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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대소동

: 묫자리 사수 궐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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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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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58g | 128*188*18mm
ISBN13 9788976046772
ISBN10 8976046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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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알게 모르게 친정어머니의 뒷모습을 본받았던 것 같다.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는 분명 엄마한테 물려받은 것이다. 엄마의 삶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목장이라니. 있잖아, 엄마. 내 신념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었잖아.
--- p.98

미쓰요에게 수목장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잠을 못 자게 되었다. 밤이 되어 이불속에 들어가면 분노가 끓어오른다. 하지만 그 한편으로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외롭고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특히 날이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은 그 고요함 때문인지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속절없이 우울해졌다
--- p.135

엄마에게 그릇이 작다는 말을 듣고 발끈한 탓이다. 분명 엄마 말이 맞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성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얼른 결혼한다. 성씨 같은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친구 중에서도 나뿐이다. 심지어 직장동료 중에는 자신의 성이 배우자의 성으로 바뀌는 것을 기뻐하던 여자도 있지 않던가.
--- p.161

역시 사토루는 빨리 이 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 취직하고 나서 10년이 넘게 자취를 하면서 집안일의 고충을 알고, 집안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배려하게 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을까. 남편의 뒷바라지뿐 아니라 서른을 훌쩍 넘긴 아들까지 돌봐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집안일을 해야 하는지. 적어도 사토루만이라도 없으면 우리 부부만의 식사 등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식비도 적게 들고 빨래도 소량만 하면 된다.
--- p.204

되돌아보면 부모님께 칭찬받고 싶은 마음 하나로 살아온 것 같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할 생각만 해온 게 아닐까. 결혼한 후에는 며느리는 시부모의 마음에 들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요시코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강요했다. 내가 부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요시코를 희생시킨 면이 있다고 이제야 겨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파묘를 하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굴레에서 해방될 것 같았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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