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은 기적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한 줌의 밀가루가 세상에서 가장 만족스러우며 기본적인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효모에 대해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효모는 어떻게 밀을 먹고 빵을 부풀리는 데 필요한 해롭지 않은 기체와 맛있는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또 야생효모는 어떻게 상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일까? 효모는 공간이 생기기 오래 전에 생겨났을 텐데….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아니면 신의 창조계획에 포함된 것일까?
소금의 역할 역시 놀랍다. 거의 모든 조리법이 밀가루의 무게 대비 2%의 소금을 넣으라고 하는데, 이보다 많으면 효모와 세균을 죽이고 적으면 효모가 억제 받지 않고 계속 자라나 결국 너무 빨리 스스로를 소진해버린다. 또한 소금은 글루텐에 힘을 불어넣어 자연발효빵의 아주 강한 산성 환경에서도 탄력을 지켜주어 빵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돕는다. 이상적인 소금의 양이 정확하게 빵의 맛도 좋게 만들어주는 양인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 p.49
아침 내내 몽티냐크의 책을 읽었는데, 벌써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끼니를 절대 거르면 안 됩니다. 그것은 가장 큰 실수이고, 신진대사를 망가뜨리는 최선의 방법입니다"라고 몽티냐크는 책에서 밝히고 있다. 끼니를 거르면 몸은 두려움으로 다음 끼니에서 에너지를 반항적인 지방의 형태로 축적한다. 통상적인 저 열량 다이어트를 오랫동안 했을 때 먹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운동은 별 상관이 없는데, 그는 "운동으로는 날씬해질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나에게 뛰어난 주방장과의 악수는 교황의 축복만큼이나 성스럽습니다. 사람들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몸에 나쁜 음식을 먹어서 몸무게가 느는 것입니다." 원하는 대로 먹되, 올바른 음식을 올바르게 조화를 이뤄 먹어야 한다. 감자, 파스타, 흰 쌀, 옥수수, 설탕, 사탕, 카페인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오직 단백질과 지방, 녹황색 야채로부터 얻을 수 있는 섬유질만 먹어야 한다. 과일은 다른 음식과 같이 먹으면 안 되고, 끼니를 먹기 -적어도- 30분 전이나 세 시간 뒤에 먹어야 한다. "가장 큰 실수는 끼니의 끝에 과일을 먹는 것입니다"라고 몽티냐크는 설명한다. 끼니를 거르는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맹세할 뻔 했다. --- p.106
나는 어머니 자연이 우리가 엄격하고 양보를 모르는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으셨다고 결론 내렸다. 그것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어느 완전한 채식주의자의 집을 방문한다면, 적어도 비타민 보충제가 식료품실만큼 풍부하게 채워진 찬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잡식동물로서 살도록 고안되었고, 다목적 치아 구조와 소화 체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채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식생활이 아니다. 인류학자는 지난 수백만 년 동안의 인류 진화 과정에서 대부분의 인류가 고기, 특히 생선과 저지방 야생 동물을 먹어왔다는 것을 안다. 내 생각에 소화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식물 단백질은 견과류이다. 그러나 조리는 불과 5만 년 전, 그러니까 인류의 생리학과 유전학적 구조가 진화한 한참 뒤에 발명되었다. (우리가 원시 문화라고 일컫는) 전통적이고 비산업적인 문화가 채식주의를 실현한다면 무슨 도움이 될지, 나는 생각할 수 없었다. 채식주의는 언제나 식량난과 종교, 유행과 패션을 포함한 이념의 산물이었다. --- p.140
나는 지난 십 년 동안 완벽한 슈크르트를 먹는 꿈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혼자 이렇게 알자스에 버려지고 나니, 그 목표는 저 골짜기 바닥에서 땅을 일구는 작은 농부만큼이나 멀게 느껴진다.
천가지 음식을 맛보는 여정도 무엇이든 한 입 먹어야 발걸음을 떼어놓을 수 있다. 줄리아 차일드의 조리법을 따라 슈크르트를 만들어보고 나서는 계속해서 알자스식 슈크르트를 먹는 꿈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녀의 조리법에는 닭고기 국물과 양파, 당근, 정향, 주니퍼베리가 들어가며, 그 맛은 기가 막혔다. 구운 돼지고기와 소시지, 베이컨과 햄도 넣는데, 모두 미국에서 익숙한 고기였으며 구하기도 쉬웠다. 어찌나 맛있던지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고는 완벽한 알자스식 정통 슈크르트 역시 적어도 이 정도로 맛있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렇게 진짜 슈크르트를 찾는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 p.201
능력 있는 바비큐 조리사라면 맛있는 돼지고기를 바비큐하기 전에 삶거나 쪄서 회색으로 변하거나 풍미를 잃도록 하지 않는다. 소스는 날고기를 재우거나 45kg이 넘는 통돼지에는 주사기로 깊숙한 곳까지 맛을 집어넣거나 고기 표면에 바를 때, 또는 바비큐가 거의 다 익었을 때 마무리를 위해서 탁자 위에 놓고 먹는 데 쓸 수 있다. 몇몇 챔피언 수상 경력이 있는 바비큐 조리사는 몇 가지의 소스를 쓰기도 하고 아예 아무 소스도 쓰지 않는 대신에 처음 조리를 시작할 때 마른 양념을 한 켜 뿌려주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원시적인 과정만으로도 고기가 스스로 맛을 불어넣고 부드러워지도록 한다는 점은 바비큐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맛있는 바비큐를 만드는 사람들은 소스를 남발하지 않는다. --- p.256
서양 요리계에서 가장 위대한 조리사로 우뚝 솟아 있는 존재인 조엘 로뷔숑은 '아그리아Agria'라는 감자를 추천하고, 손으로 살짝 덜 고르게 잘라 '소금을 넣지 않은 끓는 물'에 2분간 데친 뒤 160도의 땅콩기름에 몇 분 튀겼다가 몇 분을 기다려, 다시 190도의 기름에 2분간 더 튀긴 뒤 고운 소금이 깊이 배어들도록 양념한 다음, 굵은 소금의 바삭바삭한 맛을 살려 양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가 좋아하는 소금은 브르타뉴 주 '구에랑드Guerand' 지방의 회색 소금이다. 튀긴 감자는 미국에서는 서민의 음식이라고 여겨지지만 프랑스와 벨기에에서는 누구도 프렌치프라이에 그런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로뷔숑은 "아, 감자튀김! 바삭바삭한 프렌치프라이 한 접시를 받아 들고 체면 차리는 사람을 보지 못했죠"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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