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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닌데
이미경 | 다른 | 2014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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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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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40g | 130*205*13mm
ISBN13 9791156330257
ISBN10 11563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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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미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으로 등단하였다. 무용과 연극 공연을 즐겨 보다 희곡을 쓰게 되었고, 오랜 집필 끝에 완성한 「그게 아닌데」로 대학로에 입성하였다. 2012년 초연된 「그게 아닌데」는 그해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과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2013년에는 버려진 노인들을 소재로 다룬 「택배 왔어요!」가 공연되었고, 2014년에는 대전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수상작 「무덤이 바뀌었어요!」에 이어 전국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수상작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집 발간사업에 선정되어 희곡집이 발간될 예정이며, 현재 공연예술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맘모스 해동」 독회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여전히 사람들을 웃기다 울리고, 울리다 웃기는 그런 희곡을 쓰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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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조련한 지 얼마나 됐어?” / “이, 일 년 됐는데.” / “이 년이야? 일 년이야?” / 조련사가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 “일 년인데!” / “일 년 전부터 코끼리 조련에 침투시켰다.” / 형사가 타이핑을 한 후, 코를 노트북에 바짝 대고 킁킁댔다. / “냄새가 제법 구리다. 왜 코끼리 조련을 시작했지?” / “순하고…….” / “묻는 말에만 대답해! 왜 코끼리 조련을 시작했냐고?” / 형사의 목소리가 몇 옥타브를 넘나들었다. 조련사는 의사가 ‘왜’라고 물을 때와 다르게 질문을 지겨워할 새가 없었다. / “코끼리는 내 말을 잘 듣는데.” / “데, 데, 데, 데, 데? 너 지금 나한테 반말하냐?” / 조련사는 마음뿐 아니라 몸도 졸아들었다. 몸이 저절로 번데기처럼 말렸다. / “요! 요! 인마! 왜 코끼리가 달렸다고?” / “달린 게 아니라 뛰어간 건데.” / 형사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조련사가 재빨리 덧붙였다. / “요!” ---pp. 69~70

“그날은 얘가 비번이었어요. (……) 공놀이 훈련을 시킬까 싶어 우리에 들어갔는데, 코끼리 뒤에 누군가 있는 거예요.” / 동료의 진술에 형사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 “이 사람이었나요?”/ “예. 바지를 내리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소변을 보는 줄 알았는데…….” / “그런데요?” / “근데 얘가 코끼리 거시기를 잡고 있더라고요. 다른 한 손은 자기 바지 속에 있었어요. 어찌나 손을 마구 흔들던지. 전 너무 놀라서 못 본 척하고 몰래 나왔죠.”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련사가 동료에게 달려들었다. 의사가 어렵게 조련사를 동료로부터 떼어 놓았다. / “아, 아닌데!” / 조련사는 분노와 답답함이 얼룩진 표정으로 강력하게 부정했다. / “거짓말! 거짓말인데.” / “변태성욕입니다. 변태성욕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성애의 대상에 대한 도착과 성행위에 이상이 나타나는 걸 말하죠. 성애의 대상으로 동물애(動物愛)로의 도착이 있을 수 있죠.” / 의사는 확신에 찬 투로 설명을 했다. 형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 “그냥 종합 장애 세트라고 하세요.” / 조련사가 형사의 말을 비집고 혼잣말을 했다.---pp. 95~96

“거, 거기를 모, 모기한테 물렸었는데. 가려웠는데. 긁기도 힘들고. 주변만 긁다가 약 바르려고 코끼리 뒤에서 팬티를 벗었는데. 화끈거렸는데. 중심 잡으려고 코끼리 거시기를 잡고 있었던 건데.” / “이분은 단지 애정에 대한 색다른 환상이 있어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동물에게로 향하는 것뿐이죠.” (……) “형사님, 이분은 좀 다른 것뿐이에요. 다를 수 있어요. 그건 선생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유전과 환경 때문이죠. 선생님도 피해자입니다.” (……) 형사가 핀잔을 주듯 가볍게 이야기를 받았다. / “골고루들 하시네. 이솝우화에, 성인물 에로틱 버전에.” / “증명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와 성정체성의 관계, 제 논문입니다. 트라우마가 무슨 뜻인지 아시죠? 어떤 충격을 받았을 때, 정신적 충격이 깊은 상처로 남는 걸 말합니다. 이 논문은 세 가지 사례를 토대로 썼는데, 선생님은 두 번째 사례와 흡사한 지점이 많…….” / 의사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형사가 소리를 질렀다. / “사주를 받은 거야!” / 자신의 주장에 쐐기를 박듯 형사는 의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누구한테서 받았느냐만 밝히면 되는데, 계속 끼어드네. 정신 산만하게. 금치산자니 정신병자니 해서 빼낼 생각 마쇼. 그런 꿈은 아예 꾸지 않는 게 좋아! 피차간에.”---pp. 101~103

“다 시인했나요?” / “그럼요. 우리 애가 말한 그대롭니다.” / “뭐라고요?” / “잠시 뛰놀라고 코끼리를 풀어 준 건데, 그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대요.” / 어머니는 전혀 기죽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당했다. / “전형적 유형이시네요. 둘이 있을 땐 억압하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땐 감싸고. 방금 하신 말씀은 어머님 각본이죠? 어머님 덕분에 아드님은 코끼리와 애정 행각을 하고, 급기야 함께 도망치는 애정도피에까지 이르렀어요.” / 의사의 말에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거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형사의 짜증이 더 빨랐다. / “뉴스 좀 보세요! 임태규 의원이 전치 12주예요. 세상이 코끼리한테 얻어맞은 대선 후보 때문에 떠들썩한데, 무슨 도피를 해요? 애정 도피? 코끼리랑?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의사 양반, 심심해요? 경찰서까지 와서 농담합니까?” (……) “받아들이기 힘드실 거라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 의사의 말을 잘라먹고 형사가 주먹까지 쥐어 가며 소리쳤다. / “이건 정치적 음모예요!” / “형사님 음모가 아니고요? 음모가 무슨 뜻인지는 아시죠?” / “음모요?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우리 애는…….” / “어머니!”
---pp. 14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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