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 및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일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출판을 시작했다. 번역서로는 『인간실격/정의와 미소』, 『일본 대표작가 대표작품선』, 『갱부』, 『청춘의 착란』, 『엄마는 저격수』, 『오다 노부나가』, 『판도라의 상자』, 『젊은 날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다수가 있다.
무릇 글을 써서 파는 일을 나는 가능하다면 하고 싶지 않다. 막상 팔게 되면 다소나마 욕심이 생겨서 평판을 좋게 하고 싶다는 둥, 인기를 얻고 싶다는 둥, 그런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솟아오른다. 품성이, 그리고 책의 품위가 얼마간 천박해지기 쉽다. 이상을 말해보자면 자비로 출판하여 동호자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 가장 좋을 테지만 나는 가난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다. …… 성격은 신경과민인 편이다. 무슨 일에나 격하게 감동하기 때문에 곤란하다. 그런가 하면 또 신경이 둔한 면도 있다. 의지가 강해서 자제력이 있기 때문은 아니리라. 신경의 느낌이 아주 둔한 부분이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사물에 대한 애증은 많은 편이다. 주변의 도구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많으며 사람 중에서도 말투, 태도, 일하는 방법 등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싫은지는 언젠가 다시 쓸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사의 생활」 중에서
“다른 학문은 말입니다. 그 학문이나 그 학문의 연구를 저해하는 것이 적입니다. 예를 들어서 가난이나, 다망함이나, 압박이나, 불행이나, 비참한 경우나, 불화나, 싸움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것이 있으면 학문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것을 피해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얻으려 합니다. 문학자도 지금까지는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 정도가 아닙니다. 모든 학문 중에서 문학자가 가장 한가로운 세월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우스운 것은 당사자들조차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문학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고통이 됐든, 곤궁이 됐든, 궁수가 됐든 무릇 인생의 행로에서 부딪치게 되는 것이 곧 문학이며, 그것을 맛본 자가 곧 문학자인 것입니다. 문학자란, 원고지를 앞에 두고 숙어사전을 참고로 해가며 머리를 짜내는 한산한 사람이 아닙니다. 원숙하고 심후한 취미를 체득하여, 인간의 만사를 기죽지 않고 적절히 처리거나 터득하는 보통 이상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처리한 방법이나 터득한 것을 종이에 옮긴 것이 문학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을 읽지 않아도 실제로 그런 일에 임한다면 훌륭한 문학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학문이 가능한 한 연구를 방해하는 일을 피해 점점 세상에서 멀어지는 데 반해서 문학자는 스스로 그 장애 속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도야 선생이 본 천지는 타인을 위해서 존재하는 천지였다. 다카야나기 군이 본 천지는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천지였다. 타인을 위해서 존재하는 천지이기 때문에 돌봐 주는 사람이 없어도 원망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천지였기 때문에 자신을 상대해 주지 않는 세상을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보살피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은 이 정도로 다르다. 타인을 지도하는 자와 타인에게 의지하는 자는 이 정도로 다르다. 다카야나기 군은 그 차이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