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때, 아파트 옆집 남자가 피를 토해서 구급차를 불렀을 때도 구급대원에게 지시하면서 처치했잖아요.”
“그건 이웃 사이에 당연한 거 아니야?”
이웃과 교류하는 정도가 너무 남다르다.
“역 개찰구를 지나는데 앞에 있던 사람이 쓰러져서 역사에서 도움을 준 적도 있고.”
“그런 것까지 기억하다니. 그때는 그 남성이 밥을 먹어야 할 돈까지 도박으로 탕진해서 탈수와 저혈당으로 쓰러졌는데, 다른 질환은 없는지 문진하고 의식 상태를 진찰했을 뿐이야.”
뭐라고 해야 할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모리 선생님이 상당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것 같긴 한데, 의사라면 이 정도 에피소드는 당연한 걸까?
---「제1화 지금부터 사내 회진을 시작하겠습니다」중에서
“그동안 어떤 병원에 가도 ‘검사는 정상입니다’라든가 ‘이상 없습니다’, ‘상태를 지켜봅시다’라는 말만 들었어요. 그렇다고 약이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 말은 내가 어렸을 적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과 같다. 분명 증상은 있는데 어떤 검사에서도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분명 증상은 있는데 점점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건…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타는 순간 배가 아파 다음 역에 내렸는데 화장실이 개찰구 밖에 있을 땐 정말로 눈물 날 것 같아요.”
“아, 그런 건 화장실과 관련해 흔히 있는 일이죠.”
“어, 아시나요? 그 절망적인 거리감.”
“아, 저도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라서….”
“정말요? 저, 화장실이 개찰구 안에 있는 역까지 외우고 있어요.”
“저는 화장실이 깨끗한 역을 외웠어요.”
---「제2화 어른의 화장실 사정」중에서
“요통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통증이 언제 또 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 고통에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통증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 상상해버리는 과장된 마음’을 줄여, 일상생활이나 직장에의 복귀가 늦춰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아, 네에….”
“그래서 통증 완화 방법으로 알약으로 된 펙소페나딘염산염 25밀리그램 복용과 파스는 무조건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급성 요통의 병세에 따른 재활 치료입니다. ‘한 번 하고 끝!’이 아닌 점을 이해해주세요.”
“저…. 그런 방향에서 놀라는 게 아니라….”
“재활이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작업을 무리 없이 행하기 위한 연구나 힘을 쓰는 방법, 근육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습득하는 일도 재활이죠. 요통 증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 일상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지, 최대한 고통 없이 허리의 파스를 혼자 바꿔 붙이고 발판 의자에 앉아 쉬면서 혼자 방 안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자세 잡는 방법 등을 반드시 터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은 열변을 멈추지 않았다.
---「제4화 요통으로 시작하는 직원 건강 지킴이 시스템」중에서
“요즘 ‘달라져야 한다’라든가 ‘변화의 계기’, ‘너도 바뀔 수 있어’처럼 무리해서라도 스스로를 바꾸어야 한다고 부추기는 광고나 캐치프레이즈가 자주 보이지 않아요?”
“네. 비교적 많이 보여요.” 그래서 아까 ‘살짝 좋은 말’을 해본 건데.
“만약 마쓰히사 씨가 그 무렵의 자신을 바꿨다면, 지금의 부서 이동은 없었을 거고. 그러면 당연히 오늘 일도 없었을 테죠?”
“…그렇네요. 네.”
“그래도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만 할까요?”
역시 생각이 기발한 사장님인 만큼 세상의 움직임을 전부 부정해준다. 그런데 그 말이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저, 그 말씀은… 자신이 변하지 않음으로써 얻은, 자신이 변하는 계기… 라고 해도 될까요?”
“좋네요. 그 모순적인 느낌.” 사장님은 즐거운 듯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제5화 타올 손수건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