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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희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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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32g | 140*200*13mm
ISBN13 9791194141051
ISBN10 119414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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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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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모과는 이제 점점 무르고 썩어서 다음 생을 기약하리라. 나도 언젠가는 생을 다하는 날이 오겠지. 상처가 발효되어 진한 향기를 품을 수 있다면 내게선 어떤 향기가 날까?
--- p.30

빛나지 않는 오늘이어도 괜찮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괜찮다. 추운 냉기를 머금고 생명력을 피운 겨울 냉이처럼 숱한 세월을 건너온 할머니처럼 나는 오늘도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하루를 엮는다.
--- p.39

허공도 그러한데 하물며 재가 품고 있는 희망은 말해 무엇하랴. 욕망의 무게에서 산화된 영혼 없는 재는 하얀 희망이 되어 다시 찬란한 봄을 기약하리라. 욕망과 희망 사이에서 초보 농군의 첫 가을이 그렇게 흩어져 간다.
--- p.56

내 마음의 주름을 곱게 펴줄 다리미를 찾느라 꽤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다.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잘자잘한 구김살 속에도 숨어 있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깊은 주름을 매끈하게 폈을 때 더 명쾌한 느낌이 들 듯, 세월의 주름이 깊을수록 사소한 행복의 참맛을 느끼곤 한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잃어버린 다리미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파랑새는 미래도 과거도 아닌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다는 것을.
--- p.72

어쩌면 나르시스는 지독히도 외로웠는지 모른다. 남이 알지 못하는 그만의 고통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더욱 당찬 모습으로 피어났을 것이다. 그는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아픔까지 사랑해줄 님프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 p.118

흙을 만지는 농심은 대가 없는, 그냥 나눔이다. 수확의 기쁨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까. 내 손으로 지은 알곡을 보고 함께 기뻐해 줄 사람이면 족하다.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은 아이의 그 마음이다.
--- p.132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문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송강의 국문학사적 가치를 인정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한문으로 된 글을 높이 사던 시대에 우리말을 차원 높은 예술 언어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다.
--- p.148

바람은 언제나 낯설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같을 수 없다. 그래도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다녀간다. 때론 섬세하게 때론 무지막지하게. 그들이 일으켰던 바람이 있었기에 나 역시 그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또 다른 색깔의 바람은 어디선가 불고 있을 것이다.
--- p.169

비워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고 했으니 잘려나간 자리에서 다시 새순이 돋을 것이다.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설 대추나무가 부럽다. 초보자의 실력이기에 혹시 대추가 하나도 열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오늘 한 가지치기가 대추나무에 상처가 아니라 거듭남을 위한 준비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p.192

나의 어깨가 넓어서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고 움츠러들지 말아야겠다. 아랫배가 나왔다고 애써 힘주지 말자.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죄는 아닐 것이다. 비록 덧니라도 활짝 웃어야 예쁘다. 길거리에서 호떡을 먹는 것도 죄가 될 수는 없다.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먹어보자. 당당한 모습이 아름답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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