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체의 정의
문체의 다양성은 모든 언어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인 만큼(Hockett, 1958: 556) 번역에서 문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문체란 담론의 ‘어조(tone)’와 ‘맛(flavor)’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다차원적 특징을 말한다. 담론구조를 “건물 전체의 모양과 크기”에 비유한다면 문체란 “건물 외부의 질감(texture), 색의 종류와 양, 조경, 내부 장식의 문제”이다(Nida and Taber, 1969: 132). 문학담론을 번역하면서 원작자 개인의 문체적 특이성을 재현하기란, 그런 특이성을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차치하고, 번역 시 가장 까다롭게 느껴지는 일 중 하나다.
비문학담론에서는 번역문의 문체적 충실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보일지 모르나, 원작자의 문체를 옮긴다는 것은 어떤 경우든 번역된 메시지의 전체적인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문학담론에서보다 그 중요성이나 난이도가 낮다고 볼 수 없다.
문체는 인간의 언어 행위에서 워낙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모든 유형의 의사소통 상황에 적용 가능한 단 하나의 정의로 범위를 좁히기는 어렵다. 웬만큼 감수성이 있는 독자라면 뚝뚝 끊어지는 문체, 어색한 문체, 함축적인 문체, 횡설수설하는 문체, 전보식(telegraphic) 문체, 유려한 문체, 속어가 많은 문체, 논리적인 문체, 법률체, 기사체, 문학체, 어린애 같은 말투, 피진(pidgin), 하위문화 은어체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담론 문체를 알아볼 수 있다. 캐롤(Carroll, 1960)은 산문 문체를 구성하는 복합적 요인들을 논의하면서 문체를 6가지 측면, 즉 (1) 일반적인 문체 평가(좋다 vs. 나쁘다), (2) 개인적 감정 개입 vs. 배제, (3) 화려체 vs. 건조체, (4) 추상적 vs. 구체적, (5) 진지함 vs. 해학, (6) 인물묘사 vs. 서사 등으로 분류해 제시했다. 옐름슬레우(Hjelmslev, 1961: 115)는 (1) 다양한 제약을 특징으로 하는 여러 가지 문체 형식(운문, 산문, 운문과 산문을 혼합한 형식 등), (2) 문체(창의적 문체, 순수하게 모방적인 이른바 ‘일반적인(normal)’ 문체 등), (3) 문체의 급(value-styles) (고급 문체, 소위 저속한 저급 문체, 고급도 저급도 아니라고 간주되는 중립적 문체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문체’라는 용어는 언어의 기본 기능, 즉 정보제공(informative), 질문(interrogative), 표현(expressive), 환기(evocative), 수행(performatory), 지시(directive), 친교(phatic) 기능 중 어느 것과도 함께 쓸 수 있다. 주스(Joos, 1961: 11)가 제시한 언어 사용의 층위를 따라 동결체(frozen), 격식체(formal), 상담체(consultative), 평상체(casual), 친밀체(intimate)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나이다와 테이버(Nida and Taber, 1969: 94)에서는 기술체(technical), 격식체(formal), 비격식체(informal), 평상체(casual), 친밀체(intimate)로 수정됐다. 그런가 하면 한국어처럼 해라체(plain), 해체(intimate), 하게체(familiar), 하오체(polite), 합쇼체(authoritative 혹은 deferential) 등 화계(speech levels)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Martin, 1964). 문학비평에서처럼 작품이 반영하고 있다는 특정 작가의 문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포크너(Faulkner), 엘리엇(Eliot), 파운드(Pound), 헤밍웨이(Hemingway), 벨로우(Bellow) 등 끝없이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나 엘리자베스 시대, 르네상스 시대 문체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는 식의 주장도 가능하다. 나아가 사실주의, 자연주의, 상징주의, 낭만주의, 피카레스크(picaresque), 아방가르드,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비트 세대(beat generation), 블랙 유머, 에스닉(ethnic) 등등 갖가지 문체가 있을 것이다. 사실 ‘문체’라는 용어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마지막으로, 더 단순하면서도 위에 열거한 다양한 쓰임새 모두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구어체 vs. 문어체라는 이분법도 빼놓을 수 없다.
---본문 중에서