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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곁 누가 있습니까

가까이, 곁 누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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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505g | 150*223*17mm
ISBN13 9788991223608
ISBN10 899122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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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은미
KBS 교양 프로그램 〈바른 말 고운 말〉 방송작가, MBC문화센터와 현대문화센터의 강사로 활동했다. 신문사의 기자로 정경·문화부 기사를 쓰기도 했다. 작가는 요즘 〈그 한 사람이 남아준다면〉 강연과 함께 〈보라는 초록에 지지 않아〉 표정 에세이집, 〈쌤 아이들 생각 파티〉 책 출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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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좀 깊숙이 마음 따라 느껴질까. 아버지는 엄마가 나를 업고 왔을 때를 이렇게 회상하곤 하셨다.
“미국에서 케네디가 암살 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였지. 엄마가 너를 안고 인천에서 왔더라.”
그해 11월 엄마는 둘째인 나를 업고 안고 아버지한테 왔다고 하셨다. 다행히도 나는 엄마 아빠 ‘부모’ 밑에서 자란 것이다. 살아가면서 부모로 인해 행복하든 슬프든 부모가 있는 삶 속에 사는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중략…)
전쟁의 폐허 속에 아버지는 어떻게 함경도에서 여기까지 내려오셨을까. 생각만 해도 바다에 둥둥 떠서 부딪기고 위험천만 속에 살아가는 삶일 것 같은 전쟁의 상흔과 기억의 상처, 그것은 아버지를 삶의 회오리 속에서도 꿋꿋한 삶을 살아가신 전형적인 ‘함경도 아바이’의 모습으로 남게 했다. ‘그렇게도 살았는데 무서울 것이 무엇이더냐.’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태연하지도, 그렇게 대범하지도 않으신 조금은 덜 낙관적이고 조금은 덜 긍정적인 아버지셨다.
이 저녁, 나는 아버지의 웃음이 생각나지 않는다.

- 내일은 아빠 본다 내일은 엄마 본다 (7~8쪽) -

꿈 같습니다. 그날이.
눈이 다시 내립니다. 젊은이들이 카메라 폰으로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며 눈을 찍고 있습니다. 눈을 찍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 속에, 겨울에 가신 아버지를 카메라 폰으로 많이 찍어 두지 못한 것을 얼마나 아쉬워하는지요.
그때는 스마트폰이 많지 않아, 아버지를 찍을 기회가 없었어요. 지금이라면 내가 아버지를 향해 얼마나 많은 셔터를 눌렀을까요.
아픈 모습이라도 아버지의 동영상을 갖고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동영상은 아버지의 움직이는 마음까지 읽을 수 있으니까요.

사붓사붓 눈이 내립니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나는 그렇게 입을 다뭅니다.
사붓 사붓 눈발이 공기를 이기고 사르르 지나갑니다.

- 사붓사붓 내리는 눈발 (284~285쪽) -


그림같이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림같이 사는 것은 고요한 것일까, 여유로운 것일까.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그림 밖으로 나오지도 않으며 산다고 말한다.

젊은 날 나는 외국에서의 삶이 주어지면,
그들의 살림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쓰리라 계획한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나만이 지금 한국 땅에 살고 있다.
가족들은 모두 미국, 일본, 유럽에 살고 있다.
인생이 때로는 그런 것이더라.

누군가는 내가 순수하고 또는 끈질겨서
아버지를 모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 다이리라.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께서 나의 ‘강의하는 장소마다’
함께 했던 날들이 기억에 새겨진다.
아버지의 언어 중에 외국말이 나오는 것은 아버지의 삶이, 시대가
그 나라들을 지나갔기 때문이니 이해를 바란다.

봄이 오고 있는데, 여름을 먼저 기다리고 있는
나의 허영이 조금 차분해지길 바란다.
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면,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
항상 경쾌했던 나의 활기가 오랜 나의 힘이었다.
늘 그랬듯 하나를 바라보면 그 하나를 믿고 지키던
나의 연연함을 거두리라.

내 좋은 사람과 대나무 숲을 걸으러 가리라.
곁에 누가 같이 걷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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