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깽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어.

내 친구

나는 전학을 와서 친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척 심심했는데 새 친구가 생겨서 좋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은 반까지 되어서 더 좋습니다.

'뭐야, 내 얘기 하는 거야?'

새친구는 공을 잘 찹니다.

'내가 축구 잘 하는 거 알긴 아네.'

어제는 공차기에 나를 끼워 주어 함께 놀았습니다.

'바보. 심부름 시킨 건데.'

또 나에게 먹을 것도 잘 줍니다. 자기네 집에서 우유도 주고 치즈도 더 먹으라고 했습니다.

'헤헤, 내가 먹기 싫어서 준 것도 모르고.'

그 친구는 키가 작습니다. 나는 키 작은 게 부럽습니다.

'저게, 잘 나가다 누구 놀리나?'

나는 키가 커서 어딜 가나 눈에 띄고, 친구들이 잘 상대해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친구가 많습니다. 아파트 아줌마들이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지만‥….'

나는 그 친구가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그 아이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친구 이름은 강민구 입니다.

기분이 왜 이럴까?

민구가 처음 건호를 본 건, 아파트 들머리에서였어요. 민구가 그렇게나 살고 싶어 했던 20층에 이사온 애가 바로 건호였지요. 키가 아주 커서 형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음 날 민구네 반에 떡 하니 앉아 있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알고 보니 건호는 민구랑 같은 학년이었던 거지요. 1층이라서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도 없는 민구는 20층에 사는 건호가 정말 부러웠어요. 집에서 나오고 들어갈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니 말예요. 게다가 민구와 달리 훤칠하게 큰 키하며 태권도도 검은 띠라니, 정말 부러울 것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건호는 부모님이 미국에 있어서 지금 큰어머니네 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는데, 실은 부모님이 하던 사업이 잘못되는 바람에 부모님과 떨어져 큰어머니네 집에서 살고 있었던 거지요. 건호가 큰 키와 어울리지 않게 숫기 없이 굴었던 까닭이 아마 이것 때문이었나 싶어요. <br/><br/>큰 키에 수줍음 많은 건호와 키는 작지만 활달한 민우. 우리, 이 두 아이가 어떻게 가까워지는지 지켜봐요. <br/><br/><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