌…….”
천휘는 오래도록 품안의 여인을 바라봤다.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 자태가 자신의 모후를 닮은 듯, 여리면서도 또 다르다.
이 여인의 무엇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지, 규정할 수 없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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