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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그대여 2
맥마담 | 동아 | 2014년 06월 0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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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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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6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520g | 148*210*20mm
ISBN13 9791155111994
ISBN10 115511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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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피드는 말도 통하지 않는 초록머리 여인에게 계속해서 작업을 걸어대던 중 갑자기 그녀가 누군가를 향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을 걸 때부터 그들의 대화를 주시하며 관람하고 있었다.
[흠. 암만 봐도 10세도 채 안 돼 보이는데, 어찌 이리 표독스러운 여인을 앞에 두고도 그 무서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궁지로 몰아붙이다니, 하하! 정말 대단하군.]
실피드는 초록머리 여인에게 승리를 거머쥔 세티아를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헌데 저를 뚫어져라 보는 내 시선이라도 느낀 것일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아이가 정확히 내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엄청 놀란 사람처럼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여자아이의 표정에 덩달아 놀란 실피드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 혹시…… 내가 보이니?]

눈이 마주친 남자가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어, 완전 잘 보여서 아주 미칠 지경이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보는 이들이 많은지라, 그 남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내 남자는 까무러치게 놀란 얼굴로 내게 이것저것 물어볼 태세였다.
나는 애써 남자를 무시하며, 다시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바마마, 몸이 좋지 않사옵니다. 이만 물러가도 되겠사옵니까?”
“세티아! 역시, 몸이 안 좋았던 게로구나!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이더냐?! 당장 궁의를…….”
“아닙니다.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조금만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끙. 세티아, 아비가 재워주랴?”
제길. 다음 달 생일이 지나면 나도 어엿한 10세이구만, 주책없는 나의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네 살배기 아기인 양, 저리 틈만 나면 품에 안고 재우려 들었다. 정말 아버지는 나이를 거꾸로 잡수시는 게 틀림없다. 절로 한숨만 나오는구나.
“후…… 아바마마. 저도 다 컸으니 혼자 잘 수 있습니다. 허니, 이만 물러가도 되겠사옵니까.”
“흠흠…… 그래. 그럼 이만 돌아가서 쉬어라.”
역시 아버지는 황후와 후궁, 황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깜빡 잊었나 보다.
내가 아바마마라 부르니 그제야 다른 이들의 시선을 눈치채곤, 괜히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을 해대며, 멋쩍은 얼굴로 내게 그만 돌아가라 명하신다.
“예. 그럼 이만…… 먼저 물러가겠사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맞은편에 줄지어 앉아 있는 황후와 후궁들에게도 대충 고개 숙이며 인사를 나눴다.
나는 숙인 허리를 들어 올리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나를 따라오라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남자를 데리고 결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걸음걸이로 식당을 빠져나왔다.
[예쁜 꼬마야, 어디로 가는 거니?]
[이제 보니 푸른 눈동자가 참으로도 어여쁘구나!]
[오호, 옅은 금빛 머리 또한 금가루를 뿌려놓은 것같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 뒤를 따라 허공을 둥둥 떠다니던 남자가 식당을 나오자마자 느끼한 미소와 느끼한 얼굴로 내게 쫑알쫑알 쓸데없는 말을 해댔다.
마치 그 모습이 식당에서 아버지의 여인들에게 작업을 걸어대던 것과 같았기에, 짜증이 불끈불끈 끓어오르던 나는 내 방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던 발걸음을 예고도 없이 단박에 멈추어 섰다.
그리곤 계속해서 나를 예쁜 꼬마라 부르는 그 남자를 짜증스럽게 올려다봤다.
[……응? 예쁜 꼬마야, 왜 그러니?]
허공에 붕붕 떠다니던 남자는 우뚝 멈추어선 나에게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기름진 얼굴을 당당하게 내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남자의 이중 턱을 바라보며 심히 남자가 걱정되었기에 그저 순수하게 남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냥 평소처럼 솔직하게 말했다.
“걸어 다녀, 이 돼지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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