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결과를 탄생시키고 싶은 감독이라면 선수의 모든 면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다루기 가장 확실한 부분은 역시 눈에 보이는 윗부분이다. 선수의 행동에 정면으로 맞서서 “다시는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선수의 행동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어느 날 술을 들이붓고 싶은 유혹에 넘어갔던 선수라면 언젠가 또 그럴 날이 올 것이다. 여기서 지도자는 선수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그 선수가 왜 폭음을 했을까? 화가 나서. 왜 화가 났을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니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왜 화가 날까? 경기에서 플레이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할까? 인정받고 싶으니까. 이렇게 이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수면 아래 숨겨진 부분을 변화시켜야 눈에 보이는 부분도 달라진다. ---「제3장 ‘경기장의 이면’(아르센 벵거)」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방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모리뉴 감독은 확신한다. 누군가 그에게 축구계 정상에서 팀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분야에서든 뛰어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칭찬하더라도 잠시 우쭐할지는 몰라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니다. 모리뉴는 이런 얘기를 한다.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자신에게 현재 상황을 풀어갈 방대한 지식이 있음을 팀원들이 인지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합니다. 축구에 대해 많이 알기만 하면 축구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축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없으면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요지입니다.”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자질은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다. 모리뉴는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지금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 그러니까 인간을 다루는 과학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축구는 스포츠 과학인가요? 저는 축구가 스포츠 과학이 아니라 인간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제6장 ‘초특급 선수 다루기’(조제 모리뉴)」
천재적인 선수들의 경우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선수들 사이에 순식간에 불평과 분열의 싹이 튼다. AC 밀란에 있다가 첼시로 옮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천재를 다루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선수들의 행동은 팀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자기만을 생각하지 않고 팀에 헌신하는 인재를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관건인데, 이기적이지 않은 출중한 인재를 찾기가 참 어렵지요. 감독은 선수와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그의 타고난 재능은 그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나는 재능이 특출하면서도 이기적이지 않은 선수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천재적인 선수들은 이기적인 성향을 타고나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은 선수를 한 명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 안첼로티 감독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카카입니다.”---「제6장 ‘초특급 선수 다루기’(조제 모리뉴)」
레드냅은 친절하고 너그러운 성품으로 무엇을 하든 자기 것을 아낌없이 내준다. 그는 축구뿐만 아니라 자기 가족과 조국, 그리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에도 지극한 열정을 품고 있다. 그는 스스로가 종종 구닥다리 가치라고 표현하는 책임감, 의무, 협동심 같은 고상한 가치를 숭상한다. 그는 공격 축구를 지향하고, 관중을 즐겁게 할 줄 아는 팀을 구축하는 데 헌신한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축구 감독으로서 단순하고 아름다운 게임이라는 축구의 전통적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현대 축구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제8장 ‘더 큰 그림을 그려보라’(해리 레드냅)」
퍼거슨 감독이 지닌 철학은 단순하다. 그 누구도 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축구계에서 자주 인용하는 원칙이지만 퍼거슨 감독만큼 이 원칙을 치열하게 지켜온 이도 드물다. 그리고 맨유의 지속적인 성공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이 같은 퍼거슨 감독의 소신도 한몫을 한다. 다른 구단에서는 스타 선수의 비위를 맞추려고 원칙을 굽히기도 하고, 심지어 원칙을 깨기도 하지만 맨유는 달랐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스타 선수가 탄생하기도 하고, 또 스타 선수를 영입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맨유 선수로 더욱 빛을 발했다. 스타 선수들은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왔다가 떠났다. 하지만 여러 위업을 달성하면서 구단이 성장해온 지 25년이 지났지만 맨유가 쇠퇴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맨유를 구현한 사람은 퍼거슨 감독이다. 세계적인 축구 감독으로 추앙받는 퍼거슨이라는 이름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맨유라는 이름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사실은 그가 현재의 맨유를 만들었는지 맨유라는 구단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는지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