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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황금알 시인선-29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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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210*20mm
ISBN13 9791168150867
ISBN10 1168150868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혼자 저녁을 뜨는 이의 갈비뼈
구름떼의 적막한 탕진

누군가 돌아오지 않는 식솔을 기다릴 때
황혼은 빈방의 벽지처럼 낡는다

붉게 침강하는 하늘 너머

세상의 가장 추운 곳에서
홀로 수척한 이마 하나
최초의 별
---「최초의 별」중에서

당신이 나의 근황에 대해서 생각할 때 나는 어느 산록의 마을을 건너거나 어느 항구 뒷골목의 추운 불빛들을 지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멀리 있으면 그저 먼 곳인가요 세상이 온통 희고 추운 겨울 속에 머물 때 나는 더 먼 곳을 향하여 걸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나는 이 고단한 여정의 한 끝에서 등피?皮를 닦고 심지를 올리며 무심히 그대를 생각할 것입니다

이 겨울 새떼가 하늘을 비우고 짐승들이 굴로 향하는 빈 들녘의 끝, 나는 뒤안길 사금파리 위에 떨어지는 달빛 한 조각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나는 당신의 사소한 일상들을 생각하며 뒷산에서 땔감 한 아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장지문에 희게 몸을 떠는 문풍지를 붙이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궁이에 강솔불을 지필 것입니다
---「이 겨울에는」중에서

비가 그쳤다 살얼음처럼 시린 연화산의 이마
낮별들이 지등紙燈처럼 떨고
구름은 낮은 쪽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황지천변, 미국자리공은 소리죽여
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바람을 기다리고
광궤열차는 늘 그렇듯이
꿈꾸지 않는 자의 남녘을 향하고 있었다

앰블런스가 석공병원으로 달려가고 남은 자리
저녁해가 아무도 몰래 흥건히 자지러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주일마다 성공회 교당에
빠르게 모였다가 빠르게 흩어졌다

저탄장의 불빛들은 스크럼을 짜며 밤새 어둠을 견디고
강안 너머 차창을 내린 채 떠난 이들

기다려도 그 해는 오지 않았다
---「황지, 그 해」중에서

덕천리 마을회관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물푸레나무 잎새 사이로 하늘이 은입사銀入絲하듯이 쏟아지는 동안
찌르레기 소리가 공중의 한 부분을 조금씩 허물고 있다

회관 앞산이 여름 산빛을 진종일 덖어내더니
정류장 앞 덕천개울을 솔깃 귀를 세우며 내려다본다
천변 위로 쇠기러기떼가 날아간 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저녁햇살이 분주하다

난전 귀에 쇤 가을나물 같은 할머니들이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연신 고개를 빼고 있다
오래된 내복 같은 마을길의 적요寂寥

돌개바람 한 자락이 횡단보도 앞을 머뭇거리는 사이
나는 휘발유 냄새나는 완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 온몸에서 물소리가 희고 푸르게 범람했다
버스에 앉아 눈을 감고 속절없이
아니 필사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덕천리, 가을」중에서

쇠기러기떼가 건너는
하늘기슭은 여전히 옹기빛이다

공중에 난 틈새를 메우며 밀며 간다
난바다 물소리를 거느리며

저녁하늘은 오롯이 내장을 드러내며
폐결핵의 가난한 통점을 견딜 뿐

귀는 늘 바람 불어오는 쪽에서 운다
---「저녁하늘, 양양」중에서

건물더미에 뚫린 검은 창문들이
저탄장 구석의 버력처럼 쓸쓸하다

변기 위에 앉으면
누군가의 화장실을 이고 있거나
누군가의 화장실을 깔고 있는
어느 다리가 어느 다리를 베고 있을지 모르는

위층이 불을 끄면 아래층이 불을 켠다
교대근무에서 돌아온 샤워물소리가
총총히 내닫는 도마소리를 수납한다

공중에 기댄 어두운 창문들이
새벽 2시 밤의 한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파트사택은 고단한 밤의 간이역
젖은 작업복들이 난간을 견디고 있다

