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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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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40*200*20mm
ISBN13 979116909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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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5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너한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미아를 입양 보낸 기관에서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책임을 그녀를 입양한 가정과 그녀가 처한 환경, 트라우마, 정신 건강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자신 탓으로 돌릴 거라는 점이야. 미아가 삶의 끈을 놔버리고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유’의 근본 원인이 그들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을 거야. 한국의 입양 기관에서는 아마 이렇게 말할 거야. “가끔” “나쁜” 입양 가정을 골라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건 “극히 드문” 일이라고. 그들은 입양인이 비입양인보다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살할 확률이 네 배나 높다는 잘 알려진 통계는 모른 척하거나 묵살해버릴 거야. 자신들은 미아가 겪었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고,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할 거야.
--- p.13~14

그렇다.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가 무너지고 입양 가정으로서의 자아상이 흔들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우리는 공동의 책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아이를 한 번 입양했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평생 지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물학적 가족은 괴로움을 당했을 수도 있다. 입양 가정으로서 우리는 결코 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
--- p.23

저는 항상 뭔가 더 나은 것이나 다른 어떤 것들을 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2019년 서울에 첫발을 디뎠을 때 바로 깨달았습니다. 저는 서울이나 인천 출신이 아닌데도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집에 돌아온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까지도 그때 느꼈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때의 기분을 “이상했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저로서는 굉장히 절제한 표현입니다. 당시 저는 막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어요.
--- p.27

해외 입양인으로서의 삶은 이중성으로 가득합니다. 입양된 나라에서는 아시아인의 외모 탓에 늘 그들과는 다른 사람 취급을 받고, 한국에서는 언어나 문화적 행동 능력의 부족 탓에 또 다른 이방인 취급을 받습니다. 어느 한쪽에 100퍼센트 온전하게 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사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저는 지금 한국어를 배운 지 거의 2년이 됐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땀과 눈물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한국어는 삼키기에 너무 쓴 약과 같습니다. 이번 생에는 결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 p.35

사람들이 제게 감사하냐고 물으면 저는 무엇에 대한 감사냐고 되묻습니다. 한국에서 팔려 이곳에 왔다는 것에 대해서요? 한국의 뿌리, 가족, 정체성을 잃은 것에 대해서요? 아니면 당신에게 감사할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음 생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입양인이 되는 것만은 절대 고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제가 직접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한국을 고를 것입니다.
--- p.38

당신과 달리 나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부모를 찾지 못했습니다. 생물학적 가족을 찾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때론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떠난 지금, 내 생물학적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닫아두었던 챕터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어요. 뿌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뿌리를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닮았으며, 어떤 성격을 물려받았는지, 가족사가 어떻기에 나를 포기했는지 등의 맥락이 나한테는 절실합니다. 내가 부모가 되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 p.44

제가 태어나던 날, 어머니는 저를 낳기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겨우 25주차, 그러니까 임신 6개월째로 접어들던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출산과 동시에 정신을 잃으셨고, 깨어났을 때는 제가 사산되어 의사들이 데려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의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아버지는 출타 중이었던 터라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시지도, 자발적으로 입양을 허락하지도 않으셨다고 합니다. (…)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고, 친가족과 상봉한 뒤에 우리는 입양 기관과 고아원, 탐욕스러운 의사 등이 꾸민 끝없는 거짓말의 흐름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 잔인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 p.52

당신의 딸로서 이 편지를 쓰고 싶어요. 아직도 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많아요. 제게는 어머니를 만날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지요. 제 남편과 아이들도 만나셨잖아요. 그 순간들이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어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연락하지 않고 있죠. 왜 그렇게 됐는지 저는 알 수 없어요. 어머니는 더 이상 제 메시지에 답하지 않습니다. 몇 달 전에는 한국에 갔는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제 여동생도, 오빠도 아무 말이 없어요. 이런 일이 재회한 입양인들에게 심심찮게 일어난다고는 들었어요. 이를 ‘이차 거부’라고 부른다네요. 가슴이 아프고, 몸도 아프고, 마치 고통 속에서 죽어버릴 것만 같아요.
--- p.69

제 가족을 찾으려는 노력은 있었는지, 혹은 저를 돕던 사람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릅니다. 저는 생후 첫 몇 주 사이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던 것 같지만 어떤 사고였는지, 그리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해외 입양이 저에게 최선이었고 또 적합한 선택이었는지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해외로 보내질 환경에 놓인 것 같습니다. 제가 버려진 아이로 분류되어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해외 입양되었다는 사실에 저는 여전히 슬픔을 느낍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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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이 한목소리로 “입양 생존자”라고 자신을 표현한 게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오랜 세월 미담으로 포장된 해외 입양의 민낯은 위조된 서류와 불법 절차, 인권 침해, 이익 추구를 위한 입양 기관과 권위주의 정권의 공모로 얼룩져 있다. 그 “거대한 인간 실험”의 피해자로서 존재의 근원에 대한 답조차 얻지 못하고 살아온 입양인의 삶은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부를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입양인뿐만 아니라 입양인의 배우자와 아이들, 양부모, 친생 부모 등 해외 입양의 다양한 당사자들이 던지는 입양의 정당성에 대한 뼈아픈 질문이다. 이 책이 드러내는 입양인의 고통은 과거사가 아니라 생생한 현재진행형이다. 세계에서 해외 입양을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해왔고 여전히 미혼모의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더 늦기 전에 추악한 진실을 밝히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저자)
이 책은 한국이 벌이고 있는 해외 입양에 관해 가감 없고 솔직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증언들을 담고 있다. 한국인 입양인은 고아이거나, 부모가 키울 여력이 안 됐거나, 서양의 부유한 나라에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사랑으로 보냈다는 서사는 모두 허구로 밝혀지고 있다. 과연 진실은 뭘까? 저자들은 어린 시절에 들었던 거짓말과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했던 고통을 드러내면서 독자들이 20만 명의 입양인과 그 가족이 겪은 일을 함께 인식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 그레이스 조 (『전쟁 같은 맛』 저자)
나는 모든 사람이, 생존하고 애도하는 목소리 그리고 부패한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이 강력한 증언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이야기들은 해외 입양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친생 가족, 입양 가족, 친구, 배우자 그리고 그 자녀들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나아가 우리 모두가 같은 역사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 마야 리 랑그바드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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