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금까지 의정이 잡히지 않아 고심했습니다. 요 며칠 감각이 맑아졌고, 오늘은 단전에 뭔가가 느껴져서 이게 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관해지는 것과 관하는 자가 있지요?”
“예.”
“관해지는 것과 관하는 자 둘 다 자성이 아닙니다! 자성은 상대 즉 이것과 저것이라는 양변을 여의었습니다. 즉 자성에는 상대가 없습니다. 뭐라도 보이는 것과 보는 자가 있으면 아직 자성이 아닙니다.”
“예?”
“그것은 그렇다고 의정도 아닙니다.”
“아이쿠, 콱 막힙니다.”
내가 만들어낸 것이 의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보는 자마저 자성이 아니라고 할 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은연중에 자성이라고 믿은 것도 자성이 아니요, 의정이라고 믿은 것도 의정이 아니었다. 이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앞뒤가 꽉 막혔다.
--- 제52일어이쿠, 콱 막힙니다 중에서
‘스스로’ 있는 존재는 상대가 필요없다. 상대가 필요없으니, 상대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성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고 스스로 온전히 있으니, 자유롭다. 자유는 상대가 없다. 상대가 없으니, 바라는 게 없다. 바라지 않으니, 두려움도 없다. 두려움이 없으니, 걸리는 게 없다. 옛 선사들이 ‘한 손으로 치는 손뼉 소리를 내봐라!’ 하거나, ‘짝이 없는 자를 아느냐?’ 하고 물은 것이 이해된다. 모두 ‘스스로 있는 것’ 즉 자성은 ‘상대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는 말이다. 나는 ‘스스로’라는 말에서 ‘자족自足’과 ‘자유’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내 안에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 있는 것’과 만나 ‘스스로’가 되면 은은한 기쁨이 한가득 삶을 채울 것이다.
--- 제100일 나는 자유인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