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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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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시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화학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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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06g | 148*210*20mm
ISBN13 9791197637940
ISBN10 11976379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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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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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가루
인류의 역사와 독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먼 옛날 자연과의 싸움에서 힘이 부족했을 때 무기와 독을 함께 이용해 사냥하기도 했고, 문명이 발달하고 계급과 사회가 형성된 이후에도 독은 부족한 힘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사용되어왔습니다. 사약의 경우 재료와 제조법이 비밀로 유지되며 죄인 처형이라는 공식적인 국가 업무를 위해 사용되다 소실되었지만, 서양의 경우 조금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상속의 가루(inheritance powders)라는 명칭이 그 용도와 인기를 넌지시 알려줍니다.
비상과 비소는 다소 비슷한 뜻으로 다가오지만, 과학자들에게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물질입니다. 비상은 산소, 황 등 다양한 원소들과 비소가 결합해 있는 형태이며, 비소는 순수한 하나의 원소이자 비상의 핵심 구성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중략) 분리된 비소는 공기 중에서 가열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산화되면 강한 독성의 산화 비소(As2O3)로 변화하는데, 가장 큰 특징은 맛도 냄새도 없으며 하얀 가루 형태로 음식이나 음료에 혼합해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 p.30

베토벤의 사인은 어떻게 밝혀졌을까?
1994년에는 베토벤 협회에서 경매를 통해 구입한 머리카락에 대해 싱크로트론(synchrotron)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정밀 성분 분석이 이루어집니다. 그 결과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는 정상 범위의 수은 농도가 검출되어 그가 매독을 앓았던 적이 없었음이 증명되었습니다(당시 매독 치료제는 오직 수은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상 수치의 수백 배에 달하는 납이 확인돼 오히려 심한 납 중독 증상에 시달렸음이 밝혀졌습니다. 신경 손상에 의한 감정적 반응과 청력 손실, 복통 등 베토벤이 고통받았던 증상 모두가 납 중독과 일치합니다. 원소의 독성에 대한 규명과 과학적 분석 기술의 발달이 수백 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비밀을 풀어낸 것입니다.
--- p.47

한니발의 군대가 식초로 이용했다면
화학 반응으로만 생각한다면 식초를 보유한 한니발의 군대가 석회암 암석을 녹여 길을 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계산해본다면 심각한 오류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마셔도 문제없는 정도의 식용 식초는 아세트산 함량이 고작 3~5% 농도에 불과합니다.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고농축 아세트산의 경우 일반적으로 45~75%의 농도이며, 이쯤 되면 위험한 수준의 산성 물질로 섭취했을 때 구강과 식도, 내장기관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p.74

연금술의 소멸이 아닌 화학 시대의 개막
변질되던 연금술이 증식 금지법에 의해 제약을 받으면서 후기 연금술사 혹은 초기 화학자들은 금이 아닌, 의약품의 화학과 물질의 반응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1404년 금지되었던 연금술에 대한 자유는 화학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위대한 화학자이자 연금술사였던 로버트 보일(Robert Boyle)의 노력에 의해 1689년 폐지됩니다. 그러나 화학 시대의 개막이 연금술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작 뉴턴과 괴테를 거쳐 심리학자인 카를 융(Carl Jung)까지 각 분야의 명사들은 연금술의 가치를 계속해서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화학과 과학의 진보로 금의 영원함, 반짝임의 원리나 표면적 의미 등을 이성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과 고귀함의 가치를 위한 금과 귀금속에 대한 물질적인 집착을 넘어서, 보다 실용적이고 유용한 목적으로 원소를 바라보는 시대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 p.108~109

