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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꽃

어쩌다 보니 꽃

: 무작정 꽃집에 들어선 남자의 좌충우돌 플로리스트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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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15*183*20mm
    ISBN13 9791193790359
    ISBN10 119379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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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도, 이 세계에 갓 발을 디딘 이들도 꽃만 좋아하면 되는 일이라고, 꽃의 생리를 줄줄 꿰고 경험을 쌓으면 유능한 전문가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무턱대고 어느 밤에 꽃집에 들어가 일하고 싶다고 했던 나 또한 꽃만 알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방점이 찍히는 건 사람이다. 떨이로 파는 꽃 무더기가 누군가에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행복한 기억의 선명한 이미지로 남을 수 있고, 온갖 화려한 연출을 담은 작품이라도 누군가에게 인공적인 치장물로 보일 수 있다. 사람을 이해해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
    --- p.61 「사람을 이해해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중에서

    하지만 런던에서 플로리스트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동성애적 문제’와 맞닥트리게 되는 일들이 많아졌다. 플로리스트라고 하니 나를 당연히 동성애자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함께 일하는 플로리스트뿐 아니라 영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교포분의 집에 초대를 받고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런던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면서요? 역시 게이들은 창의적인 일에 재능이 있나 봐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함께 초대 받아 갔던 다른 친구들은 밥그릇에 코를 박고 큭큭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냈다.
    “저… 게이 아닌데요.”
    --- pp.88~89 「열 사람은 열 송이 꽃」중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면서 나는 나름대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깨우쳤다. 시행착오를 겪으면 소통 방식을 보완해 왔고,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어느 순간에는 일과 나 그리고 고객마저도 긴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기분이 든다. 나의 작업실도 내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공간이고, 나를 찾아오는 고객 역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꽃으로 소통하는 방식에는 나의 성향, 가치관, 미적 기준이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을 텐데, 함께한다는 건 결국 비슷한 사람들이란 뜻이 아닐까.
    --- p.56 「타이밍 이즈 나우」중에서

    아버지를 닮은 냄새는 아니더라도 플로리스트인 나에게도 고유한 냄새가 나는 걸 어린 아들을 통해 알게 됐다. 꽃향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칼립투스처럼 화려한 꽃을 빛내주기 위한 소재가 되는 풀향은 내 몸에 남는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의 몸에 남은 불 냄새도 튼튼한 건축물의 뼈대가 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다. 아버지와 나는 화려하지 않아도 작은 일에 묵묵히 식구들을 위한 향을 남겼다.
    --- p.226 「향기로 남은 아버지와 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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