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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어야 너희가 편하지

내가 울어야 너희가 편하지

정정희 | 명상 | 2000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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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6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321729
ISBN10 897232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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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학교를 다닐 때 잊혀지지 않는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날, 학교에 가려고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탔다. 등교 시간, 출근 시간이라 버스 안에는 승객이 많았는데 운전에 열중하고 있는 운전 기사의 뒷모습에 시체 7구가 영화처럼 스쳐 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운전 기사에게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이 버스 가다가 사고가 나서 일곱 명이 죽으니 조심해!"

그러자 운전 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 나를 돌아보았다.

"요 조그만 녀석이 아침부터 돌았나 …."

아저씨는 욕을 하면서 나를 심하게 야단쳤다. 나는 운전 기사에게 왜 내가 돌았냐고 마구 대들었다. 같이 탄 친구들이 말렸지만 나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눈에 불꽃을 튀기면서 싸웠다.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괜한 욕을 먹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운전 기사는 물론이고 버스 안의 승객 모두가 나를 미친 학생으로 취급했다.

운전 기사는 재수가 없다면서 침을 퉤 뱉고는 문을 열고 나를 차 밖으로 떠밀었다. 버스는 길바닥에 나를 버려 둔 채 다시 시동을 걸고 달려가 버렸다. 버스가 속도를 내더니 산벼락 밑을 막 벗어나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그 버스가 갑자기 비탙진 산자락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겁이 더럭 나서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 허겁지겁 도망을 갔다. 죽은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버스에 타고 있던 친구들을 비롯해 기사까지 일곱 명이 죽었다고 한다. 내가 운전 기사의 뒷모습에서 보았던 시체 일곱 구는 앞날을 예고한 것이었다. 나는 이때부터 아마도 신이 나를 감싸고 보호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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