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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

문학의전당 시인선-38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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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92g | 153*224*10mm
ISBN13 9791158966584
ISBN10 11589665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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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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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꽃이 피는 카사바에서 캐낸 뿌리들
머리에 덩이덩이 이고 간다
쏟아지는 땡볕에도 기울어지지 않는다

옷장, 삼인용 소파도 거뜬히
제 키보다 큰 사탕수수나무도 출렁이며,
혹은 공사장 돌까지 머리에 이고 나른다
모든 균형이 머리와 목에서 조율된다

평생 남의 짐을 날랐지만
정작 자신의 생은 온전히 부려놓지 못한다

보이는 길은 아예 없는 것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가고 있는지

검은 피부 위로
태양은 쉼 없이 내리고 있다
---「태양을 이고 가는 사람」 전문

르완다에 있지만 태극기를 걸고 싶어
바깥으로 난 주방 문을 여니
바닥에서 개미들이 와글와글 밀려온다

집안도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마치 대세라는 듯
까맣고 동그란 머리와 몸통들이
뒤엉켜 맹렬히 밀어닥친다

어쩌면 대세를 꺾는 것도 주권을 되찾는 일일까
제국주의가 침략과 약탈에서 시작되었듯
저항하지 않는다면
식탁과 주방은 외세의 침범을 받아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와락 소름이 돋는다

집안으로 줄지어 오고 있어
물 한 양동이 부어 하수구 쪽으로 밀어내지만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나는 직접적인 무력행사로
소금 잔뜩 뿌리고 문을 닫아걸었다
그제야 개미들은 하얗게 흩어진 소금 알갱이에
흙 속과 벽돌 틈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광복은 광복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다음에는 굳건히 지키는 것이라고
내려놓았던 태극기를 다시 펼쳐
경건하게 꽂아놓는다
---「아, 오늘 광복절인데」 전문

르완다의 4월에는 누구나 초록에 베인다
추모관에 전시된 사진들,
후투족과 투치족 종족 갈등이
그대로 인화되어 있다

사무실에 가끔 들르는 줄래 씨는
학살의 기억이 아직도 뿌리가 깊다
가족이 지하에 숨었던 여섯 살 그날,
먹을 것을 가지러 가던 엄마가
총에 맞아 고꾸라졌고
달려가 껴안던 누나도 연이은 사격에
하얀 블라우스가 빨갛게 물들었다
무리가 된 사람들은 광기에 휩싸였다
옆집 아저씨도 그 무리 속에서
눈동자 번득이며 칼을 갈고 있었다

추모관 뜰에는 당시 그 지역에서 학살된
수만 명의 뼈가 안치된 공동묘지가 있다
그 주위로 유독 비가 자주 내려
날카로운 초록이 옆으로 위로 불쑥불쑥
칼처럼 허공을 가른다
그 자리에서 소스라쳐 고개 돌리면
뭉게구름도 쌓여 있는 흰 유골만 같아
두 손을 모아야 한다
---「제노사이드 추모관」 전문

르완다에 와서 번번이 공황처럼 공항을 앓는다
이별과 환송에 의해 갑작스럽게 생기는
불안 상태다

공항 입구 검색대에서
두 팔을 학 날개같이 펴면
보내야 다시 온다는 기약도 스캔이 될까

훈련된 개들이 짐마다 코를 들이밀며
킁킁 훑어 나갈 때
나도 가슴까지 끌어들이는
바람의 야릇함을 맡아본다

출국장 옆 버번 커피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짧은 담소를 나눈다
아프리칸 티 거품이
눈빛을 머금고 부풀어 오른다

애써 미소로 환송하며
손을 흔들고 뒤돌아서면
면역력 떨어진 마음이
손등으로 눈을 꾹꾹 누르게 한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내 집에서 다시 내 집으로 머무는 일인데

당분간 항생제 없는 그리움을 견뎌야 한다
---「공항 공황」 전문

산골 은데라 마을이 색색 차려입은 사람들로 환하다 신부 동네에서 결혼식 하는 첫째 날 나뭇가지마다 별인 듯 반짝이는 알전구들 하얀 드레스와 빨간 나비 타이를 화사하게 비춰준다 중앙 의자에 앉은 신랑과 신부 주위로 여자 들러리와 남자 들러리들 옷깃 스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미색 양복이 새끼 밴 암소 두 마리를 신부 집에 예물로 건넬 때 울긋불긋 차림의 하객들 더 줘라, 그만큼이면 됐다, 흥정 줄다리기에 끼어든다 가끔씩 웃음소리가 와르르 우무이엔지 담을 넘는다 신부 아버지는 시원섭섭한 듯 하객들에게 선물 나누어 주는 신부에게서 눈 떼지 못하고 신부 어머니 손수건도 펑 젖는다 전통 무예단의 신명 난 춤 장단에 어린 들러리는 잔디에서 뒹굴며 키득댄다 튤립 같은 분홍드레스 너머 검은 양복 들러리들, 밤의 지참금인 듯 가축처럼 서 있다 결혼식은 끝날 줄 모르고 간간이 마주 보는 신랑 신부의 눈빛만 신방에 든다
---「은데라의 저녁」 전문

노점상 할머니가
저물녘 낙과(落果) 같은 표정으로 앉아 있길래
바구니에 남겨져 있던 복숭아들을
다 담아달라고 했다

비닐에 넣어줄 때 시어머니 드리려 한다 하니
덥석 성한 두 개를 더 주었다

마음을 얹을 때도 덤이던가

봉지 속 복숭아들
물컹하게 가슴에 안길 때

저 둥근 것들은 서로 부딪으면서도
짓무르지 않고 곁이 되어주었으니

한 아름이란 최대한의 결속을
둥글게 모은 둘레이리라

비닐봉지를 받아 안고 오는 길
복숭아도 한물이니
이 세상 사는 것도 한물의 정(情)이겠다

교차로를 다 건너가자
저녁해에서 놀빛이 주룩 흘렀다
어스름이 베어 문 자국일 터

어머니 드릴 생각에
발걸음도 빨라졌다
---「복숭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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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멀다. 멀어서 신비롭고, 신비로워서 멀다. 하지만 한풀 벗겨 아프리카를 들여다보면 마냥 신비롭지만은 않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르완다는 특히 신비하고는 거리가 먼 어두운 역사를 가진 나라다. “검은 피부 위로/태양은 쉼 없이 내리고 있”(「태양을 이고 가는 사람」)는 그 르완다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곁을 주며 살아가는 시인이 있다. 『르완다, 나의 슬픈 간이역』은 허효순 시인의 르완다 체류기이며, 르완다의 지금-현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기록물이기도 하다. “이 먼 아프리카에 와 비로소/좌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뒤로 걷기」)처럼 허효순 시인은 비록 이방인이지만 이방(異邦)의 눈으로 르완다를 보지 않는다. 르완다인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베풀며 르완다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허효순의 이 시집을 읽고 나면 휴머니스트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금방 알게 될 것이다.
- 권혁표 (UAIT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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