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새로운 키워드, ‘보행’
일상에 쉼표를 찍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걷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좀 더 편리하고 빠른 이동수단인 자동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매혹되어 흙길을 아스팔트로 메우고 육중한 바퀴가 견딜 수 있도록 더 많은 길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보행자의 길이 좁아지고 아스팔트 도로가 넓어질수록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걷는 것보다 타는 것에 익숙해졌고, 생활 전반의 속도가 빨라졌다. 사방이 자동차로 꽉 막힌 도시는 여유와 활기를 잃어갔고, 시민들의 삶은 더욱더 분주해졌다.
바로 지금, 우리는 걷기를 통한 ‘힐링’이 필요하다. 잠시 자동차의 시동을 끄고 걸어보자.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거리, 건물, 동네, 사람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삶에 지쳐 무감각해진 마음의 벽을 허물 수도 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같이 걸어 만드는 보행도시야말로 행복도시이다. 보행을 통해 회색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녹색의 생명력과 희망을 찾아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보행은 인간이 취득한 최초의 권리이며 기쁨이다. 우리는 행복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이제 보행을 통해 바쁜 도시생활에 쉼표를 찍어보자.
보행자와 자동차, 도로 위의 균형 찾기
서울시에서 발생한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연간 230여 명 정도이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약 53%에 달한다. 전체 사고 4만여 건 중에서 보행자 사고가 1/4인 데 비해서 사망사고는 훨씬 더 비율이 높다. 환경운동가 앤드루 킴브렐(Andrew Kimbrell)이 말하기를 9,000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250만 명 이상이 고속도로에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이처럼 보행자와 자동차 모두 행복하게 도로를 공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런던에서는 차도와 인도의 높이를 같게 함으로써 보행자들은 본능적으로 차를 피해 걷는 습관이 배었고, 운전자들은 도로를 공유하면서 보행자와 공존하는 법을 익혔다. 보행자와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안전하게 공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지금 유럽의 대도시들은 보행자와 자동차가 같은 도로를 공유하는 도시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보행도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서울 교통비전 2030(시민들에게 하는 11대 약속)’이다. ‘사람’, ‘공유’, ‘환경’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사람이 중심이 되고, 함께 이용하고, 환경을 배려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시의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명분하에 자동차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도시의 주인이 보행자가 되어 어느 곳에서나 마음 놓고 걸을 수 있고, 도시가 더 이상 매연과 소음의 소굴이 아니라 인간의 희망과 꿈을 회복시키며 기억하는 밝은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그 방법과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간 출간의의
이 책은 서울연구소의 서울연구원 미래서울 연구총서의 일곱 번째 책으로서, 자동차 중심의 도시가 보행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과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자동차의 의존도를 낮추고 보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자동차 이용을 덜 하면 자연스럽게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교통소음과 교통사고가 줄어들고, 시민들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새롭게 태어날 보행도시를 그리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보행자와 자동차가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다닐 수 있는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아름다운 세계 보행도시를 소개해주고 있다.
서울연구원 미래서울 연구총서는 미래 도시 서울의 핵심가치를 발굴해 미래지향적인 서울 시정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연구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성장중심시대에서 삶의 질 중심의 포스트성장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됨에 따라 서울의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한 미래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서울의 미래를 관통하는 15개의 핵심 키워드별로 개념과 사례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서울시 공공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