유리는 다른 물질로 대체될 수 있을까?
색유리와 특별한 기능을 갖는 특수 유리는 현재도 계속 발명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금속 원소를 넘어 주기율표의 가장 아래쪽 구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Pr)과 네오디뮴이 혼합된 자외선 차단용 녹색 유리가 보안경 제작에 사용됩니다. 원자력 발전 등에 이용되는 원소인 우라늄(uranium, U)이 사용된 유리는 자외선을 쪼였을 때 밝은 녹색 형광을 만드는 특징으로 새롭게 쓰입니다. 이제는 유리와 같이 투명하고 평평하며 튼튼한 물체를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고분자를 이용해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만큼 매끈하고 흠결 없는 표면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리는 플루오린화 수소산(HF)을 제외한 산, 염기, 화학물질에 대한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기에 새로운 물질로 기존 유리를 대체하는 것은 요원한 일로 보입니다.
--- p.185~186

그리스의 불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678년 침공한 아랍 함대에게 사용된 그리스의 불은 황, 석유, 그리고 역청에 몇 가지 새로운 조합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원유의 분리가 가능해지기 시작한 만큼, 나프타(naphtha)라 불리는 덜 정제된 가솔린이 사용되어 효과가 커졌습니다. 사막 장미에 포함된 황산 칼슘의 연소에서 발생하던 고체 물질인 생석회(quicklime)도 끝없이 타오르는 그리스의 불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p.201

전쟁과 화학의 관계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전략과 무기, 병력과 병참은 광범위합니다. 화학 역시 세계대전 이후에 그 존재감을 가장 마음껏 뽐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천연고무 공급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합성 고무를 만들어 타이어를 비롯한 물품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23본부 특수부대 고스트 아미(Ghost army)는 고무로 만든 풍선 전차로 공습을 유도하고 적을 교란하는 기만전술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합성 고분자 섬유인 나일론으로 낙하산을 만들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죠.
--- p.228

앨리스의 몸속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거울 반대편의 세상을 상상하던 앨리스는 벽난로 위 걸려있는 거울을 만져보고 거울 속 세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거울이 현실을 반대로 나타내는 것처럼, 앨리스가 넘어간 거울 세계에서는 달리면 제자리에 멈추고 물러나면 앞으로 다가서게 되는, 논리가 뒤집힌 세상이었습니다. (중략)
이제 화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조금만 더 심각하게 만들어보겠습니다. 앨리스는 거울 바깥과 속에 따로 존재하는 개별적인 인물이 아닌, 거울을 통해 모든 것이 뒤집힌 세상으로 들어갔습니다. 반전되지 않고 모든 논리가 반대인 세상으로 들어갔으니, 앨리스의 유전자를 구성할 DNA는 여전히 반시계방향으로 꼬여 있고 아미노산 역시 거울 속 세계의 인간과는 정반대일 것입니다. 좌우 반전된 것 외에는 어차피 각 분자마다 같은 종류, 같은 개수의 원자들로 이루어졌을 터이니 무슨 큰 문제가 발생할까 싶지만, 결론적으로 앨리스의 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 p.2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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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건강한 몸이 없이는 건전한 정신도 없다지만, 애초에 물질 없는 생명은 존재할 수조차 없다. 그러니 그 물질들이 존재하고 변화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을 파헤치는 화학의 역사는 곧 생물의 역사이며, 인간의 역사일 수밖에.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들 속에 녹아 있던 더 흥미로운 화학적 실체의 결정(結晶)을 추출해내는 저자의 손끝을 따라가 보자. 화학을 역사만큼이나 좋아하게 되는 신기한 순간을 경험할 테니.
- 이은희 (하리하라, 과학저술가)
노력한다고 즐기는 자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런데 노력하는 이도 운 좋은 사람을 따를 수는 없다. 이 책을 손에 든 당신이 운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인류사와 얽힌 이런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화학 이야기는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책은 우리 삶의 여정 어느 지점에서 써먹을 만한 내러티브로 넘친다. 훗날 당신은 화학자가 돼 있거나 적어도 이야기꾼이 돼 있을 것이다. 그때 저자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다.
- 김병민 (한림대학교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 《거의 모든 물질의 화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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