비 내리는 태백시의 어둠 속
이파리 사이로
연두색 고환을 숨기는 모과나무
---「풍경」중에서

함태탄광 저탄장은 초겨울 서릿바람의 원적지
석탄먼지가 일면 문곡역 앞
가로수다방의 목재계단이 자욱하게 부푼다

박재란의 [창살 없는 감옥]이 턴테이블에서 혼자 돌면
하 풍진 세상 추 마담의 실연 20년이 따라서 돈다

청량리행 곱배* 2량을 배정받으면 하루 일과는 끝이다
미스 박이 방금 타서 내놓은 쌍화차 속
날달걀 노른자위를 스테인리스 티스푼으로 뜬다

1층에 자리잡은 [가로수감자탕집]
감자탕 중자 하나에 경월소주를 시켜 놓고
조개탄이 탁탁 불티를 날리는 무쇠난로 곁에
다방식구 둘과 내가 둘러앉았다

미스 박, 고양이는 집을 못 떠나고,
개는 주인을 못 떠난다는데?!
아유~ 척하면 삼척이라고
집도 주인도 다 버리는 게 사람이지
미스 박이 잔에 소주를 채웠다

역 쪽에서 입환작업을 하는 기관차들의
차가운 쇳소리가 들렸다
청량리행 화차들이 저탄장 배출구 아래 줄을 서고 있겠다

나는 감자탕집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저탄장의 백열등 불빛들이 석탄을 싣는 화차들을
흐리게 지키고 있었다

* 곱배: 기차의 화물칸(경북 방언)
---「가로수다방」중에서

선산부 아버지는 광차를 타고 갱 속을 들어갈 때마다
오른손을 들어 이마와 가슴에 성호를 긋곤 했다

석탄빛 망사 같은 어둠이 아버지를 휩싸면
아버지의 등은 천천히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기침소리도 캄캄하게
갱 속 아버지의 그림자를 따라갔다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 날

어머니는 철암역 선탄장 형광등불빛
환한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석탄과 버력*, 동발* 부스러기들을 고르고 계셨다

영월읍 지나 두문동재 넘어서면
병반丙班 근무가 돌아올 때마다
캡불* 번쩍이며
톱 도끼와 양은도시락 철컥거리는
아버지 기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버력: 석탄과 함께 나오는 폐석
* 동발: 갱의 천정을 지지하는 통나무 기둥
* 캡불: 광부들의 화이바에 붙이는 전등(cap lamp), 안전등이라고도 한다.
---「두문동재」중에서

바람이 스산하던 그 봄 곁에서
연화산 발치 양지마을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산기슭을 감고 오다 개량주택 블록벽을 스치는
함태천 거랑물

산 옆구리 어디 어둡게 멍든 곳
살얼음 서린 수면 아래 물풀 곁에서 실눈 뜬 두꺼비들이
봄을 서둘러 받아쓰기하고 있었다

석탄을 부리고 돌아오는 디젤기관차의 후미에
고단한 식솔처럼 따라붙는 객차 몇 량

문곡의 3월은 땅도 더디 풀렸다
잔설 곁으로 스며드는 볕뉘 같은 사람들
이제 떠나려는 이들과
벌써 돌아오는 자들이
들고 나는 문곡역

검은 땅에서 검은 밥 먹으며
시멘트포 장판에 그림자처럼
배를 깔고 누운 나의 20대
---「문곡역」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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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원고를 덮으면서, 수록된 시편 가운데 유독 다시 읽어보고 싶은 것이 「이 겨울에는」이다. 이 시에 경제나 구호나 시대사나 자의식이 틈입해 있을 리 없다. 그것들은 그저 옹색하고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여기에서 ‘당신’과 ‘나’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당신’은 ‘나’가 될 수 있고, 언제든지 ‘나’는 ‘당신’이 될 수 있다. ‘당신’과 ‘나’는 애초부터 없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시를 읽는 것은 밤하늘에 자욱이 펼쳐진 별들을 바라보는, 시간도 존재도 증발한 공간을 유영하는 환상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값을 지닐지 모른다.
부치지 못한 숱한 엽서의 어느 단락 같은 처연한 어조의 고백! ‘당신’과 ‘나’의 부재 속에 오로지 ‘당신’과 ‘나’의 스산한 거리만이 문면에서 무심히, 하염없이 파동 지을 뿐이다. 그 파동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그리움, 또는 물무늬처럼 번지는 단색조의 칸타타.
- 오태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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