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마을 사람들이 지도를 읽지 못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지도를 그들도 당연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무심코 생각한 나의 무의식적인 전제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생활을 보면, 내 ‘전제’는 결코 자명한 것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달리 지도가 없어도 자신의 집은 물론이고, 마을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피밭까지 가는 길을 헤매는 법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작이 가능한 토지가 풍부한 촌락에서는 여전히 토지소유권은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밭을 잊어버리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과연 내가 만든 것만이 지도인가?”라는 의문도 생깁니다. 인간은 실제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어떤 형태로든 지면이나 벽면 등의 평면에다 표현한다고 볼 때, 사바나 농민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시도했던 지도는 그중의 한 가지 방식에 불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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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마돈나의 섹스Sex by Madonna』라는 사진집 한 권이 있습니다. 이 책의 모든 페이지를 메우고 있는 것은 이보다 더 현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한 여성의 나체 혹은 그것에 가까운 영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지知’의 시선이 이 대상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아! 마돈나다! 마돈나는 멋있다”라는 반응, 혹은 “마돈나는 섹시해서 좋아한다”라든가 “저질스러워서 싫다”라는 반응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버린다면 ‘지知’의 존재 이유도 없어져버리고 맙니다. 우리는 어떤 분석이나 고찰이나 인식을 통해 이 대상에 대해, 이 대상과 함께, 또는 이 대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질문을 설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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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편견을 논할 때에는 아울러 자신의 편견을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서양인의 일본인에 대한 편견을 조사할 때에는 일본인의 서양인에 대한 편견을 같이 생각하지 않으면 불공평할 것입니다. 그들이 ‘원숭이’라고 말하고 그들이 ‘짐승’이라고 말할 때, 그 말의 배후에는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고 어떤 공포심이 들끓고 있는가를 알아야, 그렇듯 무모한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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