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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아제국 열애사 2
eBook

차아제국 열애사 2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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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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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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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8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2.1만자, 약 4만 단어, A4 약 76쪽?
ISBN13 979115682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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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4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장어를 먹은 그 뒤로, 바쁜지 좀처럼 만날 수 없던 그를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민주려는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살펴봤다.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난 요망한 얼굴이 바로 이 얼굴이렷다.
“에잇.”
“뭐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무 유심히 뜯어본 탓일까. 지야곤이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했다. 분명 다 큰 성인인데, 얼굴도 덤덤하니 잘생겼을 뿐인데, 왜 저렇게 귀여운 거지? 민주려는 끄으응 신음을 내며 화제를 애써 돌렸다.
“그런데 선배, 여기는 웬일이세요?”
“별장에 왔다.”
“별장이요? 이 근처에 선배네 별장도 있어요?”
“응.”
이 과수원 전체가 지 가문의 소유야. 뒤에 이어지는 말에 민주려는 그만 넋을 놓았다. 어쩐지 관리인만 있고 주인은 없더라니.
“도와줄까?”
이제 그는 아주 능숙하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려야 했다. 고용인이 일해야지 고용주가 일하면 어쩐단 말인가.
“끄응. 그 정도는 제 선에서 할 수 있어요.”
“아까의 산비둘기 떼를?”
“…….”
“까치도 있고, 까마귀도 있지. 과수원이 워낙에 넓어서 혼자서는 어려울 텐데.”
할 말이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까 새 떼를 보고 나니 자신을 잃었다. 과일에 상처 없이 도둑을 쫓아낼 비장의 수가 민주려에게는 없었다.
“폐가 되잖아요.”
“괜찮아. 대가는…….”
“가마솥 볶음밥. 고기기름에 마늘 넣고, 죽순과 비장의 파 양념을 넣은 것. 참고로 고기는 돼지 앞다리살!”
“음, 충분해.”
손발을 맞춘 지 꽤 되어서인지 거래성사도 빨랐다. 민주려는 산복숭아를 그의 손에 쥐어주고, 수박 한 통과 복숭아 몇 알을 더 따서 원두막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망원경을 쥐고 주변을 쓱 훑어보는데, 지야곤의 몸이 별안간 아래로 튀어나갔다. 망원경을 들고 민주려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자, 그 끝에는 꼬맹이 여럿이 서리하기 위해 손을 쭉쭉 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 서리는 뭐니 뭐니 해도 어린 꼬마들이 가장 많이 한다. 한창 배고플 나이이고, 벌이 무서운 줄 모르니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달달한 복숭아가 어디 흔하겠는가.
“볼기를 때려줘야 하는데.”
얼얼한 엉덩이를 붙들고 엉엉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아, 내가 잘못했구나! 를 알지 않을까? 혀를 끌끌 차는데 어느새 아이들을 잡은 지야곤이 휙 고개를 돌렸다. 민주려가 망원경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정확히 시선이 마주한다.
“뭐라는 거야?”
그가 입을 벙긋벙긋 열었다. 어떻게 처리해? 그 의미에 민주려는 데리고 오라고 손짓했다. 크게 붕붕 휘두르는 그녀의 손짓에, 지야곤은 아이들을 몸에 주렁주렁 꿰고 다가왔다. 옆구리에 두 명, 어깨에 얹어진 한 명, 그리고 훌쩍훌쩍 울면서 따라온 한 명.
도둑이 도합 네 명이로다.
“요놈들! 잘못했어? 안 했어?”
“했어요…….”
“훔쳐 먹으면 도둑 되는 거야. 무서운 아저씨들이 잡으러 온다?”
“으아아앙.”
울음을 터뜨리는 애들을 더 어르고 달래,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그리고 입에다가 산복숭아를 하나씩 물려줬는데 아이들의 얼굴이 팍 일그러진다. 민주려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것들, 서리가 하루 이틀이 아니로구나. 달달한 복숭아 맛에 익숙해져 있어. 그녀는 상습범의 냄새가 나는 아이들을 관리인에게 맡겼다. 관리인은 지야곤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민주려와 아는 사이라기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말았다.
