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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노 쓰라유키 산문집 (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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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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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9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210*290*6mm
ISBN13 9791128899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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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 대대로 제왕은 꽃이 핀 봄 아침, 달이 아름다운 가을밤이 되면, 언제나 사람들을 모아서 그때의 사물에 무언가를 연관시켜 노래를 읊어서는 헌상하게 했다. 어느 때는 꽃에 심사를 의탁해 생각을 읊는다며 안내자가 없는 장소를 헤매고, 어느 때는 달을 음미하기 위해 인도자도 없는 잘 모르는 토지를 갈팡질팡 걷는 사람들의 심중을 보고, 그들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의 정도를 구별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약돌에 비유해서 임금의 장수를 축하하거나, 쓰쿠바 산(筑波山) 나무 그늘에 서원해서 임금의 은총을 기원하며, 신분을 넘는 행복이나 마음에 넘치는 환희를 사람에게 알리고자 했다. 후지 산(富士山) 연기를 들어 사람을 그리워하고, 푸른 귀뚜라미 소리에 친구를 그리워했다. 다카사고(高砂)나 스미요시(住吉)의 소나무까지 오랜 친구로서 비유하고, 남산(男山)처럼 강했던 장년 시대를 생각하거나, 여랑화의 아름다운 한창때를 같이 한탄할 때에도 노래를 읊어서 위로했다. 또 봄날 아침 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날 저녁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혹은 해가 지날 때마다 거울에 비쳐 눈에 띄는 백발과 흰 수염을 슬퍼하거나 풀 이슬이나 물거품을 보고 내 몸의 덧없음을 보고 놀라워했다.

2.
1월 29일, 배를 띄워 저어 간다. 햇볕은 화창하게 내리쬐고 배는 점점 노 저어 간다. 손톱이 많이 자란 것을 보고 날을 헤아려 보니 오늘이 자일(子日)이라 자르지 않았다. 정월이라서 서울의 자일 놀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작은 소나무가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말해 보지만, 아무튼 바다 한가운데라서 어쩔 도리가 없다. 어떤 여인이 노래를 써서 내밀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오늘이 정말 자일일까. 만일 내가 어부라면 이날에 맞게 바닷가 소나무라도 좋으니 뽑고 싶어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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