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벌어진 일에서 이런 점이 여실히 느껴졌다. 얼마 전 어떤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는데,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한 MBA 교수가 “잘못된 결정의 주요 원인은 지나친 자신감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널리 만연해 있는 자기 과신이라는 편향성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는 내가 앞에서 언급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실험참가자들에게 나일 강의 길이, 모차르트가 태어난 해와 같은 10개 문항이 적힌 질문지를 나눠준 다음, 정답이 포함됐다고 9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범위를 적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10개 중 4개 이상 틀렸으며 거의 다 틀린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적어 낸 답의 범위는 무척 좁았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시겠지요? 여러분들은 자신감이 지나치십니다. 비즈니스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하려면 과신은 금물이에요.”
주변을 돌아보니 다양한 표정들이 보였다. 일부 임원들은 겸연쩍은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마치 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래, 맞는 말인 것 같아. 내 자신감이 지나쳤던 거야.’
그런데 어떤 임원들은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약간의 차이로 틀리긴 했지만, 그게 정말 내가 다른 종류의 결정을 할 때도 자신감이 지나치다는 뜻일까?’
의문을 품고 있는 표정들도 있었다.
‘자신감은 좋은 것 아닌가? 모험을 감행하려는 의지가 없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어.’
이런 임원들은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간과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는 한쪽 측면에서 봤을 때 지나친 것처럼 보이는 행위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심지어 필수적일 때도 있다. 이성적 사고 뿐 아니라 이상적 자질 또한 필요한 것이다.
---pp.29-30(‘프롤로그: 12억 1,200만 달러 밑으로 입찰할 것’ 중에서)
이제 매우 색다른 종류의 투자 결정을 살펴보자. 캐나다 전지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모의 주식투자 대회가 있다. 9월에 시작되는 이 대회에서는 출전 팀마다 가상화폐 10만 캐나다 달러(약 9,700만 원)가 제공된다. 다음 10주 동안 학생들은 마음대로 주식을 사고팔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경영한다. 11월 말, 포트폴리오 가치가 가장 높은 팀은 5,000 캐나다 달러(약 480만 원)를 상금으로 받게 되고 나머지 팀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이 대회에서의 목표는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게 되는 것이다.
최근 50개가 넘는 팀이 이 대회에 참가했다. 우승자는 앨버타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의 3인조 팀 앨버턴스(Albertans)였는데, 이 팀의 포트폴리오는 10주 만에 거의 2배에 달하는 19만 9,368 캐나다 달러(약 1억 9,000만 원)라는 엄청난 수익을 달성했다. 이 금액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1,600퍼센트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이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 인터뷰에서 그들은 “공격적이고 가끔은 극도로 위험한 전략”을 구사했다고 인정했다. 앨버턴스의 세 학생 중 한 학생은 이렇게 설명했다.
“만약 장기 포트폴리오였다면 원하는 대로 모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여기서는 무척 짧은 기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리스크를 안고 가는 공격적인 운용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선의 접근법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pp.70-71(‘제2장: 절대적 성과와 상대적 성과’ 중에서)
드라이버 클럽을 움켜잡은 미켈슨은 힘껏 티샷을 날려 공을 멀고 깊게 날려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코스를 벗어나며 러프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무가 즐비한 지역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그린에서 200야드(약 180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다, 치기 매우 어려운 어프로치(approach) 샷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켜보던 사람들 대부분은 미켈슨이 레이업(lay up, 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공을 다음 샷을 치기 편한 위치로 빼내는 샷-옮긴이)을 할 거라고 예상했다. 일단 페어웨이에 올려놓고 그 다음에 개울을 넘기는 어프로치 샷을 구사해 그린 위로 공을 올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한 타를 잃을 것이고 만약 웨스트우드가 1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다면 동점이 될 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위험한 샷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무모한 시도로 크게 잘못된다면 몇 타나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만회할 가능성은 희박해지는 것이다.
캐디(caddy)조차도 안전한 경로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미켈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나무 사이로 보이는 길을 가늠하면서, 제대로 샷을 구사하기만 한다면 그린에까지도 올려놓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모두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미켈슨이 과감하게 샷을 날렸다. 공은 나무 사이를 꿰뚫고 빠져나가 개울 위를 넘어서 두 번 튕긴 다음 홀에서 불과 몇 피트밖에 안 되는 거리에 안착했다. 굉장히 멋지고 가히 전설로 남을 만한 샷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선두를 안전하게 지키며 2010년 마스터즈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위험한 샷이 모두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기억에 남을 만한 샷을 골라 그 뒤에야 훌륭한 샷이었다고 추론하기가 쉽다. 훌륭한 샷과 현명한 샷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을 때 미켈슨은 솔직한 대답을 했다.
“제대로 해내면 훌륭한 샷이 됩니다. 시도해볼 배짱이 없다면 현명한 샷이 되고요.
---pp.200-201(‘제6장: 시간이 올바른 결정을 돕는가’ 중에서)
주목할 만한 어떤 실험에서 조직심리학자 배리 스토(Barry Staw)와 제리 로스(Jerry Ross)는 4개 그룹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비즈니스 상황에 처해 있는 어떤 리더의 행동을 묘사한 글을 읽으라고 요구했다. 각 그룹마다 다른 글이 주어졌다.
첫 번째는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같은 정책을 고집하며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리더에 관한 글이었고(고수/실패?고수/실패?고수/실패), 두 번째는 끈기 있게 추진해 결국 성공한다는 내용이었다(고수/실패?고수/실패?고수/성공).
세 번째는 정책을 계속 바꾸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한다는 글이었고(변화/실패?변화/실패?변화/실패), 네 번째는 계속 정책 변화를 추구해 마침내 성공을 거둔다는 내용이었다(변화/실패?변화/실패?변화/성공).
글을 읽고 나서 실험 참가자들에게 리더의 행동을 평가하라고 요청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리더는 일관된 정책을 추구해 마침내 성공을 거둔 두 번째 글의 사람이었다(고수/실패?고수/실패?고수/성공). 그는 최종적으로 성공한 점을 인정받았으며,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칭찬을 받았다.
계속 정책을 바꿔 결국 성공한 리더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그는 비전의 명확성과 강인한 성격이라는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는 계속해서 진로를 변경했으므로, 최종적인 성공은 운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의 적응성과 융통성을 칭찬하기는커녕 일관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리더에 대해 함축된 생각은 심오했다. 일관성 있으며 확고부동하다고 인식되는 것이 최종적인 결과만큼이나 중요했으며,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p.240-241(‘제7장: 리더의 올바른 결정’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