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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랑

위험한 사랑

김태영 | | 2014년 06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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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584g | 138*195*24mm
ISBN13 9788958043829
ISBN10 895804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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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손거울로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눈은 퀭하고 피부는 푸석거렸다.
내가 그렇게 빼고 싶었던 젖살이 다 빠지고 머리카락도 윤기 하나 없이 검불처럼 내 머리에 얹혀 있었다. 한 십 년은 늙어보였다. 그런 내 꼴을 보자 위로가 되었다. 죄책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괴롭고, 괴롭고 또 괴로워야 했다.
나는 거울을 침대 아래도 던지고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 넣은 후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대로 잠들면 다시는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 p.21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나는 나를 가르치던 선생과 사랑에 빠졌어.”
“나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
“그는, 내가 사랑한 사람은 유부남이었어.”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은 남자였어.”
우리는 잠시 눈이 동그래져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 온지 모를 유쾌한 웃음 입자가 허파로 쓸려 들어간 듯 웃음의 폭풍에 휩싸여 숨을 쉬기도 곤란할 정도였다.
--- p.76

“너를 이런 곳에 숨게 만든 사람 말이야. 아직 사랑하고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규원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단호하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우린 완전히 끝났어.”
“넌 아직 후유증에서 못 벗어난 것처럼 보여. 네 눈빛, 말투, 행동들 모두 현실감이 안 느껴져. 꿈속을 헤매는 사람 같다고. 현실을 자각하면 고통도 함께 느껴야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런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여기 숨어 살 수는 없잖아. 친구로서 충고하는데 얼른 네 본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
규원의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 p.88

우리는 건배를 하고 와인을 마셨다. 나는 곁눈으로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훔쳐보았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젖은 머리카락과 섬세하면서 강해 보이는 손가락. 하얀 셔츠에 감싸인 단단한 근육들.
태섭은 탁자에 팔꿈치를 얹고 거기에 머리를 기댄 채 나를 노골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와인잔만 만지작거렸다.
“내가 좋아한다는 말은 이미 했고, 당신도 나한테 호감 있는 거 아니까, 우리 서로 좋아하는 거 맞죠?”
“우리 서로 좋아하는 사이 맞는다고 인정해줘요. 그러면 나는 오늘부터 당신 남자가 될 겁니다.”
--- p.182

그는 한참 동안 나를 아기처럼 가만히 안고 있었다.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은 채. 욕망이 담기지 않은 그의 따뜻한 포옹이 얼마나 나의 내면을 깊숙이 어루만져 주었는지 그는 몰랐을 것이다. 내 육체만을 원하는 것이 아닌 그의 진정한 사랑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또다시 그라는 남자에게 감동을 받고 말았다. 나는 나를 안고 있는 그의 단단한 오른팔을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좋을 수도 있네요. 지수 씨도 그래요? 당신도 나만큼 좋아요?”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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