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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향기로 말한다

더푸른서정시-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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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100g | 128*208*15mm
ISBN13 9791198173690
ISBN10 1198173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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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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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하나의 몸짓으로 말한다
맑은 영혼에서 향기가 발하고
소리가 없어도 꽃은 향기로 말한다
사람이어서 사람이듯
꽃이어서 꽃이라고
철 따라 이름을 달고
색색으로 말한다
작은 들꽃도 향기로 벌 나비와
사랑을 속삭이고
이름 모를 야생화도
바람이 흔들어 대니
꽃은 향기로 말하고
색으로 꽃이 된다
---「꽃은 향기로 말한다」중에서

부드럽고 약한 것 같으나
강하고 날카로운 것은 입술이다
그 안에서 놀리는 혀는 주재가 되어
따뜻함과 차가움의 온도 차가 발생한다

목련꽃처럼 온화한 봄날에 순수함이
피어난다면 온도는 따뜻하게 오를 것이고
고드름이 땅을 찌를 듯 차갑게 굳어버린 말은
영하로 뚝 떨어지게 만들 것이다

사랑으로 감싼 입술이라면
따끈따끈한 난로 위에 얹어놓은
물 주전자 주둥이에서 나불나불 스민 김이
하나의 공간을 온기로 채우고

차가운 입술에서 날카롭게 뱉어내는 말씨는
얼음장 속에서 싹을 틔우지 못할 것이니
입술을 움직일 때는 따뜻한 입김으로
여린 새싹들 예쁘게 키울 수 있는
말의 온도계를 마음에 달고 싶다
---「말에 온도계가 달렸다」중에서

바람의 눈초리가 싸늘히 식었습니다
내 등줄기엔 찬 기운이 파고듭니다
갈바람에 나뭇잎들은 비틀거리며
색색이 갈아입은 옷자락을
바람이 할퀴어 길바닥에 눕히고
은빛 억새꽃도 헐떡거린 숨소리로
생명줄을 털어 내는 중이고
향기로 뿌려놓은 들꽃들도
이젠 먼 길을 떠나려고 합니다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으면
또다시 채워진다는 것을
가을 숲은 말합니다
한로가 데리고 온무서리가
또 다른 계절의 옷을 갈아입히고
겨울 준비를 하겠지요
---「한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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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무는 존재에 대해 갖게 되는 연민 혹은 애착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더욱더 선명해져서 떨쳐낼 수 없는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박성금 시인은 저문다는 것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것이라는 의미로 전환하며 삶에 가치를 더 부여한다. 삶을 가치 있게 가꾸기 위해서는 마음이 바닷가 몽돌처럼 둥글어져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안다. 박성금 시인은 오랜 세월을 살다 보면 서로 대립하거나 반목하게 되는데 더는 갈등하지 않고 원만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요령과 지혜를 깨닫게 되었음을 성찰한다. 시인은 인격이나 어떤 기질 같은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포용력 있고 융통성 있게 커져야 한다는 것을 자연에서 배운다. 따라서 박성금 시인의 시집은 저물어 가는 풍경 속의 존재를 고스란히 품으며 걸어온 길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오롯이 담고 있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신을 마주하는 법을 아는 박성금 시인의 언어는 그래서 슬프지만 따뜻하다.
- 이송희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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