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만의 종합 백화점이었던 문방구
도서3팀 김수빈 (shuubiny24@yes24.com)
연필, 지우개, 벼루, 컴퍼스, 압정..
너무나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련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다. 초등학교 시절 늘 필통 속에, 혹은 준비물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녔기에 잘 생각해보면 최소 하나씩의 추억을 담고 있을 테지만, 이제는 불러보는 것조차 너무 오랜만인 그 시절 문방구들 말이다. 총 56개의 문방구에 대한 작가의 추억을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릴 적 한창 문방구와 어울렸던 그 시절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그 시절, 함께 등교하던 우리들에게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 아마도 우리들이 사는 아파트 각 동의 중간쯤 있던 큰 나무 밑이었던 것 같은 정해진 장소에서 만난다. 약속 시간까지 오지 않은 친구가 있으면, 그 집에 찾아가 현관 앞에서 친구가 등교준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재촉도 하고 우리끼리 수다도 떨며 기다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맞벌이가 많은 요즘, 자녀의 친구들이 아침부터 우르르 찾아와 학교 같이 가겠다며 집 안에서 쫑알쫑알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저 귀여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주스를 한 잔씩 나눠주시던 많은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렇게 친구들이 모두 모이면 학교로 가기 전 대망의 문방구에 들린다.
그 때의 문방구는 그야말로 별천지, 신세계였다. 문방구 아저씨는 전날 알림장에 적어두었던 준비물을 귀신같이 알아서 챙겨주셨고, 어제 못했던 게임 한판, 새로 나온 장난감들 구경 한 번, 그리고 주머니가 가득 찰 만큼 한 주먹 쥐어도 천원이 넘지 않던 군것질 거리들을 폭풍쇼핑을 하다 보면 어느새 등교할 시간이 된다. 그렇게 쇼핑한 물건들로 수업 시간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용하고, 선생님 몰래 조금씩 군것질하고,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가지고 놀다 보면 어느새 하교할 시간이 되곤 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모든 것들이 문방구에서 해결되었다. 친구 생일선물은 문방구에 진열된 종합문구세트 중 적당한 가격의 것을 하나 고르면 되었고, 친한 친구와 쓰기로 한 교환일기의 디자인을 함께 고르며 우정을 다지기도 했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문방구는 단순히 학용품을 지칭하는 명사의 의미를 넘어 특별한 장소,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매개체임을 느끼게 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책상정리도 좀 하고, 아무데나 던져두었던 연필도 칼로 예쁘게 깎아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