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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 한끼 | 2024년 08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23건 | 판매지수 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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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98g | 135*200*20mm
ISBN13 9791198839350
ISBN10 11988393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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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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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타오르는 불처럼 전신을 태워버리는데 비해 부모를 잃은 자식의 마음은 그리 극적이지 않다. 그저 수면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퍼져나갈 뿐이다. 수면에 파문이 일 때마다 나는 우리 가족을 덮친 화염에 대해 떠올렸다.
--- p.9

한 부부가 집 앞을 지나갔다. 일요일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던 찰나 그 부부 뒤를 따르는 몇십 명의 마을 사람들 때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전부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투명한 비닐봉지에는 새빨간 액체가 고여 있는 게 보였다. 설마 그럴까 생각하면서도 내심 피라고 반쯤 확신했다. 그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들기를 반복하며, 비닐봉지를 팔에 건 채 두 손을 모아 무언가 중얼거렸다. 기도를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나같이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고 누구는 비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하늘을 우러러보면서도 그게 실제로 보일까 두려운 듯 재빨리 고개를 숙이곤 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들은 중간에 빠지는 사람 없이 모두 교회로 향했다.
--- pp.45~46

필사적으로 교회를 변호하는 미정을 보니 왠지 모르게 놀려주고 싶었다.
“제물을 바친다면서요.”
“그래야 좋아하시니까요.”
“좋아하시다니. 누가요?”
나는 이장을 떠올렸으나 그녀는 단호하게 위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올려다봤지만 천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신께서죠.”
“신이라뇨?”
미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장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려 이번에는 나를 가리켰다.
“믿으셔야 할 거예요. 여기서 계속 살고 싶으면.”
--- pp.95~96

“할머니 허리가 폈네요.”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감추며 미정에게 물었다. 상훈과 얘기하던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렇네요. 평소에 다니시는 거 보면 제가 다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낫게 돼서 다행이죠.”
“다행이긴 한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뭐가요?”
그녀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상훈도 그게 무슨 소리냐며 의아해했다.
“아니. 지금 들어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허리가 완전히 피셨잖아요. 이게 가능한 겁니까?”
--- p.151

“꿈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받아들이시죠. 그래야 편하실 겁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뭘 받아들이라는 겁니까. 저 팔요? 나보고 저걸 받아들이라는 겁니까? 대체 저 팔 정체가 뭡니까?”
나는 이장의 멱살을 잡았다. 손이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대답을 요구하면서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비정하게도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신께서 강림하셨습니다. 영접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어떠셨습니까?”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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