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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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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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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700g | 142*212*30mm
ISBN13 9788932474892
ISBN10 893247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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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인간은 건축과 함께 산다. 건축물을 통해 우리 자신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유현준 저자가 감명받은 30개의 근현대 건축물을 책 한 권에 모았다. 유럽, 북미, 아시아의 멋진 건축을 소개함으로써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지, 미래의 건축은 어때야 하는지를 모색한다. -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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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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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은 인간이 만든 건축물 중에서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다루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목욕탕은 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 춤토어의 ‘발스 스파’는 마치 ‘물이 인간에게 무엇인지 알려 주마.’라고 말하는 건축물 같다. ‘발스 스파’에서는 단순히 목욕한다는 느낌을 넘어서 물의 다양한 측면을 체험할 수 있다. 냉탕에 들어가면 물속에서 조명된 욕조 물 안에 파란색 꽃잎들이 소용돌이친다. 파란 꽃잎은 차가운 물의 느낌을 시각적으로도 느끼게 해 준다. 반대로 온탕에는 빨간 꽃잎이 휘몰아친다. (…) ‘발스 스파’는 동굴같이 어두운 공간을 연출해 그 안에서 극도로 민감해진 오감을 통해 절제된 빛과 물의 촉감을 최대한 느끼게 하는 궁극적인 감각의 공간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건축물이다.
---「183~184쪽 (10장. 발스 스파)」중에서

지금도 한강 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변화하지만 우리는 멀리서 보았을 때 그 높이의 변화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강 수위가 바뀌는 것을 눈치챌 때가 있는데, 다름 아닌 ‘잠수교’가 물에 잠겼을 때다. 다른 다리와는 다르게 낮은 ‘잠수교’는 한강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물에 잠겨서 건너갈 수가 없다. 이때 ‘잠수교’는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공간의 변화로 치환해서 우리가 알아채게 해 주는 장치다. 만약에 ‘잠수교’가 아주 높은 교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낮은 높이의 교각 디자인이 자연의 변화를 공간적으로 변환시켜 주는 기능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이런 ‘잠수교’ 같은 건축을 ‘건축 공간을 통해서 자연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건축’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공간 통역사’다. ‘퀘리니 스탐팔리아’도 그런 종류의 건축이다. 베네치아의 물 높이는 항상 변화했다. 이런 변화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건축물이 ‘퀘리니 스탐팔리아’다.
---「189~190쪽 (11장. 퀘리니 스탐팔리아)」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시티그룹 센터’가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건물 하나의 디자인에 사회적 이해, 경제적 혜안, 타협과 중재 능력, 창의적 생각, 구조 기술력, 법규의 기발한 활용, 친환경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들이 종합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 건물의 첨두 디자인은 특이하다. 하지만 만약에 이 건물이 다른 건축물과 비슷한 높이였다면 다른 건물에 가려서 그 첨두가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티그룹 센터’는 주변의 건물보다 20층 가까이 높다. 높은 건물을 짓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땅의 크기가 작아서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이 작아서일 수도 있고, 대지의 높이 제한 때문일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개발 회사는 주변의 땅을 많이 매수해서 규모가 큰 건물을 짓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오래된 작은 교회였다. 작은 교회들은 보통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찾아온다. 교회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성도들이 모두 난감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이 교회는 땅을 팔고 떠나기를 거부했다. 개발 회사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알박기’가 된 것이다. 나쁜 개발 업자였다면 이런 경우 조폭을 동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축가는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공중권air right’이라는 건축법을 찾아냈다. 공중권은 토지와 건물의 상부 공간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로, 나아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는 권리다.
---「244~246쪽 (15장. 시티그룹 센터)」중에서

칸은 ‘빛은 건축물에 닿기 전에는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빛은 그림자가 없으면 인지되지 않는다. 그림자 역시 빛이 없으면 인지되지 못한다. 빛과 그림자는 인지되기 위해 서로가 필요하다. 건축물이 빛을 받으면 건축물 뒤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때에야 비로소 빛은 자신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칸에게 건축은 그림자를 만듦으로써 빛으로 하여금 빛이 되게 하는 위대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동양의 음양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칸의 이 말은 빛과 건축을 엮어 만든 이야기 중 가장 멋진 말인 것 같다. 칸의 건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빛이 빛 되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321쪽 (20장. 킴벨 미술관)」중에서

이 교회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건축가의 시선을 잡는다. 첫째는 담장의 형태다. 앞에서 극동아시아의 건축은 재료상의 이유 때문에 기둥 구조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 담장을 세운다는 설명을 했다. 그렇게 수천 년 동안 건축물에는 담장이 있었고, 이 둘은 일정 거리를 두고 서로 떨어져서 만들어졌다. ‘빛의 교회’도 극동아시아 전통 건축처럼 콘크리트 박스와 ‘ㄱ’자 담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교회는 담장이 건물과 떨어져서 진행되다가 중간에 담장이 예각으로 꺾이면서 콘크리트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와 관통해서 나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건물과 만나는 담장이라니! 오랫동안 건물과 담장은 따로 떨어져서 존재했었는데, 이 담장이 건축을 관통해서 들어오는 극적인 만남을 갖도록 설계한 것이다.
---「400~401쪽 (25장. 빛의 교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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