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걸음마를 하려면 스스로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남이 걷는 모습을 많이 보기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쓰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미국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이다. 내 생각을 제대로 펼치고 싶다면 일단 쓰고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 p.14
예컨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페이지 전체가 한 문장인 경우도 흔하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도 난감하다. 게다가 ‘표상’, ‘인식’, ‘주체’ 등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단어가 줄줄이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설계도가 소설처럼 한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고전들도 그렇다. 인간 정신의 구조를 뿌리부터 밝히려는 칸트의 작업은 최첨단 반도체를 설계하는 일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하다. --- p.48
거미가 만드는 실은 아주 가늘다. 거미는 이 실로 매미도 잡을 만큼 튼실한 거미집을 만든다. 자료를 찾는 일도 다르지 않다. 내가 찾는 모든 자료가 정답처럼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우는 없다.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바지런히 모으다 보면, 어느새 ‘경탄할 만한 콘텐츠의 거미집’이 완성될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캐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 가닥을 잡을 수 있다. --- p.100
요약은 책을 쓴 작가의 글이 아닌 독자인 ‘나의 글’이다. 나의 눈과 나의 관점으로 책을 바라보고 새롭게 쓴 글이다. 책에서 어느 부분을 중요하게 읽었는지, 이를 어떻게 살려내는지는 내게 달려 있다. 요약에도 쓰는 이의 개성이 살아 있는 이유다. --- p.154
아울러 비판의 톤도 적절해야 한다. “이 책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 “저자의 지식이 바닥임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막무가내식 표현을 피하라는 뜻이다.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고 내 주장이 더 그럴싸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무례한 사람으로 여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