“어휴. 일이 많다, 많아.”
관리인이 새참 가지러 간다고 말해놓고 사라지자, 민주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지 끝이 안 보인다. 서리꾼도 많고, 복숭아를 노리는 짐승도 많다. 아이들을 넘기고 나니 곰이 나타나서 어찌나 놀랐는지.
“좀 자.”
“안 돼요. 그럴 순 없어요.”
“한숨 자고 더 열심히 일해.”
주술을 남발하기도 했지만, 야산 전체를 감시한다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었다. 이래서 둘째 날이 힘들다고 관리인이 말했던 거로구나. 민주려는 감기는 눈에 혀를 찼다. 그런 그녀에게 지야곤은 좀 쉬라고 했다. 나머지는 자신이 하면 된다면서. 미안해서 거절하고 싶어도 눈꺼풀이 이미 반쯤 감겼다.
“선배.”
“응.”
“가마솥 볶음밥 위에 계란부침 추가해줄게요오…….”
최소한의 타협을 외친 뒤 원두막 기둥에 머리를 기대자마자 스르르 잠이 쏟아졌다.
“……자나.”
지야곤은 색색 소리를 내는 민주려를 흘끔 보았다. 장어를 먹었을 때였나. 그 복날에 어찌나 몸이 뜨겁고 가슴이 간지럽던지 민주려를 볼 낯이 없었다. 인내심이 간당간당했고, 그 기운은 무려 며칠이나 지속되었다. 그래서 나갈 수 있음에도 나가지 않고 얌전히 일만 했었다. 덕분에 지만복은 좋아 죽으려고 했지만, 그는 뜨거운 몸을 식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았을 뿐이다.
“후우.”
한숨을 폭 내쉰다. 대체 누구 때문에 몸이 달았는지 민주려는 모를 것이다. 별장에 내려왔는데 그녀를 딱 마주친 지야곤의 심장이 어떻게 내려앉았는지도. 잠든 모습을 보니 손이 근질거린다. 지야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손으로 망원경을 잡았다. 사실 망원경이 없어도 뛰어난 시력은 이 주변을 보기에 부족하지 않다. 다만 민주려에게서 시선을 떼기 위해 보조수단으로 쓴 것이다.
그는 간간이 날아드는 새나 짐승을 쫓아냈다. 때로는 뭣 모르고 다가오는 사람들도 주술로 경고했다. 바람을 통해 목소리를 실어 밖으로 나가라고 전한 것이다. 주술이었지만 멋모르는 사람들은 귀신인 줄 알고 사색이 되어 달렸다. 지야곤이 그렇게 이것저것 신경 쓰며 일을 처리하는데, 어깨에 가벼운 뭔가가 얹어졌다.
“우음.”
기둥에 잘만 기대 자더니만, 민주려의 머리가 쓰러지며 그의 어깨에 닿은 것이다.
“우우웅.”
새근새근 잘만 잔다. 남의 속도 모르고. 지야곤은 손가락을 들어 그 폭신한 뺨을 쿡 찔렀다. 요 며칠 사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얼굴이 이 얼굴이다.
“아우, 이우으으.”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민주려의 잠꼬대가 유독 심하다. 손발을 휘적이는데 이대로 내버려두면 떨어질지도 모른다. 지야곤은 허공을 휘적이는 작은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보드랍고 작은 손을 꼭 쥐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품에 쏙 들어오는 민주려. 머리가 그의 턱 끝에 닿았다. 아이 안듯이 안아놓고 내려다보자 잘만 자는 태평한 얼굴이 보인다.
지야곤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콩 맞대었다.
“네가 좋아.”
아무도 듣지 못할 그의 속내.
“민주려.”
과수원 안 원두막 안에서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복숭아 열매만큼 달콤한 냄새가 풀풀 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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