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나의 군왕으로 지금껏 모셔 왔고,
아버지처럼 사랑하고 주인으로 따랐으며
기도할 때마다 나의 위대한 후견인으로 마음에 새겼던
리어 왕이시여 --
리어: 활시위를 당겼으니 화살을 피하라.
켄트: 화살촉이 제 가슴에 박히더라도 차라리 쏘십시오.
리어가 미치면 켄트는 예의를 잊겠습니다.
노인장, 어찌하려 하십니까? 권력이 아첨에 머리 숙일 때
신하 된 도리로서 직언을 겁낼 거라 생각하십니까?
왕권이 어리석음에 떨어질 때
명예는 정직에 묶여 있는 법입니다. 왕국을 보존하소서.
다시 한 번 숙고하셔서 이 끔찍한 경거망동을 멈추소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리지만 폐햐의 막내딸이
폐하를 가장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낮은 소리에 울림이 없다고 가슴이 빈 것은
아닙니다.---pp.17~18
바보광대: 아저씨고 알다시피
뻐꾸기를 너무 오랫동안 키웠던 바위종다리는
새끼 뻐꾸기에게 머리를 뜯어 먹히고 말았네.
이렇게 촛불이 꺼지고 우리들은 어둠 속에 처한 거야.
리어: 네가 짐의 딸이 맞느냐?
고너릴: 제가 아는 아버님의
그 훌륭한 판단력을 잘 활용하셔서
아버님의 원래 모습과 동떨어진
최근의 그런 마음가짐을 버리시옵소서.
바보광대: 마차가 말을 끌 때 어떤 멍청이가 그걸 모를까?
와, 저그여, 그대를 사랑하노라.
리어: 여기 누구 과인을 아는 이 없는가? 이건 리어가 아니다.
리어가 이렇게 걷고 이렇게 말하나? 그의 눈이 삐었나?
정신이 약해졌거나 분별력이 무뎌졌구나.
하! 내가 꿈을 꾸고 있나? 그건 아니군.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자 누구냐?
바보광대: 리어의 그림자.---pp. 46~47
고너릴: 제 말 들으세요, 아버지.
그보다 두 배나 많은 하인들이 시중을 들어 줄 집에서
도대체 스물다섯, 열, 아니 다섯의 시종들이
어째서 필요하다는 겁니까?
리건: 한 명이라도 무슨 필요람?
리어: 아! 필요에 대해서 따지지 마라.
더없이 천한 거지도 하찮은 것들을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법.
자연적인 필요 이상의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은 금수나 마찬가지다.
너는 여인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전부라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과는 상관없는
그런 화려한 옷은 필요치 않지.
그러나 진정한 필요에 대해 말하자면 --
아, 하늘이시여, 나에게 인내를, 필요한 인내를 주소서.
신들이시여, 비참할 정도로 늙고 슬픔 가득한
이 불쌍한 노인네를 굽어보소서.
이 딸년들이 아비의 가슴에 못을 박게 하는 것이
그대 신들의 뜻이라면, 나 또한 이를 고스란히 견뎌 내는
바보로 만들지 마소서. 나에게 고귀한 분노를 내려 주시고
여인의 무기인 눈물이 남자인 내 뺨을
더럽히지 않게 해주소서! 너 천인공노할 마녀들아,
네년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는 모르나
온 세상 사람들이, 아니 온 세계가 가공할
그런 복수를 해주마. 내가 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 울지 않겠다. 울어야 할 이유 충분하지만
울기 전에 이 가슴이 수만 개 조각으로 찢어질 것 같구나.---pp. 88~89
리어: 읽어라
글로스터: 아니, 눈두덩만 가지고 말입니까?
리어: 오호, 진심인가? 얼굴에는 눈이 없고 지갑에는 돈이 없단 말인가? 자네 눈은 어려움에 처했고 돈주머니는 가벼움에 처했군. 그렇지만 자네는 세상 돌아가는 법을 보아 알고 있겠구먼.
글로스터: 느낌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어: 아니, 자네 미쳤나? 눈이 없어도 세상 돌아가는 법은 볼 수 있는 법이라네. 귀로 보란 말이야. 저기 있는 재판관이 저기 있는 불쌍한 절도범에게 소리치는 것 좀 보게. 귀로 들어 보란 말이야. 두 사람의 자리를 바꿔 놓으면 누가 재판관이고 누가 도둑인지 알 수 있겠나? 자네 혹시 농부의 개가 거지를 향해 짖어 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글로스터: 그렇습니다.
리어: 그래, 인간이 똥개를 피해 달아나지?
바로 거기에서 권력의 형상을 본 셈이네.
관직에 있는 자에게는 개가 순종을 하지.
너 못된 포졸아, 그 끔직한 손 거두어라!
왜 그 창녀에게 채찍을 가하느냐? 너의 등부터 벗어라.
채찍 맞는 그녀의 색정에 너 또한 불타고 있지 않느냐.
고리대금없자가 사기꾼에게 교수형을 언도하는 꼴이다.
해어진 넝마 사이로 작은 악덕 드러나지만
모피 외투는 모든 것을 감추는 법. 죄에 금박을 입혀 봐라.
그러면 정의의 강한 창끝도 맥없이 부러지고 만다.
그러나 넝마를 입히면 난쟁이의 지푸라기도 뚫어 버리지.
---pp.15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