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념, 특히 중요한 개념일수록 출현한 연유緣由가 뚜렷하고 또 그 개념으로 인해 새로운 세상이 드러나게 된다. 예술과 마케팅의 복합어인 예술마케팅은 중요한 개념이다. 이유는 예술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 p.8~9
‘아트art’는 예술과 기술이란 두 의미가 있다. 이유는 어원이 ‘작업하다’ ‘만들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아르스ars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이든 기술이든 사람의 작업을 통해서 이루는 성과물이 아트다. 물적 성과물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기술이고, 감각적·미적 성과물인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예술인 것이다.
--- p.41
코드는 논리적 코드, 심미적 코드, 사회적 코드로 나누어지는데, 예술에서 주목하는 것은 심미적 코드다. 심미적 코드는 미적·감각적 코드라 시대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바로크 양식, 로코코 양식,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등등 예술사조는 바로 그 시대의 심미적 코드에 해당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가라도 이를 해석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작가마다 나름의 파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예술작품 읽기를 할 때 그 시대의 심미적 코드인 랑그와 해당 작가의 해석인 파롤을 읽어내면 흥미롭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다.
--- p.54
예술사용자는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하듯이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말하고, 예술경험자는 일반제품 소비와 달리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을 말한다. --- p.72
왜 우리는 시간과 돈을 들여 예술소비를 할까?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예술소비론theory of art consumption이다. 예술은 음식이나 집, 옷처럼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생필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간과 돈이 있는 신흥부자들이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즐기는 부르주아적 유희bourgeois play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신흥부자들의 유희인 사치품이 아니라 누구나, 특히 젊은이들에게 예술소비는 필수품이 되었다.
--- p.81
학자마다 극복방안을 다르게 제시하지만 공통된 것은 권태가 운명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운명인 권태를 피할 있을까? 일해도 지루하고 안 해도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생’에서 ‘활’로 중심축을 옮기는 것이다.
--- p.85~86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느 정도까지는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다가 그 정도를 넘어서면 행복과 소득의 관계는 옅어진다고 한다. 이를 행복의 두 요인이론two factor theory of happiness이라 한다. 소득은 행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으로서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 다른 요인이 바로 예술소비다. 예술소비를 하는 사람들은 같은 소득 수준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행복에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p.87
에로스는 유한성이란 필연적 결핍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리워서 작품이나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알면 그만큼 마음이 넓어진다. 즉 지적 유한성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 p.89
예술마케팅에서 네이밍naming은 공연이나 전시의 제목 정하기인데 이는 전시나 공연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작업이다. 다시 말해 제목 자체가 마케팅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흥미를 끄는 책 제목이 책 매출의 절반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네이밍의 마케팅효과는 크다. 따라서 예술작품의 제목도 마케팅효과를 염두에 두고서 정해야 한다.
--- p.96~97
정동情動은 글자 그대로 정서적·정신적 울림이다. 울림은 다양할 수 있는데, 첫 데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을 때 흔들림이나 설렘,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느끼는 자연미에 대한 경탄, 천재의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미적 감탄 등이 모두 정동에 해당한다. 이렇게 보면 정동은 무미건조한 우리의 반복된 일상에서도 우리를 지치지 않게 하는 힘을 갖는다.
--- p.135
서비스에서 고객만족을 결정하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 MOTMoment Of Truth’이라 하는데, 고객을 만족시키는 중요한 순간이란 의미다. 예술소비에서는 정동이 생길 수 있는 마주침은 ‘정동의 순간MOAMoment Of Affect’이라 한다. 이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다양한 흐름이 있어 경험캐스케이드experience cascade라 한다.
--- p.140
응시는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리터러시는 문해력이다. 시각적 문해력은 이미지를 분석하거나 해석하고 평가하여 적절히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이미지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 p.149
왜 거버넌스가 예술기관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할까? 예를 든다. 예술기관에 유리한 지원법을 만들거나, 지자체장이나 의회를 설득하여 예산을 늘리거나, 예술기관의 이사회를 잘 구성하여 공연이나 전시가 잘 이루어지게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일반 마케팅에서는 정치적 마케팅political marketing 혹은 메가마케팅mega marketing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