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이브토 시청으로부터 시립 미디어 도서관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청을 받았다.
---「첫 문장」중에서
마음속 내밀하고 깊은 곳에 자리한 어떤 관점에서 이브토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갈 수 없는 유일한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어째서일까요? 그저, 이브토는 다른 그 어떤 도시와 다르게 제게 가장 중요한 기억의 장소, 어린 시절 및 학창 시절의 기억이 만들어진 장소이기 때문이고, 그 기억은 제 글과 일체를 이룰 정도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결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p.14
부모가 운영하는 식료품점 겸 카페라는, 전적으로 장사에 바쳐졌으며 내밀한 삶이라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매일 펼쳐졌던 모습 그대로의 현실에, 그러니까 가장 노골적이며 때로는 가장 폭력적인 사회적 현실에 맞닥뜨렸던 만큼,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 제 시선이 포착해서 차곡차곡 쌓아 뒀던 것들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 p.24
내부로부터의 이민자인 제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저는 한쪽에 자리한 문학적 언어, 배우고 사랑했던 그 언어, 그리고 다른 한쪽에 자리한 출신 언어, 집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 피지배자들의 언어, 그 뒤 제가 부끄럽게 여기지만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을 언어, 이 두 언어 사이의 긴장 속에, 심지어 찢김 속에 잡혀 있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거죠. 글을 쓰면서 어떻게 나의 출신 세계를 배반하지 않을 것인가?
--- pp.43~44
문학은 개인적인 것들을 비개인적 방식으로 써서 보편에 도달하려고 애쓰는, 장 폴 사르트르가 〈보편적 개별자〉라고 불렀던 것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는 작업입니다. 오로지 이렇게 함으로써만 문학은 〈고립을 부숩니다〉. 오로지 이렇게 함으로써만 수치, 사랑의 열정, 질투, 흘러가는 시간, 가까운 친척의 죽음에 대한 경험, 이 모든 삶의 일을 나눌 수 있습니다.
--- p.48
저는 제 삶을 사람들의 역사, 시대의 역사, 세계의 역사와 분리할 수 가 없었어요. 그래서 『세월』은 개인적인 동시에 비개인적인 형식을 취하게 됩니다.
--- p.112
제 작품 중 몇몇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생각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들을 인식하고, 혼자라고 덜 느끼고, 더 자유롭다고, 어쩌면 그래서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줬던 듯합니다. 『자리』, 『수치』, 『빈 옷장』이 떠오르는군요. 어쩌면 사회적 세계의 불명료성과 제 글을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개자 노릇을 하면서 제 부류의 한풀이를 했던 듯합니다. 상징적으로 그렇게 했죠.
--- pp.1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