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아예프 그러나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도라 사랑하고 있지. 그 말은 맞아. 기댈 곳 없는 그저 막연한 사랑으로, 불행한 사랑으로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인민과 멀리 떨어진 방구석에 죽치고 들어앉아서 제 생각에만 골몰한 채 살고 있는 거야. 그럼 과연 인민은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인민은 말이 없어. 이 막막한 침묵, 이 막막한 침묵 ….
칼리아예프 그러나 사랑이란 바로 그런 거야. 모든 것을 다 주는 것, 보상받을 희망도 없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것 말야.
도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건 절대적인 사랑, 순수하고 고독한 기쁨이지. 과연 내 가슴을 태우고 있는 사랑은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어떤 때는 사랑이란 좀더 다른 어떤 것이 아닐까, 독백이기를 그치고 더러는 대답도 들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난 이런 상상을 해봐.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고개가 부드럽게 숙여지고 마음은 거만함에서 벗어나고 두 팔이 활짝 벌려지는 거야. 아! 아네크, 잠시 동안만이라도 세상의 이 참혹한 비참을 잊고서 몸과 마음을 푸근히 맡겨둘 수만 있다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다 잊어버리고 제 생각에만 몰두하는 것, 그런 걸 생각해볼 수 있어?
칼리아예프 물론이지, 도라.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지.
도라 너는 언제나 말을 잘 알아들어, 바로 그래.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야. 그런데 너는 그걸 정말 실감할 수 있어? 정의라는 것을 진정 가슴속에서 부드럽게 사랑하고 있어? (칼리아예프는 말이 없다) 너는 우리 인민을 그런 부드럽고 푸근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로 복수와 반항에 불타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어느 쪽이야? (칼리아예프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것 봐. (도라는 칼리아예프 쪽으로 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럼 나는 어때? 너는 나를 그런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 pp.73-74
칼리아예프 그러나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도라 사랑하고 있지. 그 말은 맞아. 기댈 곳 없는 그저 막연한 사랑으로, 불행한 사랑으로 우리는 인민을 사랑하고 있어. 인민과 멀리 떨어진 방구석에 죽치고 들어앉아서 제 생각에만 골몰한 채 살고 있는 거야. 그럼 과연 인민은 우리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인민은 말이 없어. 이 막막한 침묵, 이 막막한 침묵 ….
칼리아예프 그러나 사랑이란 바로 그런 거야. 모든 것을 다 주는 것, 보상받을 희망도 없이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것 말야.
도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건 절대적인 사랑, 순수하고 고독한 기쁨이지. 과연 내 가슴을 태우고 있는 사랑은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어떤 때는 사랑이란 좀더 다른 어떤 것이 아닐까, 독백이기를 그치고 더러는 대답도 들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난 이런 상상을 해봐. 하늘에는 태양이 빛나고 고개가 부드럽게 숙여지고 마음은 거만함에서 벗어나고 두 팔이 활짝 벌려지는 거야. 아! 아네크, 잠시 동안만이라도 세상의 이 참혹한 비참을 잊고서 몸과 마음을 푸근히 맡겨둘 수만 있다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다 잊어버리고 제 생각에만 몰두하는 것, 그런 걸 생각해볼 수 있어?
칼리아예프 물론이지, 도라.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지.
도라 너는 언제나 말을 잘 알아들어, 바로 그래. 그게 바로 부드러움이라는 거야. 그런데 너는 그걸 정말 실감할 수 있어? 정의라는 것을 진정 가슴속에서 부드럽게 사랑하고 있어? (칼리아예프는 말이 없다) 너는 우리 인민을 그런 부드럽고 푸근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그 반대로 복수와 반항에 불타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어느 쪽이야? (칼리아예프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것 봐. (도라는 칼리아예프 쪽으로 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럼 나는 어때? 너는 나를 그